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내가 내 삶을 인지하기 시작했을 때 받았던 칭찬의 순간을 잊을 수 없습니다. 직접적으로 들은 건 아니지만, 얇은 벽 너머로 유치원 선생님과 엄마가 나누는 대화가 들려왔습니다. "조곰이가 미술에 재능이 있는 것 같아요." 이 말이 얼마나 기분 좋았던지, 유치원생이었던 작은 아이가 우쭐했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누군가 시켜서 그릴 때는 잘했지만, 자유 주제를 주면 아무것도 못 그린다는 사실이었습니다. 그걸 인지한 순간, 유치원 6세의 두 번째 작품을 만들게 되었죠. 선생님은 유치원에서 가장 잘 그리는 1살 위의 누나가 그린 공룡과 원시인 그림을 보여주며 "이렇게 조곰이만의 원시시대를 그려보는 거야"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누나의 그림을 그대로 따라 그렸습니다. 분명 저만의 원시시대를 그려보라고 했지만 말입니다. 색채와 구도, 모든 것을 베꼈고, 붓의 방향이나 돌멩이의 개수까지도 똑같이 따라 했습니다. 그렇게 칭찬받았습니다. "우와, 조곰이 훨씬 잘 그렸네!" 하지만 그 순간, 그림의 주인인 여자아이가 성질내며 본인의 그림을 빼앗아 간 기억도 남아 있습니다. 그 그림은 지금도 남아 있어 그때의 상황이 선명하게 기억납니다.
이후, 누군가의 그림을 카피하지 않고 창작의 시간을 가졌지만, 잘하지 못했습니다. 정확하게 그때만큼의 칭찬을 받지 못했습니다. 그렇게 미술에 대한 흥미를 점차 잃어가며 중학교에 올라갔습니다. 그러나 공부를 못하니 부모님은 어릴 때 잘했던 미술을 다시 하게 했고, 선생님이 주는 사물 이미지를 받아 연필로 소묘를 시작했습니다. 카피하는 것은 너무 쉬웠습니다. 이미지에 이미 많은 양의 정보가 있었거든요. 받는 빛의 양, 질감 표현, 그림자의 방향을 그대로 따라 그리라고 하니 얼마나 쉬웠겠나요. 그렇게 다시 칭찬을 받았습니다. "조곰이 누나 형들만큼 잘하네." 선생님은 고등학교 1학년 때부터 본격적으로 대학 입시 미술을 준비할 것을 권유하셨습니다.
중3의 나에게 미래에 대한 확신이 있었을까요? 누군가는 확신이 있을지 모르지만, 저는 없었습니다. 그저 집에 와서 스타크래프트를 즐기는 것이 좋았고, 혼자 있는 환경을 좋아했을 뿐, "나는 무엇이 될까?"라는 질문에 답할 수 없었습니다. 어릴 때부터 했던 성악, 음악 모두 흥미가 없었습니다. 심지어 수학과 영어 학원에 여러 개 다녀도 성적은 중간 정도일 뿐이었죠. 하지만 유일하게 연필로 그릴 때 느꼈던 성취감과 칭찬이 있었기에, 결국 미술을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저는 인정 받기 위해 입시 미술을 준비하게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