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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나쓰 Jul 08. 2024

극장 문 뒤에 숨어 도사린 것이 만약 삶이라면

극장 문 뒤에 숨어 도사린 것이 만약 삶이라면, 우리는 삶을 살게 된다. 만약 그것이 죽음이라면, 그러면 우리는 죽을 것이다. 막간극은 아무래도 상관이 없다. - 불안의 서, 페르난두 페소아


사랑이 사랑이 아니라 한들 사랑이 아닌 것이 되지 않는다. 사랑은 이미 태어날 때부터 작은 배꼽에 새겨져 심장을 돌아 온몸으로 퍼져 나간다. 손끝, 발끝 머리카락 한 올 한 올 내 몸 구석구석, 내 마음 구석구석 사랑이 아닌 것은 없다. 사랑이 피는 때와 아닌 때가 있을 뿐이다.


아침에 일어나 좀비처럼 걸어 책상 앞에 앉는다. 난데없는 사랑타령이 글 속으로 파묻힌다. 무엇을 원하는가. 비에 젖는 세월에도 나이를 먹지 못한 나의 정신이 더 절절하게 사랑을 노래한다. 가엾게도 사랑은 제 멋을 내지 못한다. 사랑도 주인을 잘 만나야 그 빛이 환호처럼 빛나는가 보다.


나는 소설책을 읽듯이 나의 영혼을 읽어본다. 페이지 첫 줄에는 이렇게 적혀있다. 


사랑이 나를 이기면 나는 침묵으로 섬기고 증오를 심을 것이다.


나의 마음이 아무리 사랑인들 핏빛 죽음처럼 진득해져 들러붙어 버리면 무슨 소용이 있을까. 내 영혼은 언제나 사랑에 용감했다. 나는 사랑이 주는 영혼의 성장과 삶을 질적으로 응축시키는, 보이지 않는 힘을 믿었다. 사랑을 잃었을 때 나의 영혼은 온전히 존재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드는 이유이다. 나는 오늘 자살을 선택한 상처 입은 영양과 같다. 사자에게 걸어가 평안을 구걸한다. 나의 목덜미를 물어달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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