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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연의 흐름 2

그리움은 치유하는 과정이다


언니가 회사를 그만둔 후 나는 많이 힘들었다. 출근하기 싫었고, 업무 시간 내내 일이 손에 잡히질 않았다.


언니의 빈자리를 보면 가만히 있다가도 울컥했다. 심지어 나도 그만둘까?라는 고민으로 스스로를 마구 괴롭혔다. 그때 잡지 않은 것이 후회스럽기도 했다.


하지만 언니의 퇴사 결정은 감정적으로만 내려진 것은 아니었다. 물론 커피 사건으로 기분이 상했을 테고, 그로 인해 감정이 격해졌던 것도 분명히 느낄 수 있었다.


그러나 언니는 평소 다른 직업에 대한 계획을 가지고 있었고, 이왕 이렇게 된 김에 직업을 전향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만큼 신중한 결단이라고 느꼈기에 나는 붙잡을 수 없었다.


단지, 나의 미련 하나로 다른 사람의 앞길의 방향에 영향을 미쳐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었다. 한 사람의 미래는 그만큼 소중하기에 본인의 의사를 존중하는 것이 맞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후로 한 번씩 언니에게 연락을 했지만, 예전 같지 않았다. 나를 친동생처럼 대했던 다정함을 느낄 수 없었고, 결국 나중에는 연락조차 받지 않았다.


인간관계에서 흔히들 하는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에서 멀어진다’는 말이 매우 실감 났다. 언니와 함께했던 2년이라는 시간이 짧다면 짧을 수 있지만, 서로 정들기에는 충분한 시간이라고 여겨졌다.


"나만 진심이었던 것인지...

어쩜 그렇게 한순간에 매몰차게 등을 돌릴 수 있는 것인지..."


서러움에 눈물이 앞을 가렸다. 너무 상처가 큰 나머지 한동안 사람이라는 존재 자체를 믿기 어려웠던 때를 겪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내심 그건 아니지 하며 언니의 입장을 이해해 보려는 노력도 해보았다. 나는 여전히 회사를 다니고 있었으니, 언니와의 즐거웠던 순간들이 자꾸만 떠오르고, 그리운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언니는 이미 다른 환경에서 자기만의 목표를 향해 가고 있는 상태였다. 더군다나 회사를 안 좋게 그만둔 기억자체가 언니에게는 지우고 싶은 과거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해보았다.


나에게 개인적으로는 나쁜 감정이 없겠지만, 어차피 나 또한 회사의 일원이었기 때문에 퇴사한 이후부터는 잊고 싶은 사람으로 인식되었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렇게 상황을 헤아리는 것이 그나마 나에게는, 언니가 나를 외면하는 이유를 이해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었다.


"그래도 언니는 나에게 선물 같은 사람이었어.

언니의 기억 속에 나 역시 그렇게 추억되기를.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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