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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의 순간

서로 이해하는 순간 관계는 밝아진다


나는 화려한 것을 좋아한다.


사주에 금(金)이 많고, 화(火)도 강한 기운을 띤다. 세련된 스타일과 개성을 드러내는 것은 의식적인 선택이 아니라 본능적인 기질이다.


하루는 동네 카페에 갔다.

김이 모락모락 오르는 따뜻한 커피잔을 들고 향기를 음미해 본다. 어느새 입 안 가득 퍼지는 풍미는 눈 내리는 창밖을 자연스럽게 바라보게 하여 마음에 여유를 준다.


이 시간이 참 편안하다. 오롯이 커피를 즐기며 나 자신과 대화를 할 수 있으니 말이다. 소소하지만 나에게는 그 무엇보다 값진 선물이다.


그래서 더욱 방해받고 싶지 않았다. 그때, 카페 사장님은 다른 날과 다르게 나에게 성큼 다가오더니 말을 걸기 시작했다.


"실례가 안 된다면 뭘 좀 물어봐도 될까요?"


"어떤 일 때문에 그러세요?"


카페 사장님은 이때다 싶은 표정으로 혹시 가수냐고 물어봤고, 나는 뜬금없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아니라고 대답했다.


그러면서 호호호 웃으시더니, 평소하고 다니는 모습이 남다르고, 자신만의 색깔이 뚜렷해 보인다면서 뭔가 특별한 일을 하고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는 것이다.


나는 아~ 그렇게 보셨군요! 하면서 잠시나마 스타의 기분을 느끼게 해 주셔서 감사하다고 말했고, 사장님은 자주 오셔서 카페 분위기 좀 밝게 해 주세요. 하시고는 본인의 자리로 돌아가셨다.


나는 마음속으로 예전 꿈이 가수였는데... 사장님 덕분에 잠시나마 이룬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었서 좋았네 라며 살며시 미소 지었다.


문제는 이때부터 시작되었다.

내가 밖에 나가기만 하면 사람들이 나를 보고 수군대기 바빴다. 스쳐 지나가면서 듣기로는 저 여자가수라던데?부터 해서 TV에서 본 적은 없는 것 같은데, 행사만 뛰는 무명 가수인가? 아니면 신인인가?라는 둥 정말 황당했다.


이런 일이 반복되자 점차 스트레스가 밀려왔다. 더 이상은 안 되겠다 싶어 이 소문을 낸 근원을 찾기 시작했다. 모두 다 하나같이 카페사장이라는 대답이 나왔고, 소문이 더 커지기 전에 카페를 찾아가 사장님과 대화를 나눠야 했다.


알고 보니, 사장님은 별 뜻 없이 한 말이라면서 우리 카페에도 한 번씩 가수가 다녀간다고 손님들에게 말했다는 것이다. 그냥 가볍게 한 이야기인데 기분이 상했다면 미안하다면서 정중하게 사과를 하셨다. 아무리 나쁜 마음 없이 한 말이라도 반복되면 당사자 입장에서는 나를 놀리는 건가 싶고 불쾌해질 수 있다. 물론 카페 사장님은 나를 긍정적으로 보시고 기분이 좋으셔서 한 말씀일 수 있다.


하지만 발 없는 말이 천리 간다는 말처럼, 나중에는 마치 내가 가수라고 칭하고 다니는 상황이 그려진다면 사태가 커질 수도 있을 것이다. 그래서 사실이 아닌 것은 바로잡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사장님께는 앞으로 그렇게 말씀하지 않으시기를 부탁드렸다.


다행히도 사장님은 대화가 통하는 분이셨고, 입장을 바꿔 생각해 보니 충분히 이해가 간다고 하셨다. 그래도 우리 카페에는 꼭 놀러 오라며 하하하 웃으시고는 미안하다며 커피와 빵을 테이크아웃해 주셨다.


계산을 받으셔야 제가 다음에 또 자연스럽게 올 수 있다고 말씀드리자, 빠르게 카드를 단말기에 꽂으시는 모습보고 웃음이 터져 나올뻔했지만 그제야 마음이 편안해졌다.


만약 내가 이런 상황을 그냥 방치했더라면 카페 사장님과 얼굴을 붉힐 일이 생겼을지도 모른다. 그나마 감정이 더 상하기 전에 차분한 대화로 공감을 이끌어낸 것이 천만다행이라는 생각이다.



"앞으로도 긍정적인 에너지를 나누며 서로를 존중하는 관계를 이어가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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