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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공업자 Nov 18. 2024

정신병원 외래일상

<동행,  마음휠체어를 타는 사람 2>

"매번 돈 주고 사주면 뭐 하냐! 버리고 다니는데"

"쓰레빠 검정색 새 거를 사줬는데 어디서 헌거, 다아 낡은 거 신고 있어"

병원 대기실의 기다란 의자에 앉아 있는 남성에게 60대 초반정도로 보이는 여성이 호통을 치고 있었다.

여성을 곧이어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네 00 씨가 신고 있던 쓰레빠를 찾아주세요! 새 거예요!"

남성이 있던 병실에 전화해서는 쓰레빠를 찾아줄 수 있겠느냐고 한 것 같았다.

잠시 후 남자간호사로 보이는 사람이 나타났다. 여성을 말했다.

"무늬가 길게 있는데 빤질빤질한 쓰레빠에요"

"한번 찾아보고 연락드릴게요"

여성이 뭐라고 큰소리로 다시 부탁했다.

"아네 찾아보겠습니다. 그런데 찾으시는 신발이 운동화예요?"

"아니 쓰레빠라니까요 쓰레빠! 검정색 새 쓰레빠라고요!"

여성이 답답하다는 듯 남자 간호사를 향해 소리쳤다.


"니 꺼 니가 못 챙기면 딴 데로 갈 생각해! 여기 못 있어"

"빨리 옷이나 갈아입어!"

목소리가 병원복도에 쩌렁쩌렁하다.

병원 대기실에서 남자가 환자복의 하의를 벗는다. 공공장소에서 있어서는 안 될 일이 벌어지고 있지만 누구도 이 상황이 낯설지 않은 듯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었다. 남자는 천천히 환자복의 하의를 벗어 맨살을 들어내고 평상복으로 갈아입었다.

이 상황이 불편했는지 그 바로 옆 대기의자에 앉아았던 아저씨가 우리 쪽 벤츠로 와서 앉으려고 한다. 기다란 의자에는 3~4명 정도의 성인이 앉을 수 있을 정도였고 진료실 맞은편 복도를 따라 길게 놓여 있었다.

아저씨는 걸음이 느릿느릿 불편해 보였고 우측손을 늘어트려 몸 안쪽에 붙이곤 벌벌 떨며 형과 둘이 앉아있던 우리 의자로 다가왔다.


형이 갑자기 벌떡 일어나더니 내쪽으로 온다. 형은 뭐가 불편해서 그럴까?.

나는 자리를 맞은 편으로 밀착해서 앉으며 세 사람이 나란히 앉을 수 있도록 만들었다.

이어 아까 그 여성분의 목소리가 쩌렁쩌렁 들려왔다.

"니가 그 따구로 하면 앞으로 여기 못 있어"

"니껀 니가 챙겨야지"

남자는 여자의 손에 이끌려 병원 밖으로 나갔다. 남자의 발걸음에 어떤 의지도 없이 낡은 쓰레빠가 대리석 타일이 깔려있던 병원바닥을 질질 쓸며 따라나간다.


옆에 앉아 있던 남자가 상체를 앞으로 깊게 숙이고는 아까부터 몸을 심하게 떨고 있었다.

그의 손끝은 일정한 진동을 일으키듯 흔들리고 있었다

형이 다가와 귓가에 대고 말한다.

"... 같아"

"어?"

"... 안 좋은 거 같아"

'어?"

"옆에 있는 사람, 상태가 안 좋은 거 같아"

난 오른손 검지를 나의 입술에 직으로 갖다 되었다. 그런 말 하면 안 된다는 의미였다.

방송에서 누군가를 호출했다.  옆에 있던 손을 떨던 남자분이 몸을 일으켰고 어디에서 나타났는지 키가 큰 남성이 부축했다. 둘은 진료실로 들어갔고 복도엔 잠시 정적이 흘렸다. 두 사람은 서로 각자 멀리 떨어져 앉아 있었던 것이다.


안내 방송이 나왔다.

"000님 가정의학과로 들어오시기 바랍니다"

잠시 후 할머니가 지팡이를 든 할아버지를 조심스럽게 모시고 손을 떨던 아저씨가 진료를 받고 있던 3 진료실을 노크하고는 문을 벌컥 열었다. 안에 사람이 있는 걸 확인하고는 문을 꽝 닫는다.

나는 급히 가정의학과는 저기 맨 앞에 있다고 말씀드렸다. 할머님은...

"어! 여기가 맞는데!"

"아! 그러시면 진료실엔 진료 중이니 방송 나올 때까지 기다리시면 됩니다"라고 안내해 드렸다.

잠시 후 손을 떠는 아저씨가 진료실에서 나오고 따라 나오던 키가 큰 보호자분이 다시 진료실로 들어갔다.

시 시간이 지나자 형이 왜 안 나오냐며 불평한다.


병원직원이 나타나 주변을 살피다 아까 그 노부부를 찾았다.

가정의학과에 들어가셔야지 여기에 계시냐며 아까 내가 안내 했던 정의학과에 모시고 들어갔다.


어디에나 있을 법한 흔한 병원 일상이다. 다른 병원과 다른 부분은 외상이나 신체에 특별히 많은 불편함이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누구는 돌봄을 하고 누구는 돌봄을 받는다.

형이 병원진료를 혼자 받는다면 그냥 네! 네! 네! 만 반복한단다. 자기 의사표현을 못하는 것이다.


형은 힘이 강했다. 어려서 동생인 내가
"형아 이걸 왜 이렇게 해?" 물으면 주먹이 날아왔다. 이유를 몰랐다. 어른들은 형제끼리 또 싸운다고 했다. 나는 울며 억울해서 형이 미친 것 같다고 했다. 성인이 되어서야 형이 정신이 불편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어른들이 좀 더 미리 알아서 미리 도움을 받았으면 어땠을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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