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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드 허시

더 서라운딩 그린

by 핫불도그

Fred Hersch(1955.10.21)

프레드 허시(사진: Roberto Cifarelli / ECM Records)

재즈 피아니스트 프레드 허시는 1955년 오하이오 주 신시내티 생으로 4세에 피아노를 시작하여 10세에 전국 피아노 콩쿠르에서 우승을 했습니다. 허시가 재즈에 관심을 갖게 된 시점은 대학 시절이며 학교를 중퇴하고 신시내티 다운타운에서 재즈를 연주하기 시작합니다. 이후 보스톤 소재 뉴잉글랜드 음악원에서 재즈 피아니스트인 재키 바이어드(1922~1999)를 사사했습니다. 1977년 뉴욕으로 이주하여 본격적인 프로 경력을 시작하게 된 그는 트럼피터 아트 파머(1928~1999)의 사이드맨으로 활동하였고 1980년 프레드 허시 트리오를 결성하였습니다. 허시는 우아하고 독창적인 연주자이자 역량 있는 작곡가 및 교육자입니다. 그래미에서는 17회 지명되었고 현재까지 수상은 없지만 수 년 이내 좋은 결과가 나올 가능성이 높습니다. 교육자로서의 허시는 뉴욕 맨해튼 소재 더 뉴 스쿨과 맨해튼 음악원에 몸담았습니다. 재즈 피아니스트들 중 어릴 적 클래식 수업을 받은 거장들은 꽤 많습니다. 독자들에게 익숙한 칙 코리아(1941~2021)와 키스 자렛(1945~)도 그렇습니다. 이들은 재즈 작품뿐만 아니라 클래식 독주곡 혹은 협주곡을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허시가 클래식 소양을 가진 선배 혹은 동료 재즈 피아니스트들과 대별되는 것은 재즈는 물론 현대 음악에 대한 깊이 있는 탐구라고 할 수 있습니다. 허시는 재즈 피아노의 거장인 오스카 피터슨(1925~2007), 빌 에반스(1929~1980), 아마드 자말(1930~2023) 등의 영향을 받아 자신의 스타일을 창조하였고 이는 그의 제자인 브래드 멜다우(1970~)와 에단 아이버슨(1973~)에게 영향을 주었습니다. 그의 연주는 서정적이고 정적이며 한편으론 외로운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또한 자신의 내면을 탐구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스타일은 포스트밥, 쿨 재즈, 모던 크리에이티브(프리재즈에서 파생되어 구조적 접근을 하는 연주) 등을 중심으로 한 재즈라고 할 수 있습니다.


주요작

허시는 2013년 봄 내한 공연을 시작으로 올 8월 예정인 솔로 공연까지 수차례 한국을 방문하여 팬들을 만났습니다. 하지만 동료 뮤지션들에 비해 국내에 덜 알려진 것이 사실입니다만 그의 뛰어난 연주와 작품은 호평을 받았습니다. 많은 앨범은 솔로작과 콤보작으로 구분한다면 콤보의 경우 트리오가 허시 연주의 전형이고 후배 뮤지션들과 함께 한 듀엣도 괄목할 만합니다. 글을 쓰면서 독자들을 위한 앨범을 고르는 과정이 쉽지 않습니다. 아티스트가 평생에 걸쳐 이룬 결과물을 주관적으로 평가하고 재단하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 부분은 감상자의 영역으로 남겨둡니다. 좋은 음악을 듣다보면 자신만의 취향이 형성되고 음반을 고르는 기준이 생길 것입니다.


아래는 허시의 주요작 10선입니다.

1992: <Dancing in the Dark>, 트리오로 스탠더드 곡들을 연주

1994: <Fred Hersch Trio Plays...>, 트리오 작으로 위대한 재즈 작곡가(연주자)들의 곡들을 연주

1999: <Let Yourself Go: Live at Jordan Hall>, 보스톤 소재 조단 홀에서의 솔로 라이브

2001: <Songs Without Words>, 오리지널, 재즈 스탠더드, 콜 포터 작품 등을 해석한 콤보작(3CD)

2005: <Leaves of Grass>, 휘트먼의 시를 토대로 한 재즈 앙상블, 보컬에 커트 엘링과 케이트 맥개리

2009: <Fred Hersch Plays Jobim>, 보사노바의 대부 안토니오 카를로스 조빙의 작품을 연주

2011: <Alone at the Vanguard>, 맨해튼 소재 재즈 클럽인 빌리지 뱅가드에서의 솔로 연주

2013: <Free Flying>, 기타리스트 줄리안 라지와의 빌리지 뱅가드 듀엣

2022: <The Song is You>, 이탈리아 트럼피터 엔리코 라바와의 듀엣

2023: <Alive at the Village Vanguard>, 베이시스트 겸 싱어인 에스페란자 스팔딩과의 빌리지 뱅가드 협연

허시의 30대 후반에서 60대 후반까지 약 삼십년에 걸친 주요작들입니다. 시간을 두고 하나씩 감상해 보시기 바랍니다.


ECM 작품

주요작 10선 중 2022년 듀엣 앨범 <The Song is You>는 허시의 ECM 데뷔 앨범입니다. 이후 연이어 발표한 장의 앨범은 ECM의 음악적 지향과 잘 어울리는 작품으로 역시 추천합니다.

2024: <Silent, Listening>, 피아노 솔로 앨범(ECM 2집)

2025: <The Surrounding Green>, 피아노 트리오 앨범(ECM 3집)

L: 2024년 <Silent, Listening>, R: 2025년 <The Surrounding Green>

왼쪽 사진이 2024년 앨범 <Silent, Listening(조용히, 듣기)>입니다. 허시는 오리지널 일곱 곡과 스탠더드 네 곡을 피아노 솔로로 연주합니다. 스탠더드 별 작곡가는 다음과 같습니다.

Star-Crossed Lovers: 빌리 스트레이혼

Softly, As In A Morning Sunrise: 지그문트 롬베르그

Winter Of My Discontent: 알렉 와일더

The Wind: 러스 프리먼

스트레이혼은 스윙 시대를 풍미한 피아니스트이자 작곡가로 재즈계의 모차르트인 듀크 엘링톤과의 파트너십으로 수많은 재즈 스탠더드를 작곡하였습니다. 나머지 작곡가들은 미국 음악(포크송, 송북, 스탠더드, 영화음악, 뮤지컬 스코어 등을 망라)을 대표하는 작곡가들입니다.


오른쪽 사진은 2025년 앨범 <The Surrounding Green(둘러싼 녹음)>입니다. ECM 2집 앨범의 커버 페인팅과 매우 흡사합니다. 허시의 솔로냐 트리오냐에 따라 우리에게 주는 효능이 다를 수 있습니다만 개인적으로 이 트리오 앨범은 재즈를 뛰어 넘는 아름다움의 집합으로 다가옵니다. 총 일곱 곡 중 네 곡이 오리지널인데 특히 첫 곡 "Plainsong"과 세 번째 곡 "The Surrounding Green"은 빌 에반스(1929~1980), 아마드 자말(1930~2023), 키스 자렛(1945~)을 떠올리기에 충분합니다.

Plainsong (단선율)

Law Years (법학 연수): 오넷 콜맨

The Surrounding Green (둘러싼 녹음)

Palhaço (어릿광대): 에그베르투 지스몬테

Embraceable You (포옹하고 싶은 그대): 조지 거쉰

First Song (첫 노래): 찰리 헤이든

Anticipation (기대)

프리 재즈의 창시자 오넷 콜맨, 혁신적인 베이시스트 찰리 헤이든, 브라질 포크의 기수 에그베루트 지스몬테, 미국을 대표하는 작곡가 조지 거쉰 등의 스탠더드가 눈에 띱니다. ECM 3집은 가볍고 부드러운 터치, 관조적이며 서정적인 타건, 절제적이며 이지적인 전개로 칠순을 바라보는 허시를 자연스럽게 드러냅니다. 곡의 아름다움과 더불어 1990년 전후부터 함께 한 드류 그레스(1959년 생, 베이스)와 조이 배론(1955년 생, 드럼)의 연주가 허시의 피아노를 빛내주고 있습니다.

핫불도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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