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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공감의 순간 2

마음을 나누면 치유가 된다

by 건슬 Mar 12.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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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사장님과 오해를 푼 후, 예전과 다름없이 그 카페를 찾았다.


늘 밝게 반겨주던 사장님은 전과 다르게 얼굴에는 근심이 가득해 보였다.


무슨 일 있으세요?라고 물어보면 신뢰가 될 수 있을 것 같아, 평소와 똑같이 커피를 즐기며 마음의 평화를 위해 사색에 잠겼다.


나는 마음을 정화시킬 때 음식을 삼키지 못한다. 집중도 안 될뿐더러, 그때만큼은 음식의 맛에 매력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물이나 차 한 잔 정도면 충분하다.


하필 그때, 사장님은 빵을 한 접시 가지고 오시면서 나 좀 잠시 앉아도 되냐고 물으셨다. 나에게도 소중한 시간이었지만, 무슨 영문인지는 알아야 할 것 같아서 함께 자리했다.


사장님의 남편은 작은 회사를 운영한다고 했다. 어느 날 느낌이 하도 이상해서 회사로 직행했더니, 경리와 그동안 불륜을 저지르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는 것이다.


남편은 싹싹 빌며 이젠 완전히 정리하겠다면서 한 번만 믿어달라고 했다고 한다. 미워도 다시 한번이라고 큰 마음먹고 용서를 해주었는데, 이번에 또 여자 문제로 사장님을 힘들게 한다는 것이다.


카페도 남편이 사장님의 관심을 다른 곳으로 돌리기 위한 수단으로 차려준 것 같다며,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하시고는 펑펑 울기 시작했다.     


나는 사장님의 사연에는 많이 놀라지 않았다. 매일 고민을 상담하는 직업에 임하다 보니, 이런 상황은 자주 접하는 내용에 속했기 때문이다.


그보다 사장님의 활짝 웃는 얼굴이 사라지고 그늘만 남은 낯빛에서 느껴지는 상처가 내 가슴을 많이 아리게 했다.          


사장님은 눈물을 닦으며, “이런 이야기해서 미안해요. 내가 지금 손님한테 무슨 말을 늘어놓은 건지 모르겠네요.”하며 급하게 감정을 추스르는 듯했다. 여기서 내가 만약 "네"라고만 한다면 이분은 정말 쥐구멍이라도 들어가고 싶은 심정일 것이다.


나는 차분하게 대답했다. ”사장님, 괜찮아요. 미안해하지 않으셔도 돼요. 사람 사는 이야기에 늘 즐거운 일만 가득할 수는 없잖아요... 그동안 많이 힘드셨을 것 같아요. 저를 이야기 벗으로 생각해 주셔서 오히려 감사해요."


사실 사장님의 이야기를 진심으로 들어드린 이유는 따로 있었다. 사람은 나를 반기는 사람에게 마음이 가기 마련이다. 항상 내가 갈 때마다 기뻐하셨고, 즐거운 마음으로 맞이해 주셨다. 그냥 형식적인 장사 속이 아니라는 것을 느꼈기에 사장님의 이야기를 이미 들어줄 준비가 되어 있었던 것이다.     


카페에서 일어나 집에 가려는데, 사장님은 내 두 손을 꼭 잡으시며 말씀하셨다.

"나는 주변에 사람이 많은데도, 막상 이런 이야기를 하려니 누구 하나 쉽게 떠오르지 않더라고요. 인생을 헛살은 것 같아 마음이 텅 빈 것 같아요. 오늘 내 이야기를 끝까지 들어줘서 고마워요."


나는 따뜻하게 사장님을 안아드리며 “힘드실 땐 오늘처럼 함께 나눠요. 기운 내시고요...”하고는 카페를 나섰다.

  

봄바람이 제법 차다. 꽃샘추위바람이 옷깃을 스치면 유독 쓰라린 느낌이 들 때가 있는데, 아마도 지금 사장님의 마음이 그렇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내 일생 동안 변하지 않는 온전한 것은 단 하나, 나를 지켜주는 나 자신입니다. 나 자신은 내 생애의 든든한 벗입니다. 그러니 당신은 결코 인생을 헛살지 않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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