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은 연결이다
피부 미용 국가 자격증 취득을 위해 학원을 다닐 때의 일이다.
오전에는 필기, 오후에는 실기 수업으로 진행됐다. 수강생들은 도시락을 싸 와서 삼삼오오 모여 점심을 해결했다. 학창 시절의 추억이 떠올라 나름 괜찮은 분위기였다.
하지만 유독 한 명만 밖에 나가서 점심을 먹고 들어오곤 했다. 때마다 이곳저곳에서 수군수군 대는 소리가 들렸다.
"저 여자는 왜 도시락을 안 싸 와? 사람들이랑 어울리기 싫어서 그러는 거 아냐? 그리고 인상도 좀 별로지 않아?"부터 해서, 정말이지 안 좋은 시선으로 바라보는 말들이 끊이질 않았다.
이렇게 30명이나 되는 인원이 한두 마디씩만 해도 벌써 몇 마디가 되는가? 나는 그들이 사람을 제대로 겪어보지도 않고, 부정적으로 말하는 것 자체가 너무 듣기 싫었다.
더 이상 안 되겠다 싶어서 그날도 혼자 밥을 먹고 들어오는 그녀를 조용히 휴게실로 불러냈다. “혹시 괜찮다면 내일부터 같이 점심을 먹을 수 있을까요?”라고 묻자, 그녀는 “저는 도시락을 싸 올 상황이 안 돼서 힘들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나는 이어서 “어차피 제가 양을 넉넉하게 싸 오는 편이라 매번 남더라고요. 마침 함께 먹을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었는데, 잘됐네요!”라며 기뻐했다.
그녀는 잠시 머뭇거리더니 밝은 미소를 지으며 "감사합니다. 지난번 자기소개 때 보니 저보다 언니신 것 같은데, 언니라고 불러도 될까요?"라며 긍정적인 태도를 보였다.
나는 그녀의 붙임성 있는 모습에 깜짝 놀랐다. 늘 구석진 자리에 혼자 앉아서 무표정에 말이 없었던 그녀는 온데간데없었다.
게다가 활짝 웃을 때 드러나는 하얗고 바른 치아는 그녀의 미소를 더욱 돋보이게 했다. 나에겐 마치 숨어 있던 1 급수 같은 느낌이었다.
그 후로는 사람들의 수군거림이 잠잠해졌고, 그녀 또한 여러 사람들과 두루두루 어울리기 시작했다. 점심을 먹고 나면 씩씩하게 “제가 다녀오겠습니다.” 하며 커피도 뽑아오고 도란도란 대화를 나누는 그녀를 보고 몹시 흐뭇했던 기억이 난다.
서로 다른 길을 가면서 지금은 자주 못 보지만, 아직도 가끔씩 연락하며 지낸다. 그때마다 동생은 우리 건슬 언니라며 애교를 부린다. 아무리 훌륭한 사람 100명과도 바꿀 수 없는 너무나 예쁘고 소중한 동생이다.
"지금처럼 그 어디에서든 ~
너의 맑은 미소로 당당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