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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연의 흐름

그리움은 아름답다


한 회사에서 막내 생활을 할 때의 일이다.


한 살 차이로 마음이 잘 맞는 단짝 동료 언니와 나는 다른 직원들보다 아침 일찍 출근했다. 먼저 사무실 청소를 한 후, 출근하는 순서대로 직원마다 정해진 머그컵에 커피를 대령했다.


이런 생활이 매일 아침 반복되자, 동료 언니는 한숨을 쉬며 불만을 토로했다. “아, 진짜 지겹다! 건슬아, 너는 어떻게 견뎠어? 나는 이 생활을 2년 하고 있지만, 너는 내가 들어오기 전부터 4년을 이러고 지내는 거잖아. 정말 대단하다.”


“사실 나도 회사에서 의지할 사람도 없었고, 여러 고비가 있었지. 만약 언니가 들어오지 않았더라면, 나는 지금 이 회사에 없었을지도 몰라.”


우리는 출근 후 청소를 마치고 나면, 이렇게 탕비실에 앉아 대화를 나눴다. 함께 마음을 달래며 달콤한 빵과 모닝커피를 마시는 이 시간이, 서로에게 하루를 위한 에너지가 될 만큼 소중했을지도 모른다.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9시가 되면 지옥 시작이다. 여기저기서 나와 동료 언니를 가리키며, “서류 빠짐없이 들어왔나 팩스 체크해 봐. 그리고 전화들 좀 빨리빨리 안 받아?”


그러던 중, 분위기 파악 못 하는 김 대리님이, “헉 커피 너무 달아! 오늘 커피 누가 탔어? 다시 타 줘!”라며 깐깐하게 말했다.


마침 나와 동료 언니는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상황이었고, 참다못해 화가 치밀어 오른 언니는, “김 대리님, 지금 한가하시면 직접 타다가 드시면 되지 않을까요?”


그 말에 김 대리님은 씩씩대며 화를 냈고, 당장 다시 타오라며 고집을 부렸다.


결국 불같은 성격의 동료 언니는 더는 참지 못하고 폭발하고야 말았다.

“아니, 여기가 무슨 카페도 아니고, 커피 타령이세요? 이왕 말이 나왔으니 말인데, 나랑 건슬이는 회사에 일하러 온 거지, 아침부터 청소하고 커피 타려고 출근한 게 아니거든요! 솔직히 어느 누가 한 번이라도 수고한다는 말 한마디 해준 적 있나요!”


순간, 사무실 안이 꽁꽁 얼어붙었다. 팀장님은 사무실 참 잘 돌아간다며 “김 대리! 커피는 네가 직접 타다 마셔!”라고 말했다.


나는 언니가 너무 걱정스러웠다. 우선 커피를 다시 타다 주고, 업무가 끝난 후 나와 함께 중간 관리자에게 건의사항을 제출해 봄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일 이후, 언니는 "건슬아, 너한테는 미안하게 됐다."는 말과 함께 회사를 그만두었다. 오히려 내가 더 잘 챙겨주지 못한 것 같아 마음이 저려 왔다.


커피 논란과 언니 퇴사 이후로 많은 것이 개선되었다. 사무실 청소와 커피 담당은 팀장 이하 직급까지 순번을 정하여하기로, 한가할 때는 바쁜 사람을 무조건 도와주기로, 회식 때 술 강요 않기로, 등 근무 환경이 더욱 좋아졌다.


물론, 언니가 그날 사무실을 뒤집어놓지 않았더라면 개선되기까지 다소 시간이 걸렸을 것이다. 그런 것을 다 떠나서, 나는 언니의 빈자리가 너무 크게 느껴졌다.


함께한 2년 동안 추억이 참 많았다. 서로의 고민을 들어주고 조언도 해 주고, 그러다 울음을 터트렸다가 또다시 손뼉 치며 웃었다가 정말 한순간도 나빴던 기억이 없었다.


1년, 2년 시간이 지나면서 ~ 그리움이 아쉬움으로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과의 소중한 추억으로 오래도록 남겨진다는 것을 깨달았다.



"언제라도 우연히 길을 걷다가 마주친다면...

어색하지 않은 우리가 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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