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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건강한 신체 건강한 마음

불안을 다정하게 바라보는 것이란


나른하다. 졸음이 쏟아진다. 두통이 밀려온다. 온몸에 통증이 느껴지기 시작한다.


잠시 내 몸이 왜 이렇게 안 좋은지를 떠올린다. 그제야 독감 예방접종을 맞았다는 사실이 떠오른다.


집중력이 좋은 편인 나는 무엇을 할 때 업어가도 잘 모를 정도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은, 독감 예방접종 앓이 때문인지 누가 업어가도 너무 잘 알 지경이다.


평소 자신에게 크게 관대하지 못한 나는 오늘만큼은 유연한 나로 지내고 싶은 마음이다. 고통을 그대로 느끼기에는 남은 업무가 괴롭게 느껴질 것이다. 차라리 약을 먹고 해소하는 편이 낫겠다는 생각이 스친다. 접종 후 6시간쯤 지났으니, 먹어도 백신 효과에는 큰 영향이 없기를 바라는 마음과 함께 말이다.


그냥 먹으면 속이 쓰릴 수 있어, 평소 먹지 않던 간식까지 챙긴다. 막상 먹으려니 아무것도 없다. 결국 베이커리를 배달시켜 속을 채운 뒤, 물과 함께 흐뭇한 마음으로 약을 삼킨다.


예방접종 덕분인지, 하루 종일 나를 잘 돌보고 있다는 기분에 한결 편안해진다. 물론 주사를 맞았음에도 독감에 걸린 적이 있었다. 그렇다고 안 맞자니 허전하고 불안한 건 마찬가지다. 맞은 상태라면 걸려도 그나마 부드럽게 넘어가는 것을 느끼곤 했다. 결국, 모든 것은 내 마음의 안정이 우선이다.


모든 예방접종은 일종의 불안 예방접종이라 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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