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는 일요일! 다이어트 첫날이다. 의지는 불타오르니 지치지 않고 실천하는 게 중요하다. 뭐든 처음은 씩씩하니까. 하지만 배고프고 힘없는 다이어트는 싫기 때문에 먹으면서 하고 싶다. 그래야 오래 할 수 있으니까. 내 다이어트의 목표는 먹는 습관을 바꾸면서 건강하게 감량하는 것이다. 그래서 혈당에 신경 쓰는 식단을 구성하기로 했다. 우선 체중을 줄여야 하기 때문에 혈당이 급격히 오르는 음식을 멀리하기로 했다. 내가 좋아하는 초콜릿, 빵, 과자는 당분간 금지다. 할 수 있을까란 걱정이 앞섰지만 동그란 얼굴을 보며 할 수 있어야 했다.
우선 야채는 내가 좋아하는 음식이기 때문에 문제없다. 그런데 야채만 먹었을 때 느꼈던 허전함은 과자를 찾게 했다. 금방 소화되고 만족감이 덜하기 때문일까? 야채를 먹어도 위만 커질 뿐 포만감은 약했다. 그래서 단백질이 많은 음식을 먹을 필요가 있었다. 고기류는 지방이 많고 매일 먹을 수 없어 식물성 단백질인 콩을 생각했다. 식물성 단백질 중에 제일 떠올리기 쉬운 두부는 씹는 맛이 없어 만족감이 덜했다. 순두부도 음료수 같아 금방 목구멍으로 넘어가 버린다. 적게 먹어도 씹는 맛을 충족시켜 줄 수 있는 콩을 먹어야 했다. 그러다 주방에서 발견한 병아리콩 3Kg, 병아리콩이라면 씹는 맛은 괜찮았다. 병아리콩을 물에 불리는 동안 콩에 대한 효능을 검색했다.
우선 지방연소를 돕는 이소플라본이 있어 체중감량에 도움이 된다고 했다. 이소플라본이라고 많이 들어 봤는데 지방을 없애 준다니 새로웠다. 무엇보다 폐경기를 앞둔 여성에게 필요한 에스트로겐과 유사한 성분인 이소플라본이 들어 있다. 인정하기 싫지만 중년으로 접어든 내게 병아리콩은 매일 먹어야 하는 영양제였다.
병아리콩에 단백질이 많은 건 알고 있었지만 식이섬유가 든 것은 생소했다. 식이섬유는 소화에 중요한 역할을 하여 배변을 조절하고 변비를 예방하는데 좋다고 했다. 실제로 이 식단을 지킨 3일째부터 매일 화장실에 갈 수 있었다. 그동안 단 과자들을 많이 먹은 결과로 내 장은 좋지 않았다. 점심에 야채 듬뿍 비빔밥을 먹어줘도 그저 그랬다. 그런데 그릭요거트와 콩, 야채를 매일 먹다 보니 효과가 있었다. 이 모든 것이 식이섬유가 들어있는 음식을 먹어서 그런 것 같다.
무엇보다 병아리콩은 혈당지수가 낮은 식품으로 칼슘, 마그네슘, 인등의 뼈 건강에 좋은 미네랄도 풍부하다. 골밀도를 신경 써야 하는 나에게 뼈건강까지 챙길 수 있다니 너무 좋은 식재료였다. 그 밖에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고 노폐물 제거에도 도움을 주어 심장건강에 좋다고 했다.
언제부터인가 부정맥을 안고 살아가는 나에게 심장건강은 중요했다. 생명을 뜻하는 심장이 아닌가. 병원에 입원하면서 알게 된 부정맥에 대한 나의 느낌은 아직까지 잘 모르겠다. 그저 몸이 힘들다 싶어 맥박을 짚어보면 두 번 뛰다가 쉬고 두 번 뛰다가 쉬는 정도니까. 10년을 넘게 안고 살아온 부정맥은 우리 아버지에게도 있는 증상이니 평소에 스트레스 관리만 잘한다면 생활하는데 지장은 없는 것 같다.
이 모든 것들을 종합해 보면 병아리콩은 체중감량에 도움이 되고 심혈관질환예방 및 폐경기 증상 완화에도 도움을 주는 식품이다. 한마디로 건강에 좋은 슈퍼푸드인 것이다.
병아리콩은 마트에서 쉽게 구할 수 있고 운이 좋으면 1+1의 혜택도 있으니 가격적으로도 괜찮았다. 그런데 병아리콩은 삶아놔도 처음에만 괜찮다. 병아리콩만 먹기에는 심심한 맛이 있고 씹기에도 맛있는 질감은 아니다. 그래서 고민하다 물에 불려 1시간을 삶은 병아리콩을 꾹꾹이 포테이토매셔로 찧어 으깨주었다. 너무 갈아버리면 씹는 맛이 덜하기 때문에 적당한 상태로 으깨 준 것이다. 으깬 병아리콩은 포슬포슬하니 고소한 밤맛 같았다.
삶은 병아리콩을 으깰 때 쓴 도구
으깬 병아리콩과 야채만 먹으려니 쌈장이 그리웠다. 하지만 당분간은 참기로 하고 크리미 한 느낌의 무가당 그릭요구르트와 섞어 보기로 했다. 평소에도 하얀 생크림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무가당 그릭요구르트가 생크림처럼 부드럽고 맛있게 보였다. 우유를 먹으면 배가 아파 먹지 못하는 나에게 그릭요구르트는 훌륭한 단백질원이자 생크림 대용이었다. 으깬 병아리콩과 그릭요구르트를 섞어 먹어보니 생각보다 괜찮았다. 싱겁게 먹는 것을 좋아하는 나에게 시큼한 무가당 그릭요구르트는 문제 될 게 없었다. 영양학적으로도 훌륭하며 당이 없으니 다이어트에 도움이 되는 식품이었다. 그렇게 으깬 병아리콩과 그릭요구르트를 쌈장 대신 야채와 같이 먹었다.삶은 계란 위에 생크림처럼 얹어 먹어도 좋았고 그래놀라만 있는 시리얼과 같이 먹어도 괜찮았다.
그렇게 혈당에 신경을 쓴 나만의 식단이 만들어졌다. 출근하는 평일 저녁에 먹는 걸로 정하고 으깬 병아리콩을 소분하여 냉장고에 넣었다. 당장 먹을 병아리콩만 냉장실에 두고 나머지는 냉동실에 보관했다. 퇴근하면 바로 먹을 수 있게 병아리콩은 한 번 삶을 때 많이 삶았다. 주식 삼아 매일 저녁을 먹어야 하기에 부족하면 아쉽다.
(다이어트 첫째 날) 일요일에 시작한 식단
- 아침 : 공복
- 점심 : 으깬 병아리콩+순두부+계란 3알
- 간식 : 뻥튀기 반봉지
- 저녁 : 남은 뻥튀기+으깬병아리콩+ 무가당 그릭요거트 + 순두부+계란 3알
-취침시간 : 밤 10시 30분
-아침운동 : 공복운동으로 1시간 산책
-점심운동 : 스텝박스에 올라갔다 내려오기(30분), 밥 먹고 바로 앉지 않고 움직이기
-저녁운동 : 집안일, 아령 운동
병아리콩을 불리고 삶아서 으깬 상태(오른쪽)
= 식단평가 : 첫날이라 적게 먹어야 한다는 생각에 많이 먹지 않았다. 야채는 손질하기 싫어 먹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뻥튀기라는 탄수화물에 손을 대고야 말았다. 적게 먹은 걸로는 만족하지만 탄수화물을 먹었다는 사실은 미흡했다. 하지만 많이 먹던 나로서는 대단한 소식을 한 것이다. 이 점에 칭찬하고 다음 날부터는 잘해보자 생각했다.
쉬는 날에는책을 읽거나 책상 앞에 앉아 있을 때가 많다. 밖을 돌아다니기 싫어 집에 있는 시간을 좋아한다. 그래서 운동량이 적을 수 있지만 과한 운동보다 자주 움직이고 당을 신경 써서 세끼만 먹는 생활을 했다. 땀을 뻘뻘 흘리며 운동하는 건 힘들다. 너무 과하게 움직이면 힘이 들어 소파에 뻗어 버리는 경우가 있으니 아령운동을 하거나 자주 움직이려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