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시인이 되어야겠다.
아들의 노래에 가사를 주고 싶어 글을 쓰기 시작했다. 특별히 가사 느낌과 비슷한 짧은 글들을 쓰고 싶었고 일어난 일에 대한 축약된 시각을 가지고 싶었다. 가사는 일어난 일에 대한 함축된 내용을 표현해야 한다는 생각에 그랬는데 이제 와서 보니 그게 중요한 게 아니었다. 어차피 노래는 아들의 몫이고 나는 아들의 몫에 도움이 되는 글을 주고 싶은 마음일 테니까 말이다.
아들에게 영감을 받고 스치듯 번쩍하며 지나가는 생각들을 핸드폰에 잡아넣고 완성된 문장에 뿌듯해했다. 다음 날 쳐다보면 괜찮은 글도 있고 아닌 글도 있었지만 내가 쓴 글에 놀라곤 했다. 짧은 시간 동안 쓴 글 치고는 길었고 쏟아져 나오는 결과물들이 신기했기 때문이다. 이걸 시라고 부르긴 부끄러웠지만 그냥 기분이 좋았다. 나중에 사용할 씨앗을 모으는 것이라 생각하고 글을 완성하는 것에만 집중했는데 그런 과정에서 오는 성취감이 있었다.
내가 경험한 것들은 글이 된다. 문구점에 일하면서 일어난 일들을 쓰고 있는지라 이곳의 에피소드가 글의 근육이 된 느낌이다. 특히 아따씨를 통해 뿜어져 나오는 나의 장난기는 짧은 글을 쓰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 나와 다른 성향을 가진 사람을 관찰하는 것만으로 내 안의 호기심이 용기를 낸 모양이었다.
유치하고 무안한 일을 회상하며 기록하는 것은 철가면을 쓴 뻔뻔함을 요구했다. 아무 일도 아닌 것처럼 당당하게 써야 했기 때문이다. 계속해서 생겨나는 문구점 이야기가 있지만 엉덩이를 붙이고 앉아 있을 시간이 없다. 그래서인지 참새가 지나가는 속도로 생각나는 영감은 짧은 시로만 완성이 됐다. 뭔가 생각은 나는데 지나면 잊어버리기에 메모로 참새라는 생각을 가두고 있는 것이다.
시에 대한 기초지식도 없이 그냥 꺼내어지는 짧은 글은 나에게 흥미로움이다. 특히 매장에서 장난기로 절여진 내 시를 선보이며 모두가 웃는 경험은 나의 기쁨이었다. 구구절절 이야기를 적어내는 긴 글보다 가사처럼 보이는 짧은 글을 적는 게 내게 맞는 옷이며 앞으로의 지향점이라 생각할 정도로 말이다.
더 기쁘고 더 뿌듯한 글은 아들에게 주는 가사가 될 것이다. 아들의 선율에 어울리는 문장을 줄 수 있는 사람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그런 글을 만들고 싶은 마음에 경희 사이버 대학 미디어 문예창작과에 입학했다. 시 쓰는 법을 제대로 배우고 싶었고 좋은 가사를 쓰려면 시인부터 되어야 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난 대학생이 됐다. 이제는 일하면서 공부하고 글도 써야 한다. 여유로운 시간에 책을 읽고 영화도 보겠지만 목표가 있어 무음의 공간과 홀로의 시간이 허전하지 않다.
집에 가면 조용한 시간. 나만의 시간이 찾아온다
그 시간을 구슬려 휴식하고 생각하는 사람이 되어야겠다
어쩔 땐 먼지가 눈뭉치로 보이는 나노급의 섬세함을 꺼내고
어쩔 땐 지구의 중심과 만나려는 깊이감도 꺼내며
어쩔 땐 하늘의 구름을 뚫는 가벼움도 꺼내야겠다
문구 이야기는 계속되면 좋겠지만 언젠가 마무리될 일
내 몫의 공부를 해내면서 다음을 준비해야겠다
내 몫은 시인이 되는 것
그래
나는 시인이 되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