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지금 99도 일지도 모르겠다.
불현듯
가족과 함께 성산일출봉에 올라갔다가
중간에 식겁하고 내려왔던 생각이 났다.
풍경, 바람은 너무 좋은데 정상까지 계단이 너무 가파랗더랬다.
결국은 두 번째 쉼터에서 숨을 헐 떡 헐 떡 거리다
도저히 못 올라가겠다며 다시 되돌아 내려왔다.
튼실한 하체만 믿고 호기롭게 올라가며
한 번의 쉼 없이 갔던 게 화근이었다.
일출봉에 올라가다 보면 두어 번의 쉬는 지점이 있다.
그런데 빨리 올라가야겠다는 욕심
또는 다른 사람이 앉아 있으니 괜히 불편해서
그도 아니면 쉬고 가면 나약해 보여서 등등의 이유로 무시하고 그냥 올라가기를 반복했다.
그렇게 성산일출봉 정복을 완수하지 못했던
자존심 상하는 기억이다.
두 번째 쉼터로 들어서다 보면
이미 다리가 풀려 후들거린다.
아니 사실 첫 번째 쉼터를 지나는 순간부터 포기하고 싶어졌다.
그럴 땐 적재적소에 있는 핸드레일의 힘을 빌리면 된다.
언제나 자기를 이용해 달라는듯
튼실하게도 계단 오른쪽에 단단히 버티고 있다.
언제나 나를 잡고 가렴
그런 친절함이 도처에 있는데도 그걸 외면하고 묵묵히 혼자 갔다.
정상만을 목표로 삼고 가느라 부단히 애를 썼다.
어쩔 땐 누가 도와준다고 해도
힘을 보탠다고 해도
그걸 애써 외면하며 나 혼자 해야 된다는 강박에 사로잡혀 스스로 버티려 이를 악 물었다.
그렇게 다가온 성취감은 누군가와 나누지 않아도 되었다.
그래서 사실 더 쾌감이 있고 달콤하다고 느꼈는지도 모르겠다.
혼자 하는 것에 너무 익숙해졌고
남을 이끌어 가르치고 함께 성공시키는 것에 인색했던 지난날이다.
스스로 알아서
그 대신 나만 잘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미친 듯 달려가다 보니 두 번째 쉼터 즈음에서 숨을 헐떡이는 모습을 발견했다.
그리고는 혹독한 번아웃이오니 단번에 훅 저아래 낭떨어지로 꺼져 버렸다.
드디어 혼행을 통해 두 번째 쉼터 지점을 넘어 정상에 올랐다.
임계점에 대해 생각한다.
물이 끓는 지점 100도씨
불과 몇 개의 개단만 오르면
광활한 성산일출봉이 시원하게 다가온다.
바로 임계점 앞에서 그 1도의 고통을 견디지 못하고 헐떡거리며 99도씨에서 그만두는 어리석음을 목도한다.
이럴 때
어쩌면 혼자만의 성공에 도취되는 자만에서 벗어나
함께 돕고 성장하며 참 성공에 대해 고민하는 시간이 필요할때가 아닐까
정상이다.
그 광활한 아름다운 것이 한눈에 딱 버티고 있다.
말할 수 없는 시원한 바람은 그저 정상에 오른 성취감과 희열을 거들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