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소고 I
네일숍에 한 번 가면 한 시간 반에서 두 시간 정도를 소비한다. 사실 시간만 보면, 정말 아깝다는 생각이 든다. 내 신체 중 가장 작은 일부가 아름다워지는 시간으로는 너무 길다. 처음에는 그저 가만히 서비스를 받으면서 지나가는 시간이 아까워 폰을 들여다보기도 했다. 그런데 손을 계속 바꿔가며 관리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쉽지가 않았다. 다음에는 관리해 주는 분과 대화를 나눴다. 주로 잡다한 내용들이다. 영화, 여행, 쇼핑 같은 것들. 그러다 생각해 보니 나야 무료한 시간을 그렇게 보낸다지만 일하는 분은 응대하느라 피곤하지 않을까 싶었다. 지금은 여전히 몇 마디 대화를 주고받기는 하지만 눈을 감고 소파에 머리를 기대어 쉬는 편이다.
네일은 거의 3주의 한 번 정도 받게 되는데 확실히 기분전환이 된다. 소비한 시간만큼 환기시켜 주는 효과가 있다는 건 내게 참 다행한 일이다. 손톱이 예뻐진다고 글이 잘 써지는 건 아니지만 기분이 좋아지면 생각나지 않던 글이 갑자기 떠오르기도 하기 때문이다. 글을 써야 할 때, 마음은 사실 엉덩이를 의자에 붙이고 앉아 몇 시간이고 들여다보고 있는 편이 마음은 가장 편하다. 내가 글을 쓰기 위해 버티고 있는 그 시간이 뭔가 적의를 불태우며 쓸 수 있다는 투지를 잃지 않는 듯한 느낌이다. 그렇지만, 마음만큼 글이 써지는 건 아니라서 효율은 떨어진다.
사정이 그렇다 보니 요즘은 집중해서 글을 쓰는 시간은 몇 시간 안 되고 나머지 시간에는 외출을 하거나, 전시를 보고 그도 아니면 여러 권의 책들을 뒤적거린다. 더 많은 시간에 글을 쓰지 않는다는 건 조금은 죄책감이 느껴지기도 하지만 중요한 건 양질의 글을 쓰는 일이라 아쉽지만 조급해하지는 않는다.
내 생활과 글을 쓰는 일을 배분하는 건 쉽지가 않다. 글에서 너무 멀리 있어도 좋지 않고 가까이에만 있으면 피로하다. 내가 가장 행복한 시간은 하루 종일 글이 잘 써져서 다른 일은 다 잊어버려도 좋을 때이지만 그럴 때 안 좋은 점은 식사를 거르거나 운동을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글을 쓰는 일도 근력이 필요한 일이라 힘들어지면 금방 티가 난다. 배가 고파 정신이 희미해지거나 운동부족으로 허리가 뻐근해지는 것들이다.
그러다 보니, 루틴을 만들게 되었다. 새벽글을 쓰는 것으로부터 한, 두 끼의 식사와 하루에 한 번 한 시간가량 걷기는 반드시 지키려고 노력한다. 그 작은 노력으로 적어도 24시간을 전부 허투루 쓰지는 않게 되었다. 그것들만 지키면 네일을 받는 시간도, 외출을 하는 시간도 나 스스로에게 너그럽게 허락하게 된다. 아직은 체력을 좀 더 키워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운동시간은 좀 더 늘리고 오후에 글 쓰는 시간을 잡아보려고 한다. 체력이 좋아지는 만큼 건강한 글이 나오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