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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개월 동안 같은 점심메뉴. 비빔밥 사랑은 앞으로도 쭉

셋째 날) 7개월 이상 주 5일 점심은 야채비빔밥이나 들깨콩나물국이었다.

by 글쓰엄

야채 듬뿍 담긴 비빔밥을 점심으로 먹은 지 7개월째다. 물론 비빔밥만 먹기 무안한 날에는 들깨 콩나물 국밥으로 대신했다. 그래도 주 5일에 한 번만 들깨 콩나물 국밥을 먹고 나머지는 비빔밥을 먹었다. 식당에 사장님, 사모님도 이렇게 오랫동안 같은 메뉴만 먹는 사람을 못 봤다고 하시는데 개인적으로 너무 좋아한다. 평소에도 야채를 좋아하지만 조리하기 귀찮아서 컨디션 좋은 날에만 만들어 먹는 정도였는데 매일 점심으로 야채 비빔밥을 먹을 수 있어 행복하다. 같은 음식을 먹어도 몸에 좋고 맛도 있다면 점심메뉴를 고민할 필요는 없다.


이곳 식당을 몰랐던 7개월 전에는 점심때마다 고민이었다.

"오늘은 뭘 먹지?"

혼자 점심을 먹으러 다녔기 때문에 금방 먹을 수 있고 자주 가던 곳을 좋아했다. 혼자 먹어도 어색하지 않고 식당사장님과도 이야기할 수 있기 때문에 외롭지 않았다. 먹을 때는 핸드폰이라는 친구가 있어 브런치스토리를 보거나 간단한 글을 쓰기에도 좋은 시간이었다. 그런데 가는 곳마다 음식이 물렸다. 개인적으로 찌개는 좋아하지 않았지만 먹을 게 없어 시켜야 했다. 그러다 보니 속은 불편했고 먹고 싶었던 음식을 먹지 못해 저녁에 몰아서 먹게 됐다.


어느 날 같이 일하는 직원의 식당 권유에 바꾸지 않았던 점심식당의 동선을 바꿔 봤다.

평소에도 야채를 소처럼 먹어대는 나를 보고

"과장님 좋아하는 풀데기가 엄청 많아요. 한 번 가보세요."

"뭐라고요? 풀데기가 많다고요?"


듣던 중 반가운 소리였다. 그렇지 않아도 점심에 밥 대신 야채 가득한 샌드위치를 먹어볼까 고민하던 중이었다. 그만큼 야채가 먹고 싶었다. 점심때마다 뭘 먹을지 고민하는 것도 싫었고 밥맛이 없다고 편의점에 가서 대충 때우기도 싫었다. 다음날 바로 방문한 식당에는 손님들로 가득했다. 겨우 남은 자리에 야채비빔밥을 주문했더니 야채가 떨어져 국밥밖에 없다는 것이다. 아쉬웠지만 들깨 콩나물 국밥으로 점심을 먹었다. 고소한 들깨향이 밥을 다 먹어도 입안에 남아 기분이 좋았다. 음식의 간이 짜지도 않고 직접 담그신 듯한 깍두기는 아삭하니 너무 맛있었다. 모든 음식이 내 입에 짜지 않아 싱겁게 먹는 나에게는 보물 같은 장소였다. 식당의 사장님과 사모님도 얼마나 좋으신지 나에게는 천사 같았다.


다음날부터 나는 야채비빔밥을 15일간 먹었다. 매장의 사장님도 국밥만 드셨다는데 우리 보고 형제가 아니냐까지 물어보셨다. 그 말씀에 머쓱해져 다음날에는 들깨 콩나물 국밥을 먹기는 했지만 비빔밥이 내게는 보약이었다.


야채 듬뿍 비빔밥


야채 듬뿍 비빔밥에는 간이 되지 않은 콩나물과 무나물, 당근나물, 자른 상추, 김가루, 계란프라이, 표고버섯이 가득 들어 있어 소식하는 여성의 경우 한 그릇을 먹기 힘들다. 한눈에 봐도 와~라는 감탄사가 나오니 야채와 밥만 비벼도 손목이 아프다. 처음에는 밥의 양을 생각지 않고 먹었는데 배가 너무 부른 거였다. 그러다 미처 비비지 못한 밥알들을 보고 그 밥만큼 남기게 되었다.


식당에서 밥을 남기면 맛이 없어 남기나 생각하기 쉬운데 양이 많아서인 경우도 있다. 또 이 식당에는 국밥을 전문으로 하는 곳이기에 밥이 찰지지 않았다. 국밥에 넣어 먹을 때는 밥알이 불어서 괜찮은데 비빔밥으로 먹을 경우 밥알이 딱딱하게 느껴질 때도 있었다. 그리고 밥을 남기지 않을 자신도 있었지만 왠지 다이어트에 도움이 되지 않는 것 같아 남겼다. 내가 남긴 밥에 신경이 쓰이신 지 사모님께선 밥이 많냐고 물어보셨다. 그렇다고 대답을 하니 밥양을 줄여주셨다. 하지만 그 밥도 많아 사모님께 부탁했다.

"사모님! 야채양은 그대로 주셔도 되는데요. 밥은 반보다 더 작게 주셔도 돼요."

"그럼 100g? 너무 적지 않아요?"

"아뇨 100g! 너무 좋아요."


다음날 적어진 밥을 비비며 야채를 섞는데 그대로인 느낌이었다. 하지만 먹어보니 내 배통에 적당했다. 그리고 배가 불러야 저녁까지 든든할 수 있으니 그만큼은 먹어야 했다. 나오는 길에 사모님께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사모님! 밥양이 저랑 맞았어요. 너무 좋아요. 신경 써 주셔서 감사해요~."


몇 달을 비빔밥만 먹으니 몸의 컨디션이 좋아지는 게 느껴졌다. 점심을 먹고 난 후에도 허전한 생각이 들면 초콜릿과 과자를 먹어댔지만 야채를 많이 먹은 덕분에 전보다 건강해지는 느낌이었다. 또 야채를 먹었으니 안심하고 과자를 먹었다. 과자를 먹어도 점심때 먹은 야채가 밀어내 줄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덕분에 살찌는데 도움이 됐지만 과자만 먹지 않는다면 괜찮다. 다이어트 중이건 아니건 야채 비빔밥만 먹을 수 있어도 좋았다.


점심때마다 혼자서 비빔밥만 주구장창 먹고 가는 내가 신기할 것이다. 주말에도 비빔밥이 생각나 금요일 점심이면 토요일 비빔밥을 포장해 갈 정도니 나도 끈질기긴 하다. 그만큼 사모님이 주신 비빔밥을 사랑한다. 몸이 힘들어 건강하게 먹고살고픈 바람을 식당사모님이 만들어주신 야채 듬뿍 비빔밥을 먹고 이루고 있는 셈이다. 식당의 사장님과 사모님에게 감사하며 오래 하셨으면 좋겠다.


어느 점심때였는데 결제를 하다 사모님과 대화하게 되었다.

"사모님! 제가 사모님 밥을 먹으면서 컨디션이 너무 좋아지고 있어요. 제게 여기는 약국입니다. 사모님은 약사시구요. 너무 감사해요."

"고마워요."


내가 봐도 부끄러운 듯 감동해하시는 사모님의 홍조 띤 얼굴에 감사의 인사를 전할 수 있어 좋았다.

내가 여기서 계속 일하는 동안!

사모님께서 계속 음식을 만들어 주시는 동안!

내 점심메뉴는 야채 듬뿍 비빔밥이다.





(다이어트 셋째 날)

-아침 : 삶은 계란 1개

-점심 : 야채 비빔밤

-저녁 : 으깬 병아리콩 + 그릭요거트200g + 쌈무 + 버섯 + 삶은 봄동 + 계란 3알

-취침시간 : 밤 10시 30분


-아침운동 : 아령 들어 올리기, 다리 들어 올리기(8분)

-저녁운동 : 집안일, 스쿼트 20번 3세트, 다리 들어 올리기 20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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