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잠이 많은 편이다. 기초체력이 좋지 못해서인지 잠을 자지 못하면 머리가 아프면서 집중력이 떨어져 일을 할 때 힘들다. 걱정이 있는 날에도 몸은 예민해진다. 침대에 자려고 누워도 잠들지 못하고 억지로 잠을 청해도 자세만 바꾸다 일어난 것 같은 아침도 있었다. 양껏 자지 못해 부족해진 잠은 주말에 몰아서 자게 된다. 그러다 보니 낮과 밤의 패턴이 바뀌면서 월요일이힘들었다.
잠은 왜 자야 하는 걸까? 우리 몸은 잠을 자는 동안 면역계가 활성화되면서 자체 치유력이 증가한다고 한다. 잠을 자야 몸속에서 청소를 시작한다는 것이다. 낮동안 쌓인 독소를 해독하고 손상된 조직을 복구하여 제기능을 할 수 있도록 한다니 잠이 보약이란 말이 이해되었다. 수면시간은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7~8시간이면 충분하고 밤 10시부터 2시까지는 성장호르몬이 나온다니 지키고 싶었다.
수면에 좋은 시간대와 시간을 지켜보니 나에게는 8시간의 잠과 밤 10시 30분부터 시작이라는 규칙이 잘 맞았다. 해야 할 일이 있어도 밤 10시 30분이면 미련 없이 침대로 들어가 눈을 감고 다음날 6시 30분에 일어나 일상생활을 했다. 개운하게 일어나면서 몸과 마음이 편안해졌다. 또 매장에서 일을 하면 신경 써야 하는 일들이 많기에 알게 모르게 긴장상태로 지내게 된다. 좋은 컨디션을 유지해도 내 감정을 놓치는 경우가 많은데 잠을 자지 못한 다음날은 오죽할까.
일을 잘하기 위해서라도 수면시간은 지켜야 했다.
기분 좋게 사는 것만큼 중요한 게 기분 좋게 일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매장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은 내게 일은 선택사항에 있어 모든 결정의 기준이 된다. 약속이 있어도 일에 지장이 없는 방향으로 아들에게 갈 일이 있어도 일에 지장이 없는 방향으로 생각해서 움직인다. 그 주에 일이 많았다면 다른 약속은 잡지 않고 집에서 쉬는 쪽으로만 선택하다 보니 삶이 단순해지면서 이 일을 하려고 사는 사람같이 느껴졌다. 아무래도 체력이 좋지 못하니 미리 조심하며 일에 지장을 주려하지 않는 성격 때문인 것 같다. 기분 좋게 일했으면 좋겠다는 기준이 지켜지려면 내 컨디션이 좋아야 하기 때문이다.
지난여름 방학 큰아들과 생활한 적이 있었다. 학교 기숙사는 방학 때마다 짐을 빼야 했으니 원룸을 구하지 않고서는 집으로 와야 했다. 몇 개월 떨어져 지내다 오랜만에 보는 아들과는 반가웠다. 그러나 낮과 밤이 바뀐 채로 생활하는 야행성 기질에 밤마다 게임을 한다고 시끄럽게 굴었다. 내 방 맞은편에 자리한 아들의 방에서 밤마다 낄낄거리며 두드려대는 키보드 자판 소리에 잠을 설쳤다. 자다가도 일어나 조용히 하라고 외쳐대는 것도 하루 이틀이지 한 두 달을 그러하니 짜증이 밀려왔다. 괜스레 예민하게 구는 내가 싫었지만 이렇게 생겨먹은 걸 어쩌겠는가. 그러다 아들의 겨울방학이 생각났다. 또 이렇게 시끄럽게 굴겠구나 라는 생각이 드는 순간 학교 근처에 방을 구해 주기로 마음먹었다. 아들도 학교 근처에서 자취를 하고 싶어 했고 나도 편하게 자고 싶었기에 서로에게 좋은 일이었다. 아들이 반가운 건 잠깐이니까.
그렇게 내 취침시간을 고수했다. 반가운 아들도 잠깐이고 내 컨디션이 중요했다. 이번 겨울방학에 큰아들은 3주 동안 집에 있었다. 일주일만 있다가 올라가려 했는데 집이 좋다며 3주간 지내다 자취방으로 갔다. 다행히 여름방학 때만큼은 아니어도 조용히 시끄러웠다. 지난번처럼 밤에 깨는 일이 없었던 나는 편하게 잘 수 있었다. 엄마의 잠을 위해 신경 쓰며 키보드를 두드렸을 큰아들이 생각난다. 막상 아들이 자취방으로 간다고 하자 기분이 이상했다. 계속 품고 있다가 다시 보내려니 서운했다.
"아들! 품고 있다가 다시 보내려니 서운한 걸. 언제든 오고 싶으면 내려오고 네게 편안하고 안락한 둥지가 될 수 있도록 엄마가 잘 지키고 있을게."
그런 둥지를 지키는 내가 잘 먹고 잘 자야 한다. 다이어트를 하는 중에도 8시간 취침시간을 지키며 좋은 컨디션을 유지했다. 식곤층처럼 소파에 앉아 조는 일도 없었고 몸이 처지지도 않았다. 건강한 음식을 먹는 걸 몸이 알아주는 건가 싶었다. 피곤하지 않아 늦게 자 볼까라는 유혹도 있었지만 기분 좋게 일을 하기 위한 잠이라는 생각에 평일에는 꼭 지켰다. 금요일과 토요일은 이유 없이 기분 좋은 날이기에 늦게 자더라도 일요일부터 목요일까지는 무조건 10시 30분에 잤다.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습관도 건강한 생활습관에 속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아팠던 지난날을 생각해 보면 밤에 늦게 자는 경우가 많았다. 풀어져도 되는 주말이 되면 그런 습관들이 다시 나오는데 조심하려 한다. 일정한 출근시간과 퇴근시간이 있는 삶이 내게 좋은 것 같다. 먹는 습관과 잠자는 습관까지도 건강해졌으니 말이다.
마트에서 콘푸라이트 대신 잘 못 구입한 그래놀라가 있었다. 우유에 타 먹기에는 딱딱해서 냉동실에 두었는데 으깬 병아리콩과 그릭요거트에 섞어 먹었더니 너무 맛있었다. 무엇보다 씹히는 식감이 좋아 후식 먹는 느낌으로 먹어줬다. 다음날이 토요일이라 기분 좋게 먹을 수 있는 음식이 필요했는데 그래놀라가 안성맞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