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은 그 자체로 아름답다
리얼리티 연애 프로그램을 본 적이 있다.
나는 연애에 큰 관심이 없는 편이다. 솔직히 일이 좋고 혼자가 편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녀 간의 감정선을 방송으로나마 느낄 수 있다는 건 참으로 흥미로운 일이다.
출연 남녀는 서로 호감이 있는 상태였다. 눈빛만 마주쳐도 설렘이 가득해 보이는 모습은 보는 이로 하여금 연애하고 싶다는 충동을 일으키게 했다. 너무 집중한 나머지, 나는 이미 그 여자 출연자가 되어 있었고, 마침내 지난날의 사랑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소개팅에서 만난 남자와 썸을 탄 적이 있다. 이상형이 전혀 아닌데도, 그에게 좋은 감정을 느낄 수 있었던 것은 첫 만남부터 삼겹살을 먹는 편안한 자리 덕분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꼭 없을 땐 한 명도 없다가, 느닷없이 두 명의 남자가 나의 레이다에 들어오는 이유는 무엇일까?
직장 동료와 자주 가는 카페가 있었다. 동료에게서 그 카페 점장이 전해주랬다면서 명함을 건네받았다. 나는 별생각 없이 가방에 넣어둔 채로 신경을 쓰지 않고 있었다.
하루는 그 사실을 까맣게 잊고 카페에 갔다. “건슬씨, 많이 기다렸어요. 혹시 제 명함 받았어요?” 나는 그제야 생각이 났고, 그 후부터는 그 카페 점장님의 마음을 알 수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이미 소개남과 썸을 타고 있었기 때문에 내 마음은 빈 틈이 없었다.
그 후로 점장님이 회사 앞까지 찾아오는 날이 많았다. 그때마다 나는 지금 마음에 두고 있는 사람이 있다고 솔직하게 말했지만, 그는 건슬 씨가 마음을 열 때까지 기다리겠다며 늘 인내했다.
매번 그렇게 돌아서는 그의 뒷모습을 보면, 내 가슴이 찢어질 것만 같았다. 점장님의 뒷모습은 연애 프로그램에 나오는 한 남자와 몹시도 닮아 있었다.
남녀 출연자가 썸 타는 내내, 한 남자는 그와 함께 썸을 타고 있는 여자 출연자만 바라보았다. 출연녀는 썸남과 본인을 짝사랑하는 남자 사이에서 갈등했지만 결국 썸남을 택했고, 그 결과를 받아들이는 짝사랑 남의 뒷모습은 정말 외롭고 처절하게 느껴졌다.
사랑이란 이름이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단어가 될 수는 있지만, 그 이면은 굉장히 복잡하다는 것을 다시금 스쳐 지나가게 했다.
물론 연애 프로그램 속 남녀 간의 모습과 내 경험은 다르지만, 그 안에 담긴 감정선은 비슷해 보였다. 나는 그때 아무도 택하지 않았다. 소개남에게 호감을 느꼈던 것은 잠깐의 착각이었다. 카페 점장님에게 이제야 다가가는 것은 예의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후 ~ 시간이 지나면서 모두 다 잊었다고 생각했지만, 가끔씩 생각나는 사람은 카페 점장님이었다. 그에게 애절한 감정이 든다고 하는 게 가장 솔직한 표현일 것이다.
“점장님, 잘 지내나요?
가끔 당신의 따뜻한 미소가 그리워요.
상처받지 않았기를 바라는 마음이에요.
참 고마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