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소고I
최근에 지인이 브런치스토리를 시작했다. 아이 둘과 다정한 남편. 언제나 해맑고 단단한 아내와 엄마로 가족의 중심역할을 잘하는 그다. 그가 브런치스토리를 시작했다는 소식을 접하고 반가운 마음에 얼른 쫓아가 글을 읽었다. 길지 않은 이야기로 몇 회를 썼는데 읽고 놀랐다. 그 맑은 사람에게 힘든 가족사와 우울증을 앓았던 시기가 있었다.
또 한 지인은 옷을 팔고 있다. 그는 여든 살이 넘었지만 누구보다 의욕이 넘치고 늘 밝은 웃음이 어린 얼굴이 보기 좋은 사람이다. 무거운 옷 보따리를 양손에 들거나 어깨에 짊어지고 나를 수 있을 정도로 근육이 있는 건강한 몸을 가지고 있다. 그가 얼마 전에 고백을 했다. 공황장애를 앓은 지 삼십 년이 되었다고. 그 얘길 꺼낸 이유는 이제 약을 조금씩 끊어볼까 하기 때문이다. 아직은 약을 먹지 않은 날에 불안감이 있어서 조심스럽지만 시도를 해볼 생각이란다.
겉으로는 괜찮아 보여도 사람은 모두 제각각의 상처를 안고 살아간다. 어떤 사람은 그 상처로부터 성장하고 어떤 사람은 그 상처로 인해 좌절한다. 행복하다는 건 생의 모든 것이 완벽함이 아니라 부족함을 채워가는 일이다. 상처받은 마음을 다른 사랑으로 채워간다. 생에는 많은 기회가 오고 그것들로 치유받으며 살아간다. 지금은 베네치아에 가도 곤돌라 사공의 아름다운 노래를 들을 수는 없다. 세월이 가면 아무리 아름답던 것들도 변한다. 더불어 아무리 고통스럽던 날도 지나간다.
살면서 일어난 일에 원망하고 변명하기보다 끝나지 않을 것 같은 고통의 날을 어떻게 버텨내는가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 언젠가는 내가 이겨낸 시간에 대해 나를 자랑스러워할 날이 있을 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