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학기를 준비해야 하는 3월이 다가오고 있을 때였다. 올해 초등학교의 신입생 수는 예전의절반 수준으로 많지 않다. 해마다 줄어드는 학생 수로 학교는 물론 매장의 고민도 한두 가지가 아니였지만 때마다 해야 하는 준비였다.신학기를 맞이하기 위해한 달 전부터물품에 대한 구성과진열을시작해야 하는 것이다.
돌봄교실 선생님께서 매장의 물건들을 보시고 학생들에게 줄 선물을 고민하고 계셨다.
“어떤 걸 찾으세요?”
“학생들 줄 선물을 찾고 있는데요 뭐가 좋을까요?”
“캐릭터 있는 문구세트 주면 괜찮지 않을까요?”
“아뇨. 요즘 애들한테 문구세트를 주면 좋아하지 않더라고요. 저번에 문구세트를 줬더니 어떤 학생이 던져 버리고 가던데 어찌나 마음이 아프면서 상처가 되던지.”
“아 그러세요.”
더 이상 말을 할 수 없었다. 그리고 충격적이었다. 선생님에게 받은 선물을 던지고 가다니. 도대체 무엇이 마음에 들지 않았길래 선생님이 보는 앞에서 선물을 던지고 갔을까? 본인이 좋아하는 선물이 아니더라도 주는 사람의 마음을 생각해서 잘 받아주는 것도 예의일 텐데 말이다. 이전세대와다르게 많이 받아본 경험들이 오히려 고마운 마음을 모르게 만든 것일까? 나로서는 이해할 수 없었다. 무엇이라도당연히 받는 것은 없는데 말이다.
그러면서 생각해 본다. 나도 우리 애들에게 당연하게 준 것은 없는지. 아이들이 당연하게 받은 것은 없는지를 말이다.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지만 무엇이든 감사히 받으라는 말은 강조하게된다.
기분 좋은 일이 생겨 갑자기 아들에게 용돈을 주고 싶을 때도 받는 이의 입장인 아들의 반응이 시큰둥하다면 용돈을 거둬들인다. 받는 이의 반응이 마음에 들지 않으니 주고 싶은 마음도 없어진 것이다. 받아주는 이의 따라 주는 이의 마음이 달라지니 받는 사람의 반응은 중요하다.
작은아들의 생일에 매장에서 같이 일할 때였다.
“엄마! 친구가 내 생일이라고 선물을 준데요.”
“그럼 고맙다고 하고 받아. 왜?”
“아니 부담스러워서요. 받아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이에요.”
“그게 고민이야? 그냥 감사히 받아. 주는 것도 정성인데 친구의 마음을 생각해서라도 고맙게 받아야지. 그것이 받는 사람의 예의라고 생각하는데.”
“그래요? 그럼 어떻게 말해야 해요?”“
“엥?”
황당하다. 어떻게 말해야 하는지를 묻는 고등학생 아들이 이상해 보인다.
“친구에게 선물을 받으면 기쁜 표정으로 고맙다고 말해 줘. 그리고 다음에 친구 생일이 오면 너도 그 친구에게 선물해 주면 되지 않을까.”
선물을 받고 고맙다고 말하는 게 어려운 일인가? 아니면 고맙다고 말하는 게 어색한 것인가? 물론 쑥스러울 수는 있다. 하지만 고마운 상황에서 고맙다고 말하지 못하는 것이 더 어색한 게 아닐까?
받았을 때 기분 좋은 상태임을 표현하는 것도기술이 필요한 것 같다. 받은 선물이 마음에 들지 않아도 주는 이의 마음을 살펴 감사의 기쁨을 전달할 젠틀한표현법말이다.
그렇다고 감사를 강요하는 것도좋은장면은 아닌 것 같다.매장에서 일하다 보면 부모님이 아이들에게
“인사해.”
“감사합니다 해야지.”
하며 예의나 감사를 알려주는 모습을 보곤 한다. 어른의 입장에선 당연한 행동들인데 옆에 있는 아이들의 표정을 보면 귀찮아하는 경우가 많다. 부모님의 강요로 짜증이 나는 것을 참는 얼굴인 것이다. 그 모습들을 보며나도 저랬는데 싶어 뜨끔하게 된다.제삼자가 보기에 좋아 보이는 모습은 아니었기 때문에학교에 있을 아들이 생각났다.
그러고 보면 우리는 아이들에게 고맙다고 말하는 것을알려주고 있었다. "감사합니다라고 해야지"하는 말로 감사를 알려주는 동시에 아이들에겐 짜증을 일으켰다. 그래서 고마움에도 거부감이생겨받은 선물을 던지고 감사의 표현에 어색해하나 싶은 생각도 든다.
진정한 예의와 감사는 강요로 배울 수없다. 강요하듯 알려주는 차가운 감사보다 진심으로 감사하는 따뜻한 경험을 하는 것이 나은 것이다. 잘 표현하는 말기술은 마음에서부터익히는 것이니 마음의 기술부터 익혀야 하나보다.우선 나부터 생각해 보고 잘 주는 기술과 잘 받는 마음기술을 익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