1972년 킹 크림슨의 절대적 리더 로버트 프립은 원년 멤버들을 정리하고 킹 크림슨 2기를 출범시킵니다.
1기에서 발표한 4장의 앨범은 프로그레시브 록의 명반들이었습니다.
그럼 1973년 통산 5집이자 2기 멤버들의 첫 앨범은 어떠하였을까요?
1973: Larks' Tongues in Aspic
킹 크림슨의 곡은 가사가 있으면 해석이 어렵고 연주곡이면 그 제목이 어떤 의미인지 상상력을 동원해야 합니다. 물론 일부 곡은 이들의 인터뷰나 제작 동기 또는 시대 상황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습니다.
5집 앨범명 <라크스 텅스 인 애스픽>은 좀 당황스럽습니다.
총 6곡 중 처음과 마지막을 장식하는 연주곡 제목이기도 한데 여기서 애스픽은 무엇일까요?
Aspic(애스픽, 아스픽)
고기나 생선으로 만든 육수를 응고시켜 만든 서양의 육즙 젤리 요리를 말합니다. 우리나라의 돼지 편육을 떠올리면 됩니다. 그런데 이 육즙 젤리 안에 종달새 혀들이 있습니다. 어떤 맛일까요?
애스픽 요리는 어떨지 모르겠으나 이 곡을 포함한 앨범 자체는 최고입니다.
공식적으로 50년 이상 활동한 킹 크림슨을 프로그레시브 록 역사의 황금기로 좁혀 보자면 1기의 첫 작품인 1집 <In the Court of the Crimson King(크림슨 왕의 뜰에서)>과 2기의 첫 작품인 5집 <Larks' Tongues in Aspic(애스픽의 종달새 혀들)>을 먼저 떠올릴 수 있습니다.
이 5집의 이란성 쌍둥이 앨범이 있는데 앨범 커버의 테두리가 다릅니다.
수록곡은 동일하고 얼터너티브 버전으로만 구성하였습니다.
라인업은 퀸텟 편성입니다.
로버트 프립: 기타, 멜로트론
존 웨튼: 보컬, 베이스
데이비드 크로스: 바이올린, 비올라, 멜로트론
제이미 뮤어: 퍼커션
빌 부르포드: 드럼
킹 크림슨 2기(L-R): 로버트 프립, 제이미 뮤어, 존 웨튼, 데이비드 크로스, 빌 부르포드존 웨튼의 보컬이 이전 1기 작품들과 대별되게 합니다. 웨튼은 킹 크림슨에 머무르면서 록시 뮤직, 유라이어 힙 작품에도 참여하였고 단명하였지만 명밴드로 남은 U.K.를 빌 부르포드, 에디 좁슨과 만들게 됩니다.
드럼의 빌 부르포드는 예스에서 활약하다가 로버트 프립의 러브 콜에 화답합니다.
현재 화가로 활동 중인 제이미 뮤어는 72년 여름 프립의 제안으로 멤버가 됩니다.
데이비드 크로스는 멀티 플레이어로 전자 바이올린과 키보드를 구사합니다.
프로그레시브 록 역사에 빛나는 동일한 악기의 멀티플레이어에는 존 웨튼, 빌 부르포드와 U.K.를 결성하는 에디 좁슨이 있습니다.
요약입니다.
실제적으로 로버트 프립의 밴드인 킹 크림슨은 그의 음악적 방향, 그의 성격, 그의 지배력 속에서 이전 멤버들이 떠나고 2기로 재탄생합니다.
이 앨범은 타이틀 곡을 중심으로, 너무나 다른 배경의 새로운 멤버들이 프립이 지향하는 방향으로 좀더 뭉치는 한편 각자의 색깔을 뽐내고 있습니다.
더 강력하고 더 응집력 있는 연주는 헤비 메탈의 하위 장르인 아방가르드 메탈이라는 평가를 받기에 이릅니다.
플립이 구상한 음악이 킹 크림슨 2기를 통해 현실화되었고 3부작의 첫 작품이 왼벽하게 탄생합니다.
그럼 플립의 머릿속에 준비된 6집은 어떻게 전개될까요?
핫불도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