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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은실 Oct 10. 2023

집은 한 사람의 역사를 보여준다.

집꾸미기의 철학

'인테리어의 완성은 ○○이다.'라는 말이 있다. 사람에 따라서 인테리어를 완성시키는 요소는 무궁무진하다. 향을 좋아하는 섬세한 사람에게는 정리된 집에서 피우는 인센스 스틱이 타들어가는 순간일 수도 있고, 또 다른 누군가에겐 허공을 채우는 음악이 될 수도 있다. 2주마다 들이는 싱싱한 꽃 다발이 인테리어의 완성인 사람도 있을테고, 누군가는 레몬빛과 주황빛 사이 파장의 따뜻한 조명이 될 수도 있다. 애플의 팬인 나의 지인은 은 인테리어의 완성은 자고로 은빛 로고가 빛나는 맥북이라고 했다.


집은 이렇게나 다르다. 그 안에 살고 있는 사람에 따라서 집의 모양은 달라진다. 각자의 생각과 취향, 직업, 생활양식, 가족 구성, 건강과 습관과 같은 이 모든 것들은 집 안에 고스란히 녹아들어 그 집만의 형태를 결정한다. 천편일률적인 평면을 가진 아파트라도, 각자의 집은 그 집만의 분위기가 있다.


집은 나를 담아내는 그릇이자, 나의 취향과 역사를 보여주는 거대한 퇴적물이다. 한 사람의 집을 둘러보면 그 사람의 취미와 취향, 가장 소중한 존재를 알 수 있다. 사람이 변하면서 집도 그게 맞추어 서서히 변해간다.




나는 집을 좋아하는 사람이다. 나에겐 포근한 공간을 꾸리고 장식하려는 본능이 크게 살아 있다. 집을 떠나 새로운 세계를 탐방하는 순간, 일상을 벗어나 경험하고 즐기느 여행을 사랑하지만, 그 끝에 돌아갈 나만의 공간이 있다는 게 좋다. 집 밖에서 누군가를 만나는 것도 좋지만, 집 안에서 사람들과 홈파티를 하는 것을 좋아하기도 한다.


우리는 유목수렵생활을 하지 않는 한 퇴근한 뒤, 술을 마신 뒤, 친구들과의 약속이 끝난 뒤, 여행이 끝난 뒤,  결국에는 집으로 돌아와야 한다. 그렇게 매일매일이 쌓여 집은 내 역사를 품은 공간이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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