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려움도 추억이다

그리움이 남긴 가슴속 타로 한 장


나의 감정은 지금 어떤 상태일까? 눈앞에 보이는 타로 덱을 집어 들어 셔플한 후, 카드 한 장을 뽑았다. 8번 검 카드였다.

유니버설 마이너 아르카나 8번 검


나는 먹먹하게 침체된 하늘 아래, 눈에 안대를 하고 여덟 개의 검에 둘러싸인 채 쓸쓸히 서 있다. 발 밑으로 사방에 흩어진 물줄기들은 혼란스러운 감정을 나타내고 있다. 어쩜 그만큼의 눈물 일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현실을 인정하고 싶지 않은... 보고 싶지 않은 무엇이라도 있는 걸까? 그래서 팔과 몸까지도 두려움이라는 올가미로 스스로 묶어 둔 걸까?


내 앞 뒤로는 검이 가로막고 있지 않고, 발 또한 자유로운 상태이다. 누구라도 들을 수 있게 크게 소리 지르며 "두려움을 뚫고 나갈 수 있게 용기를 주세요!"라고 할 수 있음에도, 좀처럼 입을 열 생각은 없어 보인다.

하루 일과를 마치고 고요함을 즐길 때가 있다. 이제 다 잊은 줄 알았는데, 그리운 사람이 떠오를 때면 갑자기 온몸이 얼어붙는다. 그에게 미안함이 앞서기 때문이다. 그땐 한 사람에 대한 좋은 감정보다 일에 대한 열정이 나를 강하게 흔들었다. 그 에너지에 끌렸고, 감정적으로나 물리적으로나 이동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벌어졌다. 그는 내가 떠나는 직전까지도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았다. 붙잡아도 소용없다는 걸 이미 알았던 것 같다.


나도 그때 전하지 못한 감정이 그리움으로 남은 것인지...

내 눈으로 현실을 마주하니, 그가 더는 내 곁에 없다는 사실이 너무 또렷하게 다가와 가슴이 저려왔다. 그래서 안대를 썼고, 마음속 손과 몸을 묶어 둔 채 스스로를 가둬 두었다.

끝이 있으면 시작이 있고, 비움이 있으면 채움이 있듯이, 이제는 나를 속박했던 감정을 한줄기로 시원하게 흘려보낼 때다.


사실 그전에도 할 수 있었지만 그러지 못했다. 아마도 나를 향한 그의 좋은 감정을 생생하게 간직하고 싶었던 모양이다. 그 마음 그대로를 가슴속 작은 상자에 조용히 담아 두려 한다.


이제는 정말 추억이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