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0 p ㅡ뫼르소의 무도덕은 정직함의 어떤 극단적인 양상일 뿐이라고 말이다. 그가 어머니의 장례식에서 눈물을 흘리지 않았고 다음 날에는 애인과 섹스를 했다는 사실이 당신에게 그토록 불편한가? 육체적 욕구에 밀려 감정은 둿전이 되는 그런 천성이 뫼르소만의 것인가? 그는 단지 삶을 좀 간단하게 하기 위해 우리가 늘 하는 거짓말을 안 할 뿐이다. 더 나아가 까뮈는 뫼르소에게 기어이 이렇게 말하게 한다. 건전한 사람은 누구나 사랑하는 사람들의 죽음을 다소간 바랐던 경험이 있는 법이다. 이 지독한
문장은 까뮈의 다른 글에도 있다....
ㅡㅡㅡㅡㅡㅡ
헉! 하고 놀라는 내가 놀라워 몇 번이나 다시 읽었다. 작년에 한번 읽었는데 그때는 보이지 않던 문장이 왜 지금은 이렇게 눈에 확 들어와 헉! 하고 숨을 멎게 하는 걸까... 건전한 사람이라니... 이건 좀... 번역을 잘한 걸까? 아니면 사랑하는 사람들의 죽음을 다소간 바랐던, 이 아니라 상상했던... 이 맞지 않을까?
그러니까 건전한 사람들은 사랑하는 사람들의 죽음을 가끔 상상한다?? 그리고 일부의 사람들은 사랑하는 사람들의 죽음을 다소간 바랐던 경험이...
그런데 왜 이렇게 핑계를 대는 것 같지? 이 문장에서 완전무결하게 떳떳하지 못해서 그러는 거야? 아니야 아니야... 나는 상상했어 상상했을 뿐이야... 상상만으로도 슬펐는걸... 상상만으로도 눈물이 고였는 걸 뭐...
정말 지독한 문장이다.
내가 지금 무슨 생각을 하는 건가... 까뮈가 만들어낸 소설 속 주인공 뫼르소의 캐릭터를 얘기하는 거잖아... 그래서 이 책을 쓴 신형철 평론가가 캐릭터박물관이라는 것이 세워진다면 뫼르소는 특실에 전시되어야 한다고 하지 않았나 말이다.
이래서 나는 안된다니까... 사고가 너무 평범하잖아 진부하고 전형적이야...
삶과의 게임에서 지다
ㅡ이상 (이상 소설 전집)
143p ㅡ 이 소설들을 어떻게 읽으면 좋을까. 이것들은 넓은 의미에서의 연애소설이다. 그러나 그 연애 이야기가 감추고 있는 것은 이상과 세상의 공방전이다. 예컨대 창부 금홍과의 연애 전말기를 적은 (봉별기)에서 발견되는. 남녀관계가 상식과 상궤를 벗어날수록 그 연애는 더욱 순수해지고 진실해진다는 역설적인 메시지는 그가 삶을 대하는 태도를 반영한다. 표준적인 삶은 따분하다는 것. 삶은 하나의 예술작품이 되어야 한다는 것. 그러기 위해서 삶은 비틀리고 왜곡되어야 한다는 것.
ㅡㅡㅡㅡㅡㅡㅡ
음.... 표준적인 삶은 정말 따분하지... 정말 따분해... 그래서 사람들은 끊임없이 일을 하고 만남을 가지고 여행을 다니고 술을 마시고 도박에 빠지고 사랑에 빠지고 스포츠에 열광하고..... 난 독서와 글쓰기로 따분한 삶을 그나마 덜 따분하게 살고 있지... 더구나 이 취미는 꼭 다른 사람을 필요로 하지 않아서 더욱 좋지... 이 점이 가장 마음에 들어...
삶은 하나의 예술품이 되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선 왜곡되고 비틀려야 한다? 이것은 이상과 같은 천재의 삶은 가능할지언정 표준적인 따분한 삶을 사는 사람들에겐 붋가능하겠지. 조금만 자신의 삶이 표준에서 벗어나 비틀려도 겁먹고 불안에 바들바들 떨 거니까... 그래서 따분한 삶을 사는 표준적인 사람들은 예술품을 찾는 거거든... 간접경험을 하는 거지... 비틀리고 왜곡된 삶을...
한 때는 예술품만이 아니라 예술가도 평범한 삶이 아니라 비틀리고 왜곡된 삶을 살아야 진정한 예술가라고 단정해 생각한 적이 있었지...그래서 요절한 작가들을 선망했었지...
지금은?
음....조금 바뀌긴 했지만 아주 바뀐건 아닌듯...모르겠다. 나이가 들면 선명해 질 줄 알았는데 오히려 더 혼란스럽다...
음악 서술자 시점
ㅡ가즈오 이시구로 (녹턴) ㅡ
151 pㅡ글렌 캠밸의 1967년 히트곡 (피닉스에 도착할 즈음에)
피닉스에 도착할 즈음이면 그녀는 깨어나겠지
내가 문에 붙여놓은 쪽지를 발견하겠지
작별을 고한 부분을 읽고 그녀는 웃겠지
전에도 여러 번 그렇게 떠났었으니까
엘버커키에 도착할 즈음이면 그녀는 일을 하고 있겠지
점심시간에 잠시 일손을 놓고 나에게 전화를 걸겠지
그러나 벽에 부딪치는 벨소리만 듣게 되겠지 그뿐이겠지
오클라호마에 도착할 즈음이면 그녀는 자고 있겠지
부드럽게 돌아누워서 내 이름을 부르게 될 거야
그리고 그녀는 내가 정말 떠났다는 것을 알고 울게 되겠지
떠날 거라고 그토록 얘기해 왔건만
내가 정말 떠날 줄은 몰랐던 거지
ㅡㅡㅡㅡㅡㅡㅡㅡ
와....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그냥 노래의 가사 한 곡을 읽었을 뿐인데
영화 한 편이 그려지고 소설 한 편을 읽은 듯했다.
남자가 아마 한 여자에게, 한 곳에 정착해서 살기 힘든 평범치 않은 성격인가 보다. 아니면 그렇게 하게 만든 사연이 있거나 살아온 환경이 평범치 않거나... 여자는 그런 남자를 사랑하고... 기다리고...'남자는 배 여자는 항구' 노래가 갑자기 생각난다. 어떻게 시작하더라...
음.... 한번 바꿔볼까
대전에 도착할 즈음이면 그녀는 깨어나겠지
....,
대구에 도착할 즈음이면 그녀는 일을 하고 있겠지
.....
부산에 도착할 즈음이면 그녀는 자고 있겠지
....
안 되겠구나... 시간상으로 부산에 도착할 즈음 자고 있겠다는 건... 울릉도나 독도에 도착할 즈음으로 해야 하나...
새벽 4시다.
비가 내리고 있다. 언제부터 내린 건지... 아직은 곤히 자고 있을 사람들을 자연을 깨울까 조심조심 조용히 내리는 비.
이걸 올릴까 말까..
뭐 어때 읽는 사람도 없는 것 같은데... 그렇다면 뭐 하러 올려?
그냥.... 그냥 삭제해 버리면 2023년 9월 25일 새벽 시간이 다 삭제될 거니까...
삭제되면 뭐 어때? 뭐 그리 꼭 남겨둬야 할 만큼 의미 있는 시간도 아니잖아... 나한테나 좀 삭제하기엔 아까운 시간이지... 그러니까 애초에 여기에 쓰는 게 아니었어. 그냥 일기장에나 썼으면 좋았을걸...
이 브런치를 어떻게 해야 하나...
모르겠다 정말...
자야겠다. 자야 해... 나는 표준적인 삶을 사는 사람이니까.... 규칙적인 생활을 해야 하는데 이러면 낮에 아무것도 못하고 헤롱 댈 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