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은 배려하는 것이다
서글서글하고 이일 저 일에 관심이 많은 친구가 있었다.
어느 날, 그 친구의 주선으로 소개팅을 나갔다. 그녀는 잠시 화장실에 가자고 눈짓을 했고, 소개남과 잘 되기 위한 귀띔을 해주었다.
“건슬아, 저 오빠랑 너랑 딱이야! 외로움 많이 타는 너를 포근하게 감싸줄 정말 따뜻한 남자야. 그냥, 더도 말고 평소 네 모습대로 하면 돼. 친구 잘 둔 줄 줄 알아라.” 라며 으스댔다. 에너지 넘치는 친구의 모습에 덩달아 기분이 업됐다.
그러나 막상 소개남과 둘이 남게 되니 너무 어색했다. 정적도 잠시, 그는 대뜸 “건슬씨, 오늘 기분은 어때요?”라고 물었다.
나는 “괜찮은데요.”라고 답했다.
그러자 그는, “전 남자 친구가 양다리로 많이 힘들게 했다고 들었어요. 같은 남자지만 그건 아닌 것 같아요. 비겁한 행동이죠! 잘 헤어졌어요. 좋은 남자가 얼마나 많은데 굳이 시간 낭비할 필요는 없잖아요.”
난 황당했다. 소개팅 초면에 해야 할 말인가 싶고, 더 어이없는 건 친구가 나의 과거사를 왜 소개남에게 전했는지... 그랬으면, 나에게 미리 말이라도 했어야 옳았다.
그는 계속 말을 이었다.
“건슬씨, 나는 전 남자친구와 달라요. 한 번 믿고 만나줄 수 있나요?”
갑자기? 이 남자 뭐래니... 난 또 뭐야... 오늘 콘셉트가 꼭두각시 인형이야 뭐야?
집으로 돌아와 잠시 생각할 틈도 없이 들이닥치는 친구의 전화를 받았다. “건슬아, 그 오빠가 너 마음에 든다는데 너는 왜 대답을 안 했어? 별로야?” 오늘 친구와 소개남의 따따부따에 아주 그냥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나는 불쾌한 감정을 감출 수 없었다. “그보다, 너 왜 그 남자한테 내 전 남자 친구 얘기했어? 나한테 사전에 말이라도 했어야 하지 않아?”
그녀는 대수롭지 않게 웃으면서 “서로를 알려면 과거 연애사도 참고가 될까 싶어서”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나에게도 소개남에 대한 정보가 필요했었다. 앞뒤가 맞지 않는 친구의 말에 정말 기가 찼다. 그러면서 오늘따라 우리 예쁜 건슬이가 왜 이렇게 예민하실까 하며 하하하 웃고 있는 것이었다.
이쯤 되면 나를 골탕 먹이는 건가 싶었다. 평소 기분 좋게 들리던 친구의 웃음소리가 그날따라 거슬렸다.
“과거 연애사도 당사자들끼리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오고 갈 얘기지! 주선자 입장에서 마음대로 그렇게 먼저 말해버리면, 그 사람은 나에 대한 선입견이 생기지 않겠어? 그리고 너, 지금 웃어?”
"휴... 내가 생각이 짧았네."
무엇이든지 과하면 아니한 만 못하다. 상대방을 생각해 주려는 긍정적인 의도는 참 좋다. 그러나 그것이 넘치면 배려가 아닌 독이 된다.
"친구야 ~
잘해주려는 마음은 고마워.
너의 그 따뜻함을 다음부터는 좀 더 공유해 줄 수 있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