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파스콸레 그라소

현대 재즈 기타의 아이콘

by 핫불도그

Pasquale Grasso(1988~)

파스콸레 그라소 (사진: Mark Sheldon)

올해 34세인 이탈리아 출신 파스콸레 그라소는 현대 재즈를 이끄는 뮤지션으로 거장 팻 메스니가 인정한 기타리스트입니다. 그라소의 바이오와 주요작을 정리해 드립니다.

성장기

그라소의 부모는 재즈, 클래식, 포크 애호가였습니다. 그라소 부친은 약 17세에 가족 일부가 있는 캐나다에서 반 년간 정비사로 일을 하였고 귀국 편에 많은 재즈 음반을 사왔습니다. 이후 모국 이탈리아에서 가정을 꾸려 그라소 형제(루이지, 파스콸레)가 태어납니다. 항상 재즈가 흐르는 집안 분위기는 그라소를 찰리 파커(1920~1955), 설로니우스 몽크(1917~1982), 디지 길레스피(1917~1993), 버드 파웰(1924~1966), 쳇 베이커(1929~1988)의 세계로 인도하였습니다. 두 살 위 형으로 천식이 있던 루이지는 의사 및 아버지의 권유로 색소폰을 연주하게 되었고 이에 질투를 느낀 그라소는 아버지에게 다른 악기를 갖고 싶다고 말합니다. 그라소를 악기점에 데리고 간 아버지는 트럼펫이 어떠냐고 물었지만 어린 그라소는 벽에 걸려있는 기타를 고집합니다. 매일 연습을 하겠다는 약속을 하고 얻게 된 클래식 기타를 그라소는 형과 경쟁하듯이 연주하기 시작합니다. 그라소 형제의 음악적 재능을 알게 된 모친은 악보 보는 법을 아들들에게 가르치게 됩니다. 이후 피아노로 다양한 노트를 제시하면서 맞춰보도록 연습을 시켰고 그라소 형제는 자연스럽게 절대 음감을 터득합니다.


인플루언서

그라소가 네 살 때 아버지는 조지 벤슨의 초기 음반을 들려주었는데 그는 벤슨의 스타일에 매료되어 연주를 수없이 하였습니다. 조지 벤슨(1943~)과 웨스 몽고메리(1923~1968)는 그라소의 첫 기타 영웅이 되었고 그는 가능한 모든 옥타브를 연습합니다. 또한 버드 파웰은 그라소의 음악적 전개와 스타일에 영향을 주었고 그가 종종 링크하는 뮤지션이 되었습니다. 웨스 몽고메리의 연주를 경험한 후 청소년 시절의 그라소는 찰리 크리스천(1916~1942)에 빠져듭니다. 당시 이탈리아에서는 음반을 충분히 구할 수 없는 상황이었던지라 한 장에서 들리는 베이스 라인들, 드럼 솔로 등에 집중하며 매곡을 연주하곤 하였습니다. 지금까지도 그라소는 많은 음반들을 동시에 듣기보다는 그중 하나를 골라 각각의 곡에 집중하는 것을 선호합니다.


멘토

1990~2000년대 그라소는 이탈리아에서 그다지 핫하지 않았던 전통 재즈에 도전합니다. 그라소 부모는 네 시간 정도의 거리를 운전하여 전통 재즈 연주자 모임에 아이들을 데려다 주었고 그라소의 실력은 일취월장 합니다. 또한 그라소의 재능과 학구열에 부합한 교사를 구하는 것도 도전적이었습니다. 동네에 피아노, 색소폰, 플루트를 연주하는 교사를 찾을 수 있었지만 그는 종종 피아노 코드를 제시하며 그라소가 기타를 연주하도록 하였습니다. 그라소의 진정한 첫 스승은 뉴욕에서 온 기타리스트 아고스티노 디 고르지오로 형 루이지가 재즈 경연에 참여할 때 만나게 됩니다. 고르지오의 연주를 좋아했던 아버지는 나폴리에서 로마까지 세 시간 반을 운전하여 두 아들이 로마에 있는 고르지오의 레슨을 받도록 헌신합니다. 아고스티노가 소개해 준 두 번째 스승은 배리 해리스(1929~2021)입니다. 연 2~3회 유럽을 방문하는 해리스는 그라소의 중요한 멘토가 되었고 해리스는 그라소에게 뛰어난 뮤지션들이 있는 뉴욕에 와서 그곳의 분위기를 느끼고 그들과 연주를 해봐야한다고 독려합니다.


트리오

결국 그라소는 2009년 형 루이지와 친구 스테파노니와 함께 뉴욕에 입성합니다. 스몰스 재즈 클럽을 방문한 그라소 일행은 해리스의 제자인 베이스 플레이어 아리 놀랜드를 만났습니다. 해리스는 그라소에게 놀랜드의 베이스를 반드시 들어보라고 말하였고, 놀랜드에게는 그라소 형제들의 연주를 꼭 들어보라고 권하였습니다. 이렇게 아리 놀랜드 그리고 이전에 만난 드러머 키스 발라가 참여한 그라소 트리오가 완성됩니다.


사마라 조이

그라소는 스승인 해리스의 클래스에서 재즈 디바가 되는 15세의 사마라 조이(1999년 생)를 만나게 되는데 조이의 목소리에 감동한 그는 조이와 친구가 됩니다. 이후 조이의 첫 음반 <Samara Joy(사마라 조이)>에 참여하였고 코로나 이후에는 미국과 유럽 투어 공연을 같이 하였습니다. 이어서 조이의 2집 <Linger Awhile(잠시 지체하여)>에 참여합니다. 2집은 2023년 그래미에서 조이에게 최우수 재즈 보컬 앨범상을 안겨주는 한편 조이는 일생에 한 번뿐인 최우수 신인에 지명되었습니다. 사마라 조이의 앨범은 기타리스트 그라소의 기량과 이름을 알리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그라소의 작품들

(L-R) 2025년 <열정>, 2022년 <비밥!>, 2020년 <솔로 마스터피시스>

그라소는 2015년 데뷔 앨범 <Merci Toots(투츠 텔레망에게 감사하며)>를 시작으로 2025년 2월 <Fervency(열정)>까지 총 15장의 앨범(EP 포함)을 선뵈었습니다. 특히 소니를 통해 발표한 솔로 시리즈가 주목할 만합니다. 이 시리즈는 재즈 역사의 큰 획을 그은 듀크 엘링턴(1899~1974), 빌리 홀리데이(1915~1959), 찰리 파커, 설로니우스 몽크, 버드 파웰 등의 대표곡들을 연주한 앨범과 재즈 스탠더드 및 발라드 앨범이 포함됩니다. 시리즈를 구성하는 음반에서 엿볼 수 있듯이 그라소는 특히 비밥 거장들의 작품에 천착합니다. 어린 시절 버드 파웰의 피아노 연주에 감동한 그라소에게서 파웰의 비밥 주법이 드러나는 것이 우연은 아닙니다.

핫불도그

keyword
이전 08화패트리샤 브레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