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행, 마음 휠체어를 타는 사람 2 >
요즘 일이 바쁘다 보니 무리를 한 듯했다. 몸이 무겁고 찌뿌둥한 것이 몸살기가 돌았다. 지친 몸이 쉬어달라는 신호를 보내고 있는 것이다. 그래도 의뢰인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노력했고 일이 어느 정도 마무리되어 갔다. 일이 한 꺼풀 진정이 되었는지 뜸한 틈을 타 휴식도 취하고 식사도 잘 챙기니 몸이 금세 회복되는 느낌이 들었다. 무엇보다 일에 시달리던 마음에 여유가 생기니 살 것만 같았다.
형은 몸에 조금만 이상이 생기면 약부터 찾는다. 소화가 안 되면 소화제를 먹고 몸에 근육통이 생기면 여지없이 파스를 붙인다. 한창땐 일을 나가야 하는데 전날 잠을 푹 자지 못한 탓에 일을 나가기보단 잠을 청한다. 운동을 하다 근육통이 생기면 없어질 때까지 최대한 움직이지 않거나 약을 챙겨 먹었다. 약이 마치 무슨 만병통치라도 되는 줄 알고 있다.
정신과 약이 그렇듯 사람이 늘어지고 쳐지고 무능해지는 현상이 있다. 형은 점점 움직임이 적어지고 산책이나 마트를 가는 등 외부활동을 하지 않으려고 한다. 예전부터 정지 동작에서 손을 떤다든지 다리를 떠는 증상이 있어 매번 움직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틈만 나면 형 집에 방문해서 같이 산책하고 마트에 가고 주변을 돌며 몸을 움직여야 건강해진다고 말을 하게 된다. 형이 이 말을 잘 들을 리가 없다는 것을 알지만 해도 해도 부족한 말이기에 하고 또 하고 또 하게 된다.
군대에서는 명령을 하달하면 복명복창하게 되어 있다. 자신의 입을 통해 크게 되풀이하게 되는데 이렇게 반복하게 되다 보면 어느새 세뇌가 되듯 명령이 몸에 배이고 명령대로 자연스럽게 움직이게 된다. 무서운 말이기도 하지만 이것만큼 효율적인 게 없었다. 형을 보며 매번 움직여야 된다. 운동해야 건강하게 살 수 있다. 누우면 안 된다고 반복하게 되는데 어느 순간 복명복창이 떠오르게 되었다.
어떤 말이 가장 효율적일까! 형이 제일 먼저 챙기는 건강을 스스러 지키지 못하고 약에 의존하는 형을 일깨우는 방법이 필요했다. 매번 반복적으로 할 수 있는 복명복창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떤 말이 가장 효율적일까! 생각하다 일상적으로 하는 대화를 그대로 구호로 만들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1. 움직이면 살고 가만히 있으면 죽는다.
2. 운동해야 살고 안 하면 죽는다.
3. 움직여야 살고 안 움직이면 죽는다.
여러 구호를 생각하다 능동적이고 간결하고 일상적으로 와닿는 '움직여야 살고 안 움직이면 죽는다'라는 구호를 만들게 되었다. 우리는 만나면 구호를 같이 한다. 내가 먼저 "움직여야" 하면 형은 "살고"라고 말하고 "안 움직이면" 하면 "죽는다"라고 답한다. '운동'이란 단어는 약간 강압적일 수 있기에 '움직인다'라는 일상적인 말을 사용하게 되었다. 형은 강압적으로 다가오면 중2병처럼 거부감을 드러내고 안 하려고 한다.
구호를 할 때는 그때그때 다르게 재미나게 해야 한다. 강하게 하기도 하고 약하게 하기도 하고 부드럽게도 하고 해서 '움직여야' 다음에 '살고'가 나오고 '안 움직이면' 다음에 '죽는다'가 나오게 유도해야 한다.
자~ 그렇다면 형은 오늘 외부 활동을 하며 움직였을까! 당연히 집 밖으로 나와 움직이지 않았다. 집안에서 실내 자전거를 타며 움직였다고 한다. 그렇다고 질책을 해서는 절대 안 된다. 그것만이라도 한 것에 대한 칭찬을 잊어서는 안 될 일이다. 내일이라도 외부로 나가 움직이면 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