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카페인? 너는 니코틴?
나는 커피를 좋아한다.
매력적인 맛과 향기에서 묻어 나오는 감미로움은 마음에 힐링을 준다.
커피를 처음 시작할 때는 체질에 맞지 않나 싶을 정도로 심장이 빠르게 뛰어 놀란 적이 여러 번 있었다. 익숙해질 때까지 조금씩 연하게 마시기 시작하니, 이제는 커피가 없으면 일상이 불편할 정도로 소중한 동반자가 되었다.
아침에 일어나면 모닝커피부터 즐긴다. 그날은 대청소하기에 바빠서 커피 타임을 놓치고 말았다. 청소가 막 끝난 후 이제 막 커피를 타려는 참이었다.
그때 친한 남자 친구에게 연락이 왔다. 소개팅 때 입고 나갈 옷을 함께 골라 달라며, 금방 도착하니 집 앞으로 나오라는 내용이었다. 나는 친구에게 차 안에서 마실 수 있도록, 오는 길에 카페에 들러 커피를 테이크아웃해 달라고 부탁했다.
그러나 차 안에는 커피는커녕 생수 한 병 없었다. 살짝 서운함이 밀려왔고, 친구는 깜박했다며 카페가 보이는 즉시 "이 오빠가 사줄게"라면서 너스레를 떨었다.
둘이서 옷을 고르는 내내 피로감이 몰려왔다. 친구는 평소 선택 장애가 있는 것도 아닌데, 그날따라 마음에 드는 옷을 고르지 못하고 이것도 저것도 다 별로라는 것이다.
나는 참다못해, 우리 잠시 충전 좀 하자며 커피에다가 달달한 조각 케이크를 먹고 다시 쇼핑하자고 제안했다.
친구는 갑자기 버럭 화를 내면서, "건슬아, 아이처럼 보채지 좀 마. 나도 아직 담배 한 대도 못 피웠어!"라고 말했다.
나는 황당했다. "너도 니코틴이 부족해서 예민해진 것처럼, 나도 오후 4시가 넘도록 커피 한 잔을 못 마셨어. 나도 카페인이 필요하거든! 너를 위해 일부러 시간을 내서 나왔는데, 하나도 안 고마워?" 라며 언성을 높였고,
친구는 "담배를 피우려면 흡연실에 가야 하는데, 너를 어떻게 혼자 두고 가!"라고 말했다.
나는 이 상황이 답답했다. 차라리 쇼핑 중에 "건슬아, 나 담배 좀 피우고 올 테니, 너는 카페에서 차 한 잔 하고 있어"라고 말했더라면 서로 과민반응하지 않았을 것이다.
쇼핑센터에 편의시설이 다 갖춰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둘 다 표현을 하지 않았다. 몇 년을 친하게 지내다 보니 일일이 말하지 않아도 친구가 나에 대해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고, 어쩌면 서로의 편의를 봐주기를 내심 바랐던 건지도 모르겠다.
그제야 친구는 미안하다며 빈속에 무슨 커피야, 밥 먼저 먹자며 식당으로 이끌었다. 못 이기는 척 밥을 먹고 커피가 한 잔 들어가고 나니, 내 친구가 어찌나 좋은 사람으로 느껴지는지...
서로 표현하지 않고 사소한 일로 예민해진 탓에, 귀중한 휴일에 얼굴을 붉힌 것이 너무 아쉬웠다.
"행복으로 가는 관계는 소통이 얼마큼 잘 이루어지느냐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