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브래드 멜다우

라이드 인투 더 선

by 핫불도그

Brad Mehldau(1970~)

브래드 멜다우(출처: https://www.nonesuch.com/)

논서치 레코드 소속 피아니스트인 브래드 멜다우의 2025년 5월 모습입니다. 재즈 피아노의 계보를 잇는 아티스트로 한때 빌 에반스와 비교가 되기도 하였습니다만, 오스카 피터슨과 더불어 1960년대를 풍미한 위대한 피아니스트와의 비교는 개인적으로 선호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멜다우의 작곡 능력과 연주력 그리고 다양한 접근법은 동시대 어느 피아니스트보다 부각이 됩니다. 이전 글에서 8월에 내한 솔로 공연을 하는 프레드 허시의 작품을 소개하였습니다. 허시는 뉴욕 맨해튼의 더 뉴 스쿨에서 멜다우를 가르친 스승입니다. 허시의 연주에서도 빌 에반스의 미학적 접근을 느낄 수 있으며 에반스는 허시와 멜다우에게 영향을 미쳤을 것입니다. 그리고 또한 이들이 백인이라는 점에서 억지로 공통 분모가 만들어진 측면도 있습니다. 그것이 상업적인 것이든 홍보를 위한 것이든. 음악을 감상할 때 경계해야 하는 것 중의 하나가 이런 것입니다.


온전히 연주자와 마주하며 연주를 듣는 것이 생각보다 쉽지 않습니다. 예술 작품도 그러합니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하지만 상상력을 발휘하여 충분히 작품을 감상한 후 해설 등 관련 정보를 참고한다면 작가와 나 사이는 더 가까워집니다. 그러므로 이 글 또한 음악을 좋아하는 독자들을 위한 참고일 뿐입니다. 적절한 비유는 아니지만 투자 상품에 딸려오는 문구 "본 상품은 원금의 일부 또는 전부 손실이 발생할 수 있으며, 투자로 인한 손실은 투자자 본인에게 귀속됩니다." 따위와 유사합니다. 즉, 아티스트의 음악과 일대일로 마주할 수 있는 환경을 독자분들이 먼저 만들 필요가 있고, 청각을 통해 인지하는 소리를 자신만의 기분으로 느끼는 과정이 요구됩니다. 관련 정보 등은 그 다음이거나 참고 사항입니다. 시각을 통해 즉각적으로 들어오는 영상은 뇌의 엄청난 연산을 동반하지만 머리와 마음으로 되새김하는 과정은 제한됩니다. 반면 청각을 거치는 음악은 좋은 작품을 만나고, 진흙 속의 진주와 같은 작품을 찾고, 울림이 있는 작품을 쌓는 과정을 통해 감동과 추억으로 오랫동안 남게 됩니다. 이런 과정 속에서 나에게 남은 음악이 좋은 음악입니다.


다시 돌아가서 어느덧 중년의 중견 뮤지션이 된 멜다우는 전설이 되어 가는 피아니스트임에는 부정할 수 없습니다. 그의 최근 작품들은 새로운 시도를 통하여 현대 재즈라는 큰 틀에서 그만의 특징을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Elliott Smith(1969~2003)

멜다우의 2025년 7월 앨범 <Ride into the Sun(태양을 향해 달려)>도 그의 새로운 시도를 엿볼 수 있는 작품입니다. 이 앨범은 인디 신에서 활동한 싱어, 송라이터, 기타리스트인 엘리엇 스미스의 곡들을 재즈로 재해석합니다. 스미스를 들으면 수프얀 스티븐슨(1975~)과 아이언앤와인(1974~)이 중첩됩니다. 이 세 인디 포크 뮤지션은 목소리 등에서 공통점을 찾을 수 있으며, 스미스라는 물줄기는 닉 드레이크(1948~1974)라는 원류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포크를 좋아하는 독자들은 네 뮤지션의 작품을 찾아보시기 바랍니다. 드레이크의 <Pink Moon(핑크 문)>부터 시작하면 좋을 것 같군요.


스미스가 인디 뮤직계에서 명성을 떨친 시기는 1990년대입니다. 1994년 데뷔 앨범을 시작으로 90년대를 관통하여 밀레니엄에 이르는 동안 발표한 앨범 다섯 장은 스미스 음악의 코어에 해당합니다.

1994년 1집: Roman Candle

1995년 2집: Elliot Smith

1997년 3집: Either/Or

1998년 4집: XO

2000년 5집: Figure 8

사진은 스미스의 2~5집 앨범 커버입니다. 이 앨범들이 멜다우 작품에 영감을 불어 넣었고 스미스 곡들을 새롭게 해석한 앨범 <Ride into the Sun>이 탄생합니다.


2025: Ride into the Sun

기본 편성은 트리오입니다. 두 명의 베이시스트가 트랙별로 할당되었고 게스트 뮤지션인 다니엘 로젠이 보컬과 기타, 크리스 틸이 보컬과 만돌린을 연주합니다.

브래드 멜다우: 피아노

존 데이비스: 베이스

펠릭스 모젤홀름: 베이스

맷 챔벌레인: 드럼, 퍼커션

다니엘 로젠: 기타, 보컬

크리스 틸: 만돌린, 보컬

2CD 앨범으로 총 16곡을 수록하였습니다. 스미스의 2~5집에서 10곡, 빅 스타와 닉 드레이크의 오리지널이 각 1곡, 그리고 멜다우의 오리지널이 4곡입니다.


★스미스 오리지널: **(2집), ***(3집), ****(4집), *****(5집)

1. Better Be Quiet Now*****

2. Everything Means Nothing to Me*****

3. Tomorrow Tomorrow (feat. Daniel Rossen)****

4. Sweet Adeline****

5. Sweet Adeline Fantasy

6. Between the Bars***

7. The White Lady Loves You More**

8. Ride into the Sun: Part I

9. Thirteen, 빅 스타 작곡

10. Everybody Cares, Everybody Understands****

11. Somebody Cares, Somebody Understands

12. Southern Belle (feat. Daniel Rossen)**

13. Satellite**

14. Colorbars (feat. Chris Thile)*****

15. Sunday, 닉 드레이크 작곡

16. Ride into the Sun: Conclusion

트랙 5, 8, 11, 16이 스미스의 작품에서 영감을 받은 멜다우의 곡입니다. 트랙 15 'Sunday'는 영국 포크계의 보석이자 스미스가 존경한 닉 드레이크의 곡입니다. 트랙 9 'Thirteen'은 미국의 파워 팝 밴드 빅 스타의 곡으로 스미스가 커버하기도 하였습니다. 앨범명이자 오리지널인 'Ride into the Sun'은 스미스의 14번 곡 'Colorbars'에 나오는 가사입니다. 멜다우는 이 가사가 신비롭다고 생각하며 곡을 만들었습니다. 스미스의 곡들은 포크, 팝, 록 등의 작품들이 그러하듯 가사를 음미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재즈에서는 보컬 재즈를 제외하면 악기를 연주하여 뮤지션의 심상을 표현합니다. 이 차이는 스미스의 노래들이 재즈로 화학적 변화를 한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멜다우의 해석은 스미스 곡들이 단순한 재즈풍 커버로 치환되는 것을 넘어섭니다. 오케스트라와의 협연으로 트리오 중심의 연주는 오케스트럴 재즈 혹은 서드 스트림으로 가는 듯 하지만 콤보의 균형감을 일관되게 견지합니다. 전체적으로 정적이며 명상적입니다. 스미스 곡이 갖고 있는 특징이자 힘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참고: 1996년 뉴욕에서 로스앤젤레스로 이사한 멜다우는 라르고 클럽에서 스미스를 만나게 되었고, 여기서 매주 금요일 존 브라이언(1963~)과 스미스의 곡을 연주하게 됩니다. 이후 오랫동안 스미스의 곡은 멜다우의 레퍼토리가 되었습니다.

핫불도그

keyword
이전 13화로이 하그로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