굶어서 하는 다이어트는 오래 할 수 없다. 40대 중반이 넘어가면서는 한 끼를 굶으면 다른 한 끼에 두 배 이상을 먹어버린다. 퇴근 후 먹는 저녁식사는 낮동안 참았던 음식까지 해치우고 싶어 진다. 일을 많이 해서 피곤하고 스트레스도 풀어줘야 한다는 핑계로 말이다. 낮에 정해 놓았던 저녁메뉴인 두부는 쳐다보지도 않고 적게 먹어야 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생각이 나를 조종하니 매번 당하고 후회한다.
그래도 아팠던 경험이 있었던지라 급격한 체중변화 없이 50kg 중반을 유지하던 나였지만 살이 오르면서 갑자기 식욕이 터진 한 주가 있었다. 평소에도 과자를 열면 한 두 개만 먹는 스타일이 아니라 한통을 다 먹어줘야 만족하는 나였다. 그러다 얼굴에서 뾰루지가 나게 되면 그만 먹으라는 신호인가 보다 하고 줄이다가 괜찮아지면 다시 먹는 식이었다.
"한 두 개만 먹어야지 많이 먹으니까 뾰루지가 나지요."라는 동료의 말에
"어떻게 한 두 개만 먹을 수 있나요?"라며 그런 습관을 이해하지 못했고 그들의 자제력을 부러워했다.
저녁에 많이 먹은 죄책감으로 아침에는 코코아 한잔만 마시고 출근하는 날도 있었다. 점심엔 채소가 듬뿍 들어간 비빔밥을 먹어준다 하더라도 저녁 전 간식에 초콜릿발린 탄수화물을 즐겼고 저녁밥으로 고기와 야채쌈을 듬뿍 먹었다. 저녁만 참아줘도 유지할 수는 있는데 그 주에는 통하지 않았다. 의지의 문제가 아니라 뇌의 문제처럼 몸이 생각처럼 따라주지 않았다.
그렇게 일주일을 보낸 뒤 거울을 보는데 내 얼굴이 커져있는 거였다. 겨울이라 차오르는 배는 가릴 수 있지만 보이는 달덩이 같은 얼굴은 가릴 수 없었다. 사실 40대 중반에 얼굴에 살이 찐다는 건 나쁘지 않았다. 예전과 다른 피부탄력과 얼굴주름은 꺼져가는 볼살 때문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얼굴살이 아까운 나이니까.
그렇게 내 눈에 띈 얼굴살이 몸에도 영향을 줬을 거란 생각에 체중계에 올랐다. 물론 야무지게 먹은 결과로 전보다 조금씩 살은 차 올랐겠지만 얼굴에는 표시 나지 않아 괜찮을 것이라 외면했었다. 호흡을 가다듬고 천천히 체중계에 올라 숫자를 확인하는데 1kg가 넘어 총 2~3kg 더늘어난 숫자를 확인하고야 말았다.
몸이 무거워진 것과 얼굴이 커졌다는 문제밖에 없지만 14년 전에 했던 큰 수술로 내장지방이 쌓이게 되면 장의 협착이 생기기 쉬우니 체중관리에 신경 쓰며 살자고 다짐한 나였다. 55가 넘어가는 체중계의 숫자는 내게 지금 당장 다이어트가 필요하다는 신호였다.
나는 건강하게 살고 싶다. 그래서 나름대로 야채와 몸에 좋은 음식을 먹으며 간간히 산책으로 관리를 하고 있었지만 뭔가 부족했다. 확실한 동기들은 있었지만 건강한 생활습관을 만드는 게 어려웠다. 내가 오래도록 먹을 수 있는 건강한 음식과 생활 패턴을 고민해야 할 시기인 것 같았다.
과자를 먹지 않고 소식을 하면 건강해지는 건 알고 있다. 하지만 기운이 없어 소파만 찾는 생활습관과 배고픔은 스트레스와 폭식을 불러오는 것 같다. 더 건강한 방식으로 오랫동안 할 수 있는 방법이 필요한 것이다.
그러다 건강채널이나 유튜브에 나오는 다이어트 정보들을 보게 됐다. 예전에는 칼로리를 줄이는 방식과 운동으로 살을 빼는 것을 권했지만 요즘에는 혈당을 관리하라는 말을 많이 하는 것 같다. 혈당이란 우리 혈액 속에 포함된 포도당을 말한다. 한마디로 우리 몸의 피 속에 흐르는 단 성분이라 해야 충격적이겠다.
우리가 음식을 먹으면 혈당은 올라간다. 그리고 올라간 혈당을 정상화시키기 위해 분비되는 호르몬이 인슐린이다. 인슐린은 췌장에서 나오며 높아진 혈당을 내리면서 간이나 근육에 글리코겐형식으로 저장된다. 남아서 넘치게 된 당은 지방으로 저장해 주는데 그 역할을 해주는 호르몬이 인슐린인 것이다. 많이 먹으면 살이 찌는 이유가 인슐린 호르몬 때문인 것이니 내 몸은 일을 잘하고 있는 것이다.
혈당스파이크는 혈당이 급격하게 올라가는 것을 말하는 것이고 인슐린저항성이라는 단어도 자주 나왔다. 인슐린 저항성은 자주 음식을 먹게 되면 췌장이 쉬지 못하고 일을 많이 하게 돼 지치면서 인슐린 기능이 떨어진 것을 말한다. 인슐린이 나와 정상 혈당으로 낮춰 주어야 하는데 혈당조절이 안 되는 상태가 돼버리니 제 역할을 못한다는 것이다. 피곤해서 떨어진 인슐린기능을 인슐린저항성이라 부르는 것 같았다. 고장 난 인슐린기능으로혈액 속에는 다량의 당분이 남아있게 되며 독소가 쌓이게 된다. 쌓인 독소가 혈관을 망가뜨려 만성염증을 부르는 것이다. 혈당은 낮아지는 게 정상이지만고장이나서 낮아지지 않는다면 당뇨병이 된다는 것이다. 당뇨까지는 아니더라도 인슐린저항성이 높다는 것은 살이 찌기 쉬운 몸상태라는 말이기도 하니 당을 관리할 필요가 있다는 결론이 나왔다.
군고구마의 찐득한 꿀을 보고 맛있어 하지만 사실은 당분이 많아 끈적한 것이다. 단음식이나 정제탄수화물을 많이 먹을수록 내 피가 고구마의 꿀처럼 끈적해진다는 것이었다. 끈적해진 피가 몸속을 돌다 독소가 쌓이면 피곤하게 되는 것이니 단음식을 좋아하는 나에게는 충격이었다.
그러고 보니 예전에 아팠을 때가 생각났다. 그 당시 내가 자주 먹는 음식은 밀가루와 빵, 밥, 국 등 탄수화물과 단맛의 과자류들이었다. 몸속에 많은 당분을 넣어주면서도 달달한 음식이 당겼으니 피곤하다 못해 아팠던 이유들이 이해되기 시작했다.
당뇨병이라는 단어 때문에 혈당조절이야기는 다른 사람이야기인 줄 알았다. 그런데 모든 사람들이 지켜야 할 기본적인 건강상식일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많이 먹어야 건강한 줄 알았던 내게 건강한 음식의 기준이 혈당이 될 줄이야. 앞으로 건강하게 살고 싶고 당장 늘어난 살도 빼야 했으니 식단습관부터 바꾸어보자고 다짐했다. 당분을 줄이는 식단을 위해 일주일만이라도 초콜릿이나 과자류를 끊고 칼로리를 줄이는 식단보다 삼시 세끼를 챙겨 먹으며 건강한 음식을 먹어보자라는 마음으로 시작해 보았다. 우선 내 피를 맑게 하고 근육을 지켜주는 식단을 먹어야 했다.
삶은 계란 한 개(아침 식사)
야채 듬뿍 비빔밥(점심 식사)
으깬 병아리콩과 그릭요거트, 야채와 삶은 계란(저녁 식사)
일주일 동안 지켰던 식습관
- 아침 : 삶은 계란 1개
- 점심 : 야채 많은 비빔밤(밥 100g)
- 저녁 : 야채찜 + 으깬 병아리콩 + 그릭요구르트 200g + 쌈무 + 삶은 콩나물 + 삶은 계란 3알
- 과격한 운동은 하지 않고 아령이나 다리 들어 올리기 같은 근력운동 위주로(아침에 8분, 저녁에 8분 정도)
- 쉬는 날에는 아침 공복으로 50분 걷기(주 1회)
- 먹고 난 뒤에 바로 앉지 말고 30분 정도 움직이기
실제로 일주일 동안 이 식단을 지켰고 4일 만에 1kg이 빠졌으며 9일 만에 2kg이 빠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