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이런 일이 있어요.
드럼세탁기 안에서 뒤엉킨 속옷과 양말처럼, 내 일상도 크고 작은 일과 생각, 감정들이 뒤섞여 돌아간다.
좋아하는 일은 대개 수익이나 성취보다 감각에서 시작된다. 글을 쓸 때면 나는 현실의 소음을 잠시 줄이고, 오롯이 나만의 기쁨에 빠져든다.
하지만 생활은 언제나 예측할 수 없는 파도처럼 다가온다. 월세, 고지서, 마감일 같은 단어들이 머릿속을 스치고,
가끔은 ‘이런 것들이 무슨 의미가 있나’ 싶다가도,
내가 좋아하는 일, 사소한 기쁨, 때로는 어이없는 실패까지
모두 내 삶을 이루는 조각들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건 그냥 취미로 두면 안 돼요?”
“그게 무슨 의미가 있나요?”
책을 내고 나서 자주 듣는 질문들이다.
나는 ‘안 되는 게 아니라, 그러면 내가 사라질 것 같아서요’라는 대답을 입속에서 삼킨다.
좋아하는 일, 사소한 습관, 때로는 아무도 모르는 내 생각들까지,
이 모든 것이 모여 지금의 나를 만든다.
어느 날 라디오에서 도자 작업을 평생 해온 한 작가의 이야기를 들었다.
가마 앞에 선 시간이 사십 년, 그중 삼십 년은 가난했고, 깨지는 그릇이 팔리는 그릇보다 많았다.
그래도 그는 매일 진흙을 만지고 물레를 돌렸다.
그에게 도자기는 생계를 위한 일이 아니라, 버티는 감정이었다.
도자 위에 맺힌 미세한 균열을 보고도 작업을 놓지 못한 이유는,
그 결 안에 자신의 마음이 섞여 있다는 걸 알기 때문이었다.
이제 그의 작품은 박물관에 걸리지만, 그는 여전히 흙을 만질 때 가장 자신답다고 말했다.
삶은 늘 정답이 없는 질문 같다.
좋아하는 일, 잡다한 생각, 사소한 습관, 우연한 만남,
무너질 것 같은 날 나를 조금 덜 무너지게 하는 작은 일들.
이 모든 것이 모여, 오늘의 내가 된다.
이 책은 그런 잡다한 순간들,
내 생활과 생각, 일과 감정,
그 속에서 발견한 작은 의미와 마음의 기록이다.
이 글을 읽는 당신에게도,
무너지지 않게 해주는 사소한 기쁨과 생각들이 있기를 바란다.
혹은, 아직 찾지 못했다면 이 글이 작은 실마리가 되기를.
이제, 내 일상의 조각들을 하나씩 꺼내어 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