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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린모 Aug 04. 2023

CNN 서울

당시 CNN 서울사무소는 시청역에서 2분 거리인 서울 플라자 호텔에 있었다. 교보문고 건물에 위성송수설비와 동시에 사무실 인테리어 공사를 하는 동안, 꽤나 오래 장기체류 하고 있었다. 당시 외신들은 신라호텔, 웨스틴 조선과 같이 특급호텔에 사무실을 두는 경우가 많아 이상하지도 않았다. 미국 국방장관, 재무장관들이나 IMF총재가 한국을 방문할 때, Executive floor에 올라가 하게 인터뷰를 찍기도 좋았다.

        

내가 제일 좋아했던 것은, 호텔에서 매일 새롭게 과일 바구니를 채워놓는 것이다. 오전에 프레스 센터에서 기자회견 후 오늘의 취재 아이템을 결정 한 다음, 인터뷰 몇 건, 이후 편집, 스탠드 업 촬영, 편집 마무리, 위성송신. 사람이 일에 맞춰야 하니, 끼니를 거르거나 대충 컵라면으로 때울 때가 많아 틈틈이 과일을 먹는 것은 생존의 문제다.

한 달 인턴쉽이 끝나갈 무렵, 한국에 IMF 경제위기가 터져 금 모으기 운동을 할때, 대통령 선거, 북한의 대남 도발 등등, 한국에서 국제적 뉴스가 많이 나왔다. 줄리아 로버츠, 닉 놀테가 나온 영화 ‘I love trouble’이 남의 얘기가 아니다. 이런 한국의 어려운 이슈들 ‘덕분에’ 나는 4학년 2학기부터 학교 수업 대신에 뉴스 PD 견습생으로 CNN 서울에 출근했다. IMF 시절, 원화대비 달러가 폭등하여, 달러로 급여를 받아 원화로 바꿔 두둑한 봉투를 엄마한테 갖다 드렸더니 눈이 휘둥그래 지시던 기억이 생생하다.

        

이화여대 정치학과 대선배이기도 했던 손지애 국장은 참 조용한 성격에 항상 책을 읽었다. 대형사고 현장 취재를 나갈 때도, 대통령 선거 개표 중 생방송을 할 때도, 김대중 대통령 당선 확정 이후 CNN이 당선자 독점 인터뷰를 할 때와 같이 아주 짧은 시간에 초집중해야 하는 예민한 상황에서도, 항상 차분하게 자신을 다스려 옆사람들에게 한 번도 자신의 스트레스를 전가한 적이 없다. 심한 두통에 시달릴 때가 많아 타이레놀을 달고 버티면서도, 항상 엷은 미소로 옆사람들을 배려하는 것은 두고두고 되새겨지는 배울 점이다.

        

사무실을 교보문고로 옮기고 나서, 잠시 여유시간이 있을 때마다 손지애국장이 그 당시 초등학생이었던 첫딸을 위해 책을 고르는 모습을 기억한다. 손지애 국장의 남편, 당시 Newsweek 이병종 기자와의 친구 같은 동료 같은 부부의 모습. 시집에서 함께 살면서 세 아이의 엄마로서 자신의 일과 성장을 계속하는 선배이자 상사의 모습을 가까이 지켜볼 수 있었다는 것은 내 인생의 큰 행운이었다.


CNN이 내게 준 소중한 인연 롤모델인 손지애 국장에서 그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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