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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도 간식 먹는 것처럼 자주 몸을 움직이자.

다이어트 넷째 날) 하기 싫은 운동. 그래도 근력을 위해선 해야한다.

by 글쓰엄

종일 서서 일하는 시간이 많은 내게 운동은 힘들다. 모처럼 쉬는 휴일에도 산책 삼아 1시간을 걷다 오면 2시간을 자야 하는 몸뚱이가 됐다. 20대부터 운동의 중요성을 알아 조금씩 해 왔지만 꾸준하지 못했다. 음악에 맞춰 동작을 하는 에어로빅이나 헬스는 다이어트에 필수지만 40대 중반이 넘어가며 일을 하는 상태에서는 힘들다. 주말에 걷는 운동이나 윗몸일으키기, 운동 동영상을 보며 따라 하는 정도로 만족한다. 그마저도 힘들거나 배부르면 패스하는 날도 많았으니 살기 위해서라도 운동은 필수라는 건 그냥 아는 말이다. 먹고 운동한다고 살이 빠지는 것도 아니고 소화시키려고 몸을 움직인 정도였으니 체력증진에는 도움이 되지 않았을 것이다. 그나마 운동이랍시고 몸을 움직이는 것만으로도 다행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건강하게 살아가려면 꾸준한 운동은 필수다.


그동안 내가 해 봤던 운동들에 대해 생각해 봤다. 우선 에어로빅은 20대 직장생활을 하면서 7개월간 다녔다. 음악에 맞춰 동작을 따라 하며 팔다리를 허우적거리는 30분과 나머지 20분의 근력운동이었다. 땀을 뻘뻘 흘리며 운동한 후의 기분 좋음은 온몸의 근육들이 뭉치면서 아파하는 상태보다 좋았다. 뭉친 근육들은 며칠만 지나면 괜찮아졌고 일상이 피곤하지 않아 체력이 늘어가는 가뿐함을 느꼈다. 이때의 경험으로 에어로빅은 내 최애 운동이 되었지만 40대 초반에 에어로빅을 다녀 보니 체력이 따라 주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동작을 따라 하는데 힘이 빠지면서 오래 할 수 없었다. 에어로빅을 하기 위해 40분을 걸어가 50분을 뛰고 40분을 걸어서 집으로 와야 했는데 내게는 무리한 운동이었다. 차를 타고 에어로빅 학원을 가도 됐었지만 주차공간이 부족하고 귀찮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래서 걸어다녔는데 운동이 과했다. 그러다 에어로빅 학원이 문을 닫으면서 자연스레 멀어졌다. 이제는 하라고 해도 못한다. 동작 따라 하기도 신경 쓰이고 시간 맞추기도 힘들다. 그냥 자연스럽고 자유롭게 움직이는 운동을 하고 싶다.


헬스장에서 했던 운동은 자전거 타기, 러닝머신, 스트레칭, 샤워하고 집으로 오기. 이게 다였다. 너무 지루하고 외로운 시간들이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헬스장의 기구들을 사용하지 못하니 재미를 못 느꼈던 것 같다. 헬스장의 장점은 근력을 강화하는 운동기구들을 배우며 하나씩 정복하는 재미를 들이는 것일 텐데 그런 기구는 아저씨들만 하는 것인 줄 알았다. 이제는 아닌 걸 알지만 지금은 기구들을 정복할 에너지가 부족하다. 하지만 지금보다 나이가 들어 시간적 여유가 생긴다면 제대로 배워보고 싶다.


유튜브 동영상올 보며 따라 하는 홈트. 이것은 시간과 공간에 구애받지 않고 내 맘대로 할 수 있어 좋았다. 제대로 된 동작을 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따라 하며 땀이 나는 것으로 개운함을 느낀다. 매일 하기 힘들고 따라 하는 중에 지쳐서 오래 하지 않았지만 소파에 앉아 있는 것보다 훨씬 좋았다. 하지만 지금은 따라 하기도 귀찮다.


필라테스는 문화센터에 등록해서 2달을 다녔다. 일을 하면서 중단이 됐지만 뛰는 동작 없이 코어를 잡아 주는 근력위주로 운동을 하다 보니 몸에 힘이 생기는 것을 느꼈다. 필라테스 선생님도 회원들의 동작을 봐주시고 다른 분들과 같이 운동하면서 뒤처지지 않으려 신경 쓰면서 운동효과도 좋아진 것 같다. 역시 같이 해야 좋은 게 있다. 계속 다니지 못해 아쉽지만 이것 역시 다음으로 미루고 싶다.

이곳에서 사용해 본 폼롤러의 쓰임새가 매력적이다. 긴 폼롤러는 몸풀기에도 좋고 다리 들어올릴 때도 골반의 균형을 잡아 주어 좋다. 지금은 종아리가 아프면 종아리를 문지를 때 사용하지만 항상 눈에 잘 보이는 곳에 두고만 있다.


폼롤러



스피닝도 했었다. 한 달을 했는데 다른 분들과 했음에도 자전거와 부딪히며 멍이 드는 다리와 먼 거리에 포기했다. 신나는 음악에 동작도 있어 지루하지 않았지만 재밌지 않았다. 자전거 페달 신경 쓰라 동작 신경 쓰라 헤매다 보면 정신이 없다. 자전거도 못타는 나랑은 맞지 않은 운동이었다. 그래도 도전해 봤음에 만족한다.


수영은 물이 싫어 갈 생각도 없고 이제는 집에서 살랑살랑할 수 있는 운동기구들만 구매해 놓고 있다. 시간적으로 여유롭지 않으니 집에서라도 할 수 있는 운동기구들이 좋다. 계단 오르는 스텝퍼는 무릎이 아파서 베란다 구석에 먼지만 쌓여가고 있고 줄넘기는 밖에 나가기가 귀찮아 서랍에 보관 중이다. 고무밴드는 어딘가에 있을 거다. 자전거는 100퍼센트 옷걸이가 되기 때문에 작은 걸 샀는데 이것 역시 아들 자전거 밑에 방치되어 있다.


얼마 전에 작은 아들이 친구에게 38,000원을 주고 가져온 근력운동기구가 있다. 턱걸이도 되면서 다양한 근력운동을 할 수 있는 기구인데 생각보다 자리를 많이 차지했다. 아들의 방에도 둘 곳이 없어 소파옆에 놓고 쳐다봤다. 깔끔한 거실에 시꺼먼 운동기구는 어울리지 않았지만 아들이 운동하겠다고 사온 기구를 불평할 수 없었다. 그러다 평소 윗몸 일으키기나 다리 들어 올리기로 코어는 괜찮았던 나에게 할 수 있는 동작이 있었다. 양팔을 지지하며 공중에서 배에 힘을 주고 다리를 들어 올리는 동작이었다. 처음에는 10개를 했는데 다음에는 양쪽팔에 힘이 떨어지며 3개를 해내기도 힘들었다. 고작 13개를 했을 뿐인데 다음날에 아파오는 양쪽 겨드랑이와 등근육의 통증은 상쾌했다. 양쪽 겨드랑이가 아파서 버티다가 내려오더라도 운동기구 옆을 계속 알짱거렸다. 일주일 뒤에는 겨드랑이가 아프지 않으며 10개씩 3세트를 할 수 있었다. 이제는 아침저녁으로 살랑살랑할 수 있는 운동의 간식거리가 되었다. 아들에게 좋은 운동기구를 가져온 덕분에 엄마가 운동 잘하고 있다고 고맙다고 했다. 이제는 우리 가족의 놀이기구가 되었다.


아령과 근력운동기구


0.5kg짜리 아령, 2kg짜리 아령, 15kg짜리 아령(이건 아들용)이 있지만 아령운동을 하면 어깨가 아팠다. 그래서 2kg짜리 아령으로 앞으로 20번, 뒤로 20번을 들었다 놔주는 정도로만 사용한다.


지금 즐겨하는 운동기구는 스텝박스다. 스텝박스를 모를 때는 책을 쌓아서 올라갔다 내려갔다를 반복했다. 계단을 오르는 것 같은 운동효과를 기대할 수 있었고 30~40분 정도 하다 보면 땀이 나면서 기분이 좋아졌다. 주로 많이 먹은 날에 30분씩 했는데 TV를 보며 할 수 있어 지루하지 않았고 다리운동이 돼 좋았다. 생각없이 오르락 내리락 하다보면 30분은 금방이다. 50분을 채우면 땀이 난다.


스텝박스


산책! 집에서만 할 수 있는 운동은 갑갑하기 때문에 휴일에 밖을 다니거나 도서관에 책을 반납하며 걷는다. 걷는 것만큼 생각을 정리하며 아이디어가 떠오르게 하는 운동은 없는 것 같다. 걷다가 생각이나 멈추어 쓴 짧은 글들도 많은데 영감에 도움을 주는 것 같은 최고의 운동이다. 과하게 힘들지 않아도 1시간을 걷다 오면 피곤하다. 전날 잤어도 2시간을 자야 하는 나를 보며 나의 체력에 개탄한다. 이제는 운동에도 욕심내지 않아야 하나 보다.


집안일도 운동이 될 수 있다. 몸을 움직이는 것 자체가 칼로리가 필요한 것이니 나는 운동이라고 생각한다. 스쿼트도 소파에 앉았다 일어나는 것으로 대신한다. 지지대 없이 맨몸으로 했다가 무릎에 통증을 느꼈기 때문이다. 소파에 앉았다 일어나는 것을 20개씩 3세트만 하더라도 힘들다. 나에게는 운동이 된다.


40대 중후반이 되기 전까지 큰 수술들과 허약함으로 살뺀다고 심한 운동은 지양했다. 운동을 하면 몸이 힘드니 나에게는 무리다. 많이 먹으면서 운동으로 살을 빼려면 국가대표 선수만큼 운동해야 한다고 하니 자신 없다. 그래서 적게 먹으려 노력하지만 쉽지 않다. 적게 먹고 몸에 힘이 없는 상태에서 운동을 하면 살은 빠지겠지만 기운이 없어지는 느낌이다. 건강해지려고 하는 운동인데 몸에 무리가 되면 안되니 나에게 맞고 오래 할 수 있는 운동들을 선택해야 했다. 자주 움직이면서 심심하면 아령 20개 했다가 내려놓고 쉬면서 하는 운동들 말이다. 간식먹는 것처럼 운동한다면 괜찮겠다는 생각에 실천하려 노력 중이다.


집에서 매일 할 수 있는 근력운동과 휴일에 다녀오는 산책길을 운동으로 여기며 기분 좋은 컨디션을 유지해갔다. 전보다 운동양이 적어도 실망하지 않았다. 조금씩 움직이며 근육을 위한 운동을 하는 것만으로 나를 대견해 했다. 건강한 음식과 적당한 운동을 꾸준히 해 나가자라는 마음이 크기에 가능한 것 같다. 드라마틱한 결과는 나오지는 않겠지만 꾸준함으로 상승곡선을 타고 싶다. 내려가는 에너지가 아니라 한걸음이라도 올라가는 에너지라면 어느 수준에서는 강도 높은 운동을 해내지 않을까 싶다. 지금이 아니어도 괜찮다. 하다 보면 어느 수준을 만나게 될 테니까. 지금은 아니어도 멀지 않은 미래에 헬스장에서 역기를 들어 올리는 내 모습을 상상해 본다. 그때까지 운동은 천천히 꾸준히만 가도 좋다. 간식 먹듯이 말이다.



(다이어트 넷째 날)

-아침 : 삶은 계란 1개

-점심 : 야채 비빔밤

-저녁 : 으깬 병아리콩 + 그릭요거트200g + 쌈무 + 버섯 + 콩나물 + 계란 3알

-취침시간 : 밤 10시 30분


-아침운동 : 아령 들어 올리기, 다리 들어 올리기(8분)

-저녁운동 : 집안일, 스쿼트 20번 3세트, 다리 들어 올리기 20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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