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즈가 전세계로 퍼져나갈 때 유럽의 반응은 어느 대륙보다도 뜨거웠습니다. 언어, 지역, 문화 등의 특성이 다른 대륙보다 더 수용을 빠르게 했을 것 같습니다. 또한 미국에서 생계 유지가 힘들었던 뮤지션들이 1950년대 이후 유럽을 찾게 되었고 현지 반응과 인기에 힘입어 유럽은 떠오르는 시장이 됩니다. 재즈가 장르로 정립되고 녹음이 가능하게 된 무렵을 1920년대로 본다면 유럽은 어떻게 재즈를 수용하고 발전시켰을까요? 유럽 뮤지션들은 음반을 통해서 혹은 관련 서적이나 미국 뮤지션들의 한정된 투어 공연을 보면서 재즈를 따라하게 됩니다.
엔리코 라바(사진: Robert Lewis)
그런 과정을 거치면서 유럽은 재즈를 수용하였고 특색있는 음악을 만들어 나갔습니다. 우리가 듣는 유럽 재즈 뮤지션들의 연주와 사운드가 독특하게 느껴지는 것은 이런 역사적인 배경을 무시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또한 유럽 대륙 혹은 유럽 각 나라가 갖고 있는 음악적 기반(클래식, 전통 음악, 민속 음악 등)을 토대로 재즈의 변화가 생김으로써 색다른 재즈가 만들어집니다. 재즈를 감상함에 있어 열정적인 혹은 땀내나는 밥이나 하드밥을 듣거나 스윙 재즈 이후의 주류라고 통칭하는 모던 재즈에 흠뻑 빠져든 경우 유럽 재즈는 어쩌면 간과되거나 구석의 낯선 존재가 되곤 합니다. 그러나 유럽에는 각 나라를 대표하는 뛰어난 음반사가 있고 각 음반사에는 대표 연주자들이 있습니다. 미국 뮤지션들보다 덜 알려졌을지언정 이들의 기량이나 연주가 떨어진다는 생각은 타당하지 않을 겁니다. 장르의 파괴, 융합 등 새로운 음악적 시도가 흔한 현대 재즈에 있어서 음악의 비교는 연주력보다 뮤지션들의 스타일이나 추구하는 음악적 방향을 보는게 더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에버하드 베버(사진: Roberto Massoti)
국가별 대표 뮤지션 선정
본론으로 유럽을 대표하는 뮤지션 10인을 알아보겠습니다. 여기에는 두 가지 조건이 붙습니다. ① 너무나 빼어난 연주자들이 많으므로 국가별로 한 명을 선정합니다. ② 유럽인이지만 상당 부분 미국에서 활동한 연주자는 제외합니다.
이런 조건을 두면 생기는 문제가 있습니다. ① 유럽 안에서 더 두각을 나타내는 국가의 여러 뮤지션들이 제외됩니다. ② 전세계적으로 각광받은 뮤지션들이 빠지게 됩니다. 예를 들면 투츠 텔레망(벨기에), 데이브 홀랜드(영국), 애니 로스(영국), 빅터 펠드만(영국), 조지 쉬어링(영국) 등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