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활동 보조
<동행, 마음휠체어를 타는 사람 2>
낯선 전화번호가 울리기 시작했다. 낯선 목소리는 자신을 장애인 활동보조 방문조사관이라 소개했다. 얼마 전 형의 벌금 500만 원 사건이 일어난 후 돌봄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생각되어 주민센터에 신청한 일이 생각났다. 조사관은 두 명이 같이 방문할 예정이라며 날짜와 시간을 조율해 왔다. 약속을 정하고 형의 집에서 형과 함께 방문조사관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형은 잠결에 누군가 계속해서 자신을 깨운다고 호소했다. 하루 이틀도 아니고 몇 년째 계속되고 있는 일이라며 미쳐버리겠다고 한다. 경찰서에 전화를 해서 신고하거나 파출소에도 신고를 했다고 한다. 잠을 깊이 못 자니 의욕이 없고 몸이 힘들고 머리가 맑지 않다고 했다. 한창 곤하게 잠들 시간인 3~5시 사이에 그런 일들이 일어난다고 했다. 깊이 잠들 시간에 깨니 뒤척이게 되고 아침이 돼서야 잠깐 잠이 들었다 깬다고 했다. 이런 일들은 정도가 다를 뿐 형에게 매일 일어나는 일상이 되었다. 생활이 불규칙하고 살얼음 위를 걷듯 위태로워 보였다.
형에게 조사관들이 질문을 하면 있는 그대로 답변하면 된다고 당부했다.
조사관들이 방문을 했다. 통화한 적이 있는 여성분과 젊어 보이는 남자분이 동행했다. 조사관은 "질문을 하겠습니다" 하고 정해놓고 질문을 하지 않는다. 대상자를 만남과 동시에 조사가 이뤄지는 것으로 보였다. 집안에 들어섬과 동시에 인사를 나눌 때부터 분위기가 심상치 않게 느껴졌다.
조사관은 대화하듯 형에게 몇 시에 일어나느냐고 물었다. 형은 7시쯤 일어난다고 한다. 조사관은 일어나서 씻고 하시냐고 물었고 형은 씻고 밥 챙겨 먹는다고 했다. 잠은 몇 시쯤 자냐고 물었고 형은 10시쯤 잔다고 했다. 아차 싶었다. 형은 규칙적이고 바른생활을 하고 있다고 말하고 있었다. 있는 그대로 말하면 된다고 했거늘 무슨 시험을 보듯 바른생활을 하고 있다고 말하고 있었다. 잠을 못 자서 밤낮이 뒤바꿔 괴롭다고 분노를 폭발하던 형은 온데간데없이 바른생활의 사나이가 되어 있었다.
형은 사지가 멀쩡했다. 정신과 마음의 불편함은 겉으로는 드러나지 않는다. 장애인 활동보조에 많은 기대는 하지 않았지만 장애인 활동보조는 겉으로 드러나는 장애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듯했다. 형은 자신을 지나치게 잘 챙기는 편이다. 정수기에서 나오는 물은 썩었다며 생수만 챙겨 먹는다. 음식도 자신이 직접 사지 않으면 신너나 청산가리가 들어 있다며 먹지 않는다. 약간이라도 그 으른 음식은 암을 유발한다며 절대 먹지 않는다. 냉장고 문에는 청테이프를 붙여놓고 누군가 열었을 때 한눈에 알아볼 수 있도록 표식을 해둔다. 세끼는 꼬박꼬박 챙겨 먹는 편이다. 끼니를 거른다는 것은 형에게 있어서는 절대 안 될 일이다. 식사를 제때 먹지 않으면 형은 몸에 힘이 없어 예민해지고 큰일이 난 듯 분노에 휩싸인다. 잠은 8시간은 꼭 자야 한다. 잠을 못 이룬다면 잠자리에 누워서라도 시간을 보내야 한다. 그래도 못 잔다면 일과시간에 자야 한다.
형은 조사관에게 20여 년 전 교통사고로 병원에 갔을 때 뇌도청 주사를 강압적으로 맞았다고 했다. 그 후로 계속해서 뇌도청을 당하고 있다고 했다.
조사관은 장애인활동보조가 지원되지 않아도 실망하지 말라고 한다. 일상생활지원서비스도 있으니 알아보는 것이 좋겠다고 한다.
형의 말을 듣고 있던 조사관은 형의 지능지수가 얼마나 되는지 물었다. 형의 앞뒤 맞지 않는 말에 지적장애에 해당되지 않는지 알고 싶어 했다. 형은 직적 장애에 해당되지 않는 애매한 경계성지적장애에 해당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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