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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의 힘 2

이해와 공감은 관계의 힘이다


친구와 쇼핑 이후 다른 평일과 마찬가지로 바쁜 일상을 보냈다. 퇴근하려던 참인데 그 친구에게서 연락이 왔다.


“건슬아, 너는 내 소개팅이 어떻게 됐는지 궁금하지도 않아? 연락 한 번 없니?”


“무소식이 희소식이라잖아. 별 말 없길래 잘 지내고 있겠거니 생각했지. 준서야, 그나저나 정말 어떻게 됐어?”

“참 빨리도 물어본다. 그 사이 벌써 세 번이나 했는데, 잘 안 됐다. 별로 마음이 가는 사람도 없고, 휴~ 그냥 없으면 없는 대로 살련다.”


괜히 친구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이렇게 서운해할 줄 알았다면 진작에 연락 한 번 해볼걸... 사실은 나도 궁금했지만, 친구의 소개팅 근황에 대해 일일이 물어보는 것이 오히려 불편할까 염려했다.


아무리 친한 친구라도, 이성 관계에 대해 신경 쓰는 것이 간섭으로 느껴질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때가 되면 자연스럽게 알게 될 것이기에 난 그저 조용히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준서야, 혹시 퇴근했어? 나랑 저녁 같이 먹을래?”


걱정했던 것과는 다르게 안색이 밝아보였다. 하지만 나는 느낄 수 있었다. 친구의 속마음은 편치 않다는 것을... 내가 걱정할까 싶어 내색을 하지 않는 듯했다. 참 차분하고 속이 깊은 친구이다.


친구는 소개팅이 잘 안 돼서 속상한 것보다는, 전 여자 친구에 대한 미련이 남아 있는 것 같아 괴로워 보였다. 본인은 다 잊었다고 생각했지만, 막상 그게 아니었다는 것을 스스로 깨닫게 되자, 혼란스러운 모양이다. 상처를 주고 떠난 전 여자 친구가 밉지만, 아직은 그리움이 남아 있는 것처럼 보였다.


충분히 이해가 갔다. 사랑하는 동안 상처뿐만 아니라 좋은 추억도 존재하기 마련이다. 그 소중했던 기억을, 상처로 인한 미운 감정으로 모두 다 덮기에는 너무 가슴이 아팠을 것이다. 그런 친구의 뜨거운 눈물이 나에게 전달되었다. 순간 뭉클했다.


한 번쯤 이별 앓이를 해보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나 역시도 그 통증을 경험했기에, 친구의 감정을 공감하고 존중할 수 있었다. 그리고, 늦은 시간까지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주어서 고맙다고 했다.



“내가 힘들었을 때 옆에 있어 준 사람은 준서 너였어.


이번에는 내가 네 감정을 진심으로 마주하고 함께 나누는 게 맞는 것 같아.


나를 믿고 감정을 솔직하게 털어놓아 주어서 내가 더 고맙다 친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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