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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진의 결혼식

일상의 소고 I

by 보나쓰

지난주에 지인의 소개로 알게 되었던 동생 유진이의 결혼식이 있었다. 나는 어느새 나이를 먹어 친구가 아닌, 동생이나 조카 또는 친구의 딸들의 결혼식에 어른으로 참석한다. 이십 분 거리의 지역에서 열리는 식이라 여유 있게 출발했는데 신호도 많고 차도 많아서 빠듯하게 도착했다. 서둘러 신부의 얼굴을 보고 잘 살라는 인사를 마신뒤에 축의금을 넣었다.


신부 측에 앉으려고 보니 이미 자리가 꽉 찬 상태라 하는 수 없이 신랑 측 의자로 가서 슬그머니 구석자리에 앉았다. 얼마 되지 않아 사회자가 유연하게 식이 시작됨을 알렸다. 각 자리에는 둥근 플라스틱전구 같은 것들이 몇 개씩 놓여있었는데 그 전구에 불이 들어오면 신랑신부를 위해 흔들어주면 된다고 했다. 크지 않은 키에 인상 좋은 신랑이 등장할 때 처음으로 불이 들어와 높이 들어 흔들어 주었다.


유진이는 지금 신랑을 만날 때쯤 유난히 소개팅을 많이 했었다. 아마도 인연이 닿아 결혼할 때가 되었었나 보다. 키가 크고 통통하고 수줍은 미소를 가진 유진이는 첫 만남 이후 내게 사랑 고백을 하듯이 카톡으로 언니가 좋아요 하고 문자를 보냈다. 그때만 해도 어리게만 보였는데 어느새 결혼을 한다.


신부는 아버지의 팔짱을 끼고 식장의 불빛을 받아 하얗게 반짝였다. 신부입장이라는 사회자의 말이 떨어지자 가볍고 적당한 보폭으로 신랑이 서 있는 곳으로 걸어 들어왔다. 화장을 가볍게 해서 얼굴의 여드름이 다 드러난 피부가 그녀를 더 앳되게 보이게 했다.. 단정하게 말아 올린 머리에 올린 면사포는 가볍게 흔들렸고 정갈한 디자인의 웨딩드레스는 단정한 그녀의 성격에 잘 어울려 보였다. 세상의 모든 신부는 정말 다 예쁘구나 생각하며 신랑 앞에 서서 신부의 아버지가 딸의 팔을 사위에게 인도할 때까지 나는 쉬지 않고 박수를 쳤다.


결혼식에는 주례가 없었고 신랑의 아버지가 축사를 했다. 신랑 신부는 친구들과 함께 춤을 췄고 뮤지컬 배우라는 신부의 지인이 멋진 노래로 하객의 호응을 이끌어냈다. 덕분에 식장은 뜨거웠고 신부의 얼굴을 발갛게 상기되어 잘 익은 사과처럼 예뻤다.


신랑 신부가 퇴장을 할 때에 열심히 사진을 찍어주었다. 메인카메라에 잡히지 않은 신랑 신부의 모습이 얼마나 잘 어울리고 아름다웠는지 보여주고 싶어서. 식이 끝난 후에 나는 오래 머물지 않고 돌아왔다. 정말 오랜만에 참석한 결혼식이었다. 누군가의 행복한 순간을 함께 한다는 건 정말 기쁨에 흠뻑 젖는 일이다. 오후에 유진에게서 문자가 왔다. 언니 식사하고 갔어요? 나는 간단히 대화를 주고받은 후에 다시 말했다. 잘 살아라, 유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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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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