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세공업자 Oct 27. 2024

혼자 사니까 무시한다

<동행, 마음 휠체어를 타는 사람 2>

형은 병원에 함께 가는 오늘도 씩씩거리며 한마디 한다. 차를 타고 이동하면서도 뇌도청을 당한다고 했다. 나는 궁금해서 뭐라고 하느냐고 물었다. 형은 차 타고 병원 가지 말라고 한단다. 왜 그러는 것 같냐고 물으니 혼자 사니까 그들이 자신을 무시해서 그렇다고 한다. 혼자 사는 것이 어때서 그렇냐고 하니 혼자 살면 아무도 없으니 자신을 무시해서 그렇다고 한다.  

얼마 전 뉴스에서 들었던 1인가구 비율이 35% 가까이 된다는 이야기를 형에게 했다. 약간은 과장되게 10 가구 중 4 가구가 1인 가구로 혼자 사는데 그들을 누가 무시하겠냐고 했다. 형은 믿기 어렵다는 표정으로 "이것들이 혼자 산다고 무시해"라는 말을 반복한다.


어느 독신 여성분은 키가 작고 체격도 왜소한 편이었다. 어느 날 그분의 차량을 보게 되었고 체격에 비해 큰 차량을 소유하고 있는 것을 알게 되었다. 차량이 크면 운행하는데 불편함이 있을 것 같아 너무 큰 거 아니냐고 물었다. 그런데 예상치 못한 대답을 들었다. 사람들이 무시한다고 관리가 힘들어도 큰 차량을 끌고 다닌다고 했다. 그 당시 나는 경차를 소유하고 있었다. 20년 가까이 경차를 타고 다녔지만 안전상 약간 불안한 마음은 있었지 사람들이 대놓고 무신한다는 생각은 해보질 못했다. 설사 그런 마음이 든다고 해도 그건 그런 사람들의 편견이려니 했었다.


그 여성분은 자신의 큰 차가 필요하면 언제든 내게 빌려줄 수 있다고 했었다. 그 여성분은 경차를 타고 다니는 내가 사람들에게 무시당할까 봐 걱정이 되었던 것일까?

사람의 시선은 사람수의 곱(눈은 두 개) 만큼이나 다양하기에 다 맞춰가면 살 수는 없을 것이다. 어느 것이든 호불호가 있기에 정작 중요한 것은 당사자의 내면에 있는 자신의 마음일 것이다.

큰 차를 소유해서 부족함이 채워진다면 그렇게 하면 될 일이다.


 형은 외롭다는 말을 '혼자 사니까 무시한다'라는 말로 대신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형에게 사랑받고 싶으면 사랑받게 하면 된다고 했다. 사랑받는 방법은 먼저 나누면 된다고 했다. 형은 가진 게 없으니 나눌 게 없다고 한다. 누가 가난한 자신을 좋아하겠냐는 것이다. 나는 돈 한 푼 없어도 나눌 게 있다고 했다. 형은 뭘 나누냐고 한다. 돈 한 푼 안 드는 마음을 나누면 된다고 했다. 다른 사람들을 위해 봉사하고 나누고 베푸는 마음을 가져보면 된다고 했다. 형은 이야기에 집중하지 않는다. 그냥 '이것들이 혼자 사니까 뇌도청을 하잖아'라는 말만 되풀이할 뿐이다.


어느 사람과 있으면 마음이 편안해지고 또 어느 사람과 있으면 한 없이 불편해지는 경우가 있다. 형과 함께 있으면 꼭 후자와 같아진다. 형은 자신이 생각하는 것이 무조건 옳다고 밀어붙이는 경향이 있다. 차를 함께 타고 가면서 형은 송도신도시의 고층아파트에 사람들이 살고 있지 않는 유령아파트라고 한다. 나는 사람들이 입주해서 살고 있다고 했더니 형은 사람들이 보이질 않는다며 텅텅 비어 있다고 한다. 여기서 더 나가면 사람이 살고 있네 없네 하면서 아이들보다 못한 주제로 싸움이 시작된다. 형은 유일한 보호자인 동생의 말을 듣지 않는 성향이 있다.


이럴 땐 얼른 다른 주제로 대화를 옮겨 가야 한다. 안 그랬다간 형의 유일한 대화상대인 나마저도 틀어지면 형은 더욱 외로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형은 어디까지나 형이라 자신의 말은 다 맞고 동생인 내 말은 귓등으로도 듣지 않고 무시하는 경우들이 많다. 형의 그나마 자존심을 살려주는 것은 어디까지나 동생인 내 몫이기도 한 것이다.


혼자 사니까 무시한다!, 무시하니까 혼자 살게 되는 것은 아닐까!  







이전 06화 장애인 활동 보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