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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있을없을무 Nov 28. 2023

2. 마음은 이분별

싫은데, 좋아할게요

밥 먹기 싫어요

원래 먹는 걸 그다지 좋아하는 타입은 아니에요. 그래도 달달한 디저트를 먹거나 음료는 꽤 마시는 편이었습니다. 아, 초밥 좋아했네요, 초밥. 연어초밥 맛있었죠. 


1편에서 적었던 의사 선생님과의 상담이 있습니다. 뭐가 먹고 싶냐고 물었고, 먹고 싶은 게 없다고 대답했어요. 최근에는 먹는 재미가 더 없습니다. 그나마 잘 먹었던 건 회사 점심밥인데(어쨌든 먹어야 하니까요), 이번 주는 그것도 먹기 싫어서 대충 빵이나 라면으로 때우고 있습니다. 음식을 섭취하지만 때운다고 표현하는 것은 맛있어서 먹는다기 보다 그냥 먹어야 하니 흡입한다는 마음으로 먹고 있기 때문이에요. 세상에는 굶주리는 사람도 많은데 이런 마음으로 밥을 먹으면 저는 벌 받을 까요? 어쨌든 마음 같아서는 한 알 먹으면 영양분과 포만감을 다 느낄 수 있는 알약이 있으면 좋겠어요.


그나마 다행인 건 아직까지 몸무게는 유지하고 있다는 거네요. 오늘은 플래너에 '저녁을 꼭 챙겨 먹기'를 적었습니다. 살이 많이 빠진 상태이긴 하지만 여기서 더 빠지면 정말 곤란하긴 하니까요. 



무기력한 거야? 게으른 거야?

일을 하고는 있었지만 2년 정도 편하게 살았습니다. 최근에 좀 더 잘 살아보기 위해 두 달 반 정도 기력을 쏟아가며 시험공부를 한 게 최고의 노력이었고요. 그리고 시험은 떨어졌습니다.

시험에 떨어지고 나니 뭘 먹고살아야 하나 걱정이 쓰나미처럼 밀려왔습니다. 그동안 저는 가벼운 일만 했지, 남들이 딴 자격증이나 SNS 채널 관리 같은 건 하지 않았거든요. 그 사이에 직무던 채용 환경이던 주변이던 많이 변해있기도 했고요. 그걸 알아채지 못할 만큼 저는 느긋하게 살았네요.


한동안 자주 울었습니다.(지금도 자주 울기는 하는데, 지금은 왜 우는지 모르겠어요.) 경력 관련 업계에 하루에 자소서를 5개씩 넣어보기도 하고, 채용 시장이 얼어붙었다는 말에 아무 곳에나 말 그대로 무지성 지원을 해보기도 합니다. 

그걸 마치고 나면 기력이 빠집니다. 사무실에 앉아있어도 집중을 못하고, 미룰 수 있다면 일을 미루고(데드라인은 지킬 수 있을 만큼만 미룹니다. 어쨌든 저는 제 자리를 지켜야 하는 사회인이니까요.) 이제는 집에 가면 공부를 해야 하는데, 남들이 쉽게 땄다고 말하는 자격증 공부도 싫습니다. 설거지나 잘하면 다행이게요.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제가 무기력한 건지, 게으른 건지. 솔직히 열심히 사는 사람들을 보면 후자에 가깝다고 생각은 합니다. 모르겠다는 말은,, 현실을 맞닥뜨리기 싫어 외면하는 회피입니다.



그래도 나를 좋아해야지 

그래도 주변 사람들과 의사, 심리 유튜버들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를 좋아하래요'. 나는 유일하고, 내 인생도 내가 살고, 결국 내가 믿고 의지할 사람은 나뿐이라고요. 아무것도 하기 싫어하는 나를 어떻게 좋아할까? 모르겠습니다.


칭찬일기를 씁니다. 한 3년 정도 쓰면 무의식적으로 나를 좋아할 수 있게 된대요. 그게 언제일까요?

목표의 60%만 지켜도 나를 칭찬하라고 합니다. 할 일이 이렇게나 많이 남았는데, 계획을 다 지키지 못했는데 어떻게 칭찬을 하나요?


알겠어요, 알겠어요. 자기 연민하지 않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입 밖으로는 나를 좋아할 거라고 말하라고 합니다. 비록 오늘의 글에도 이래서 싫고, 저래서 싫지만 그래도 나는 나를 좋아해요. 좋아할 거예요. 괜찮아질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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