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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영 Oct 22. 2023

당연한 것은 없다는 것도 알았습니다

다시 목표가 생겼습니다


 '하고 싶은 것 다 해보고 결혼해도 된다.'


친정어머니가 기어코 반대하셨었다. 한평생 주부로 두 딸을 뒷바라지하시며 나 어렸을 적에는 경제적으로 넉넉하지 않은 살림에 김밥 부업을 하셨던 어머니였다. 두 딸을 출산하며 이 아이들이 커서 겪을 고생이 걱정되셔서 많이 우셨다던. 나이차가 많은 신랑과 결혼하면 생애주기가 빨라지게 되고 하고 싶었던 많은 일들을 못하게 된다며 한사코 말리시던 그 말씀이 그제야 이해되기 시작했다.


남편 잘못은 아니었다. 그 사람은 다정한 사람이었다. 본인이 뭘 잘못한 건지도 모르고 원망을 들어야 했다. 원망은 간단했다.


나는 결혼하고 임신하며 많은 것들-직장 근무처, 사는 곳, 몸, 사회생활 등-이 변했다. 서울에서 직장을 다닐 때는 주말마다 영어학원, 스페인어 학원도 다니고 봉사활동도 했다. 적은 돈이지만 버는 돈으로 소소하게 하고 싶은 것들을 할 수 있었다. 거창한 것들은 아니었지만, 스스로 번 돈으로 하고 싶은 작은 일들을 계획한 대로, 바람대로 할 수 있다는 것은 주도적이고 주체적으로 삶을 살고 있다는 효능감을 주었었다.


반면, 당신은 변한 것이 없다. 함께 결혼하고 아이를 가졌는데 왜 한쪽만 이렇게나 많이 변하게 되는 걸까.


눈을 꿈벅꿈벅하며 열심히 이야기를 들으려고 노력하지만  이런 불만의 대상이 되어야 하는 것인지 도저히 이해하기가 어려운 그가 강요한 것은 하나도 없었다.  스스로 선택한 것들이었다(사회 문화적 통념상 바람직하다는 방향이 학습된 것이라 할지라도)


결혼했으니까 같이 살아야 한다고 생각했고 (첫 번째 전제의 오류) 당연히 신랑을 따라가야 한다고 생각했다(두 번째 오류). 그에 더해 아이를 가지게 되면서 생기는 신체적 변화로 인해 부수되는 사회생활 변화ㅡ동호회 활동, 저녁식사 등-들.


어찌할 수 없는 생물학적 변화야 받아들이고 적응해야겠지만 선택할 수 있는 것들은 혼자일 때와 같이 살아보겠다고 다짐했다. 애꿎은 당신을 원망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다음번에는 절대로 당신을 따라가지 않겠다. 당신을 위해서. 나를 위해서. 우리를 위해서.





다시 목표가 생겼다.


아줌마가 되기를 간절히 바랐지만 다시 나로 돌아가야 했다.



하지만 생긴 것을 되돌려 없는 듯이 살아가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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