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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이 하그로브

이어푸드

by 핫불도그

1990년대 초반 국내 재즈 붐이 한창일 무렵 한 트럼펫 주자가 혜성같이 등장합니다. 그것도 초신성 윈튼 마살리스의 지원속에서 말이죠.


Roy Hargrove(1969~2018)

로이 하그로브

로이 하그로브는 1990년 데뷔 앨범을 발표합니다. 아래 사진은 1992~1994년 작품들입니다.

1992년 <Vibe> , 1993년 <Of Kindered Soul> , 1994년 <Approaching Standards>

20대 초반의 젊음 그리고 스똬일이 있습니다. 하그로브는 힙합 취향의 패션 감각이 돋보입니다. 나중엔 힙합 뮤지션이 가세한 재즈 밴드 THE RH FACTOR(RHF, 디 알에이치 팩터)도 만듭니다. 하그로브는 음악적 연륜이 쌓이면서 2000년대 초반 RHF로 인기를 구가합니다. 이때의 작품들 추천합니다.


시간이 흘러 2008년 재즈 콤보의 전형에 회기한 퀸텟 앨범을 발표합니다.


Earfood

앨범 커버의 사진! 이것만 봐도 느낌 빡!

앨범 제목에서 유추할 수 있듯이 이 작품은 귀를 즐겁게 하는 "귀 밥"혹은 "듣는 영양제"입니다. 로이 하그로브가 한 말입니다. EAR FOOD = SOUND NUTRITION


참여한 멤버는 누굴까요?

로이 하그로브: 트럼펫, 훌루겔혼

저스틴 로빈스: 알토 색소폰, 플루트

제랄드 클레이튼: 피아노

댄톤 볼러: 베이스

몬테스 콜맨: 드럼

20대 중반, 30대 후반 멤버들이 고루 섞여 있습니다. 로빈슨의 색소폰이 하그로브의 트럼펫과 잘 어울립니다. 클레이톤의 피아노, 볼러의 베이스, 콜맨의 드럼. 재즈계에서 두각을 나타낸 연주자들은 아니지만 하그로브 퀸텟에서는 정제된 깊이를 만드는 플레이어들입니다.


수록곡은 총 13곡입니다.

1. I'm Not So Sure

2. Brown

3. Strasbourg / St. Denis

4. Starmaker

5. Joy Is Sorrow Unmasked

6. The Stinger

7. Rouge

8. Mr. Clean

9. Style

10. Divine

11. To Wisdom The Prize

12. Speak Low

13. Bring It On Home To Me

퀸텟이 라이브 공연을 하면서 연주했던 곡들과 하그로브의 오리지널이 적절히 반영됐습니다. 모든 곡이 훌륭하지만 세 번째 곡 "스트라스부르/생드니"를 즐겨 듣습니다. 네 번째 곡 "스타메이커"도 뛰어나지만 이 곡은 들으면 들을수록 앙증맞음에도 그 깊이가 더해집니다. 베이스, 드럼, 피아노를 시작으로 하그로브의 트럼펫이 들어오고 색소폰과 밀당을 하다가 갑자기 피아노가 끼어들어 주도권을 잡고, 다시 색소폰과 트럼펫의 인터플레이, 그리고 모든 악기의 휘몰이와 피날레...


이 곡을 듣노라면 유럽의 소도시를 간편한 복장으로 걷는 느낌이 듭니다. 하그로브가 곡 제목으로 스트라스부르와 생드니를 연결한 것으로 보면 파리 10구의 북적거리는 거리인 스트라스부르-생드니를 가리키는 것으로 보입니다.

(참고: 스트라스부르와 생드니를 두 개의 다른 지명으로 본다면, 스트라스부르는 아픈 과거가 있는 지역입니다. 유럽에 흑사병이 창궐하던 1349년 당시 스트라스부르는 독일 영토였고 주민들이 유태인 이천명을 집단 학살하고 이들의 재산을 강탈한 곳입니다. 한편 생드니는 루이 13세의 모후인 마리 드 메디시스가 대관식을 치룬 지역으로 루벤스의 그림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또한 생드니는 프랑스의 수호 성인 생 드니를 가리킬 수도 있는데 그는 파리 18구역에 위치한 순교자의 언덕, 즉 몽마르트르에서 참수되었습니다.)


무대 연출과 구성도 뛰어난 로이 하그로브와 그의 콤보. 그러던 그가 2009년 앨범을 끝으로 재즈계에서 자취를 감춥니다. 간혹 사이드맨으로 출연은 합니다. 그러다가 2018년 11월 2일 신장합병증에 따른 심장마비로 49세의 생을 마감합니다.


35세부터 신장투석을 하며 작품을 발표한 뮤지션. 펑크, 힙합, 모던 재즈 등 다양한 시도를 한 작곡가.

젊은 사자로 불리던 연주자. 그래서 말년의 역작 <Earfood>에 더 애착이 갑니다.

핫불도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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