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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공유 2

마음은 소통하는 것이다


소개팅 후 주선한 친구와 언짢은 일이 있고 나서, 마음이 편치 않았다.


친구는 “내 생각이 짧았네...”라고 했지만, 그 말이 정말 진심이었는지 의문이 들었다.


사실, 더욱 서운했던 이유는 따로 있었다.


내가, 전 남자친구의 바람직하지 못한 행동으로 이별을 택하며 힘들어했을 때, 그 친구가 네 마음 잘 안다며 가장 많은 위로를 해주었었다.


그렇게 공감해 줄 때는 언제고, 소개남에게 나의 과거 연애사를 전하는 친구의 신중하지 못한 행동에 실망을 하게 된 것이다.


하루가 멀다 하고 만나고 통화하는 친구였지만, 이번만큼은 서로 생각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느꼈다.


일과 나 자신에게 집중하는 고요함도 잠시, 며칠이 지나지 않아 친구에게 전화가 왔다. 지난번 일로 미안하다면서 얼굴 보고 차 한 잔 마시자는 내용이었다.


나 또한 가슴 한구석이 답답했기에 차라리 잘됐다 싶어 좋은 마음으로 약속 장소에 나갔다.


도착하자마자 순간 멈칫했다.

친구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고, 지난번 소개남이 나와 있었다.


친구가 또 장난을 쳤구나 하는 실망감에 목례만 한 후 뒤를 돌아서려는데,


그가 빠르게 다가와 "건슬 씨, 지난번엔 제가 실례가 많았어요. 가능하다면 잠시 대화 좀 할 수 있을까요?" 하는 것이 아닌가?


대답할 틈도 없이 소개남은 “저는 우리가 잘 될 거라는 확신이 있는데, 건슬 씨는 무엇이 그렇게 두려운가요?"


나는 그의 갑작스러운 대시에 당황했지만, “아직은 서로를 잘 모르는 상태에서 너무 성급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나요?”라며 차분히 대답했다.


그러자 대뜸 “혹시 아직 전 남자 친구를 못 잊은 것은 아니고요?”하는 것이다.


그의 경솔한 감정 표현과 배려 없는 태도에 더 이상 자리에 있을 이유가 없다고 느꼈다.


정중히 인사를 하고 일어나려는데, 그가 내 손목을 세게 잡아당겼고, 오늘은 대답해 달라며 깍지를 낀 채 놓아주지 않았다.


나는 그의 강력한 힘에 주저앉았고, 이 사람과 잘못 엮이면 빠져나오기 힘들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대로 있다가는 안 될 것 같아서 침착하게 말했다.


"나는 그쪽이 아직 어색해요. 그래서 말인데 우리를 주선해 준 친구를 불러서 함께 이야기하는 건 어떨까요?"


그는 좋다고 했고, 잠시 후 도착한 친구는 대뜸 한다는 말이,


“우화 뭐야? 둘이 벌써 다정한 커플이라도 된 거야?”


나는 친구의 오버에 머리끝까지 화가 났지만, 침착하게 말했다.


“오늘 이 자리가 어떻게 만들어진 자리야?”


그녀는 서슴없이 웃으면서,


“어떻게 긴? 너랑 오빠랑 잘 됐으면 하는 마음에 마련한 자리지”라며 우쭐댔다.


나는 친구의 무례함에 머리가 핑 돌았다.

“너 지금 제정신이야!”부터 해서 한바탕 난리가 나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었지만, 그렇게 감정적으로 대처하는 것은 현명하지 않아 보였다.


소개남에게도 오해가 없게 세 명이 다 모인 자리에서 소개팅의 에티켓이 지켜지지 않은 것에 대한 친구와의 갈등 내용을 이야기했다.


그는 그제야 어느 정도 이해했다는 듯 정중히 인사를 하고 먼저 일어났다.


더 이상 서로 이상한 사람이 되고 싶지 않았다. 이러한 일이 없었더라면, 어쩌면 나와 소개남은 긍정적인 관계로 나아갈 수 있었을 것이다.


서로를 알아가기도 전에, 이미 과거에 있었던 일이 마치 한 사람의 전부인 것처럼 프레임이 씌워진다는 게 얼마나 안타까운 일인가?


친구의 입장에서도 생각해 보았다. 오지랖이 넓은 그녀는 외로움을 잘 타는 내가 심성이 따뜻한 남자를 만나서 잘 되기를 바랐을 것이다.


하지만, 나에게도 본인의 생각을 공유해 주고 함께 좋은 방향으로 나아갔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친구야 ~

내가 좋은 사람 만나길 바라는 마음은 고맙게 생각해.


하지만 상대가 모르게 혼자 진행하다 보면 오해를 부를 수 있지 않을까?


함께하면 더 긍정적인 결과를 얻을 수 있었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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