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번째 도시 마드리드에서 레이오버 여행을 하다.
'스탑오버(stopover)'와 '레이오버(layover)'의 단어적인 뜻은 '잠깐 머무르기'로 비슷하다. 일반적으로 환승을 하는 도시에서 도착과 출발 사이에 머무는 시간이 24시간 이상일 때를 스탑오버라고 하며 24시간 미만일 때를 레이오버라고 한다.
이번 여행에서 처음에 내가 가고 싶었던 안달루시아 (Andalucía)로 가는 직항 편은 없었기 때문에 마드리드행 항공권을 예약했었다. 인천 공항을 오후 12시 55분에 출발한 비행기는 마드리드의 바라하스 국제공항(Aeropuerto Adolfo Suárez Madrid-Barajas)에 저녁 7시 30분 도착 예정이었다. 한국이 스페인보다 8시간 빠른 11월의 시차를 감안하면 비행시간은 14시간 35분이었다. 말라가로 바로 이동하기에는 시간이 애매했고 잠시라도 마드리드를 둘러보고 싶어서 교통이 편리한 위치에 있는 숙소에서 1박을 하기로 했다.
아토차역(Estación Madrid-Puerta de Atocha)은 스페인 전역으로 다니는 기차를 탈 수 있는 곳이면서 공항에서 203번 버스로 한 번에 이동이 가능한 곳이었다. 지도앱에서 아토차역 도보 10분 거리에 있는 후기가 아주 좋은 'Latroupe Prado Hostel'을 찾았다. 다음날 아토차역에서 오전 11시 45분 기차를 타야 하기 때문에 숙소는 하룻밤 잠시 쉴 곳이면 충분했다.
그렇게 나에게는 마드리드에서 레이오버 여행을 할 수 있는 16시간이 주어졌다.
시간은 인천공항에서부터 늦어지기 시작했다.
인천공항에서 항공기 탑승을 기다리면서 마드리드 공항에서 숙소로 가는 방법을 찾아보았다. 아토차역으로 가는 203번 공항버스를 타고 숙소까지 걸리는 시간은 약 50분이라고 나왔다. 나는 비행기에 가지고 탈 수 있는 크기의 배낭 하나만 있었기 때문에 위탁 수화물을 찾는 시간을 줄일 수가 있었다. 마드리드 공항에 저녁 7시 30분에 도착하면 입국수속 시간에 따라서 8시 30분에서 9시 사이에 숙소에 도착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숙소에 짐을 풀고 첫날 저녁에 마드리드를 여행하는 사람들이 꼭 가본다는 솔 광장(Puerta del Sol) 주변만 구경하기로 마음먹었다.
인천공항에서 12시 55분에 출발하는 대한민국 최대 항공사의 비행기에 탑승했다. 출발 시간이 30분이 지났는데도 출발을 하지 않았다. 코로나 엔데믹 이후 인천공항을 이용하는 항공기가 급격하게 늘어나면서 출발 활주로 확보가 늦어지고 있다는 기장의 안내 방송이 나왔다. '출발 시간에 맞게 활주로를 확보하거나 활주로 확보에 맞게 비행기표를 팔아야 하는 것이 아닌가?' 공항과 항공 시스템을 잘 모르는 나로서는 의문이 생겼지만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활주로 옆에서 비행기에 탑승한 채로 1시간을 기다린 후에야 출발했다.
예상보다 1시간이 늦은 10시 가까이 되어서 숙소에 도착을 하면 간단하게라도 마드리드를 볼 수 있을지 걱정이 되었다. '유럽에는 소매치기도 많다는데... 밤에는 위험하다는데...' 스페인 여행이 처음이어서 별의별 걱정스러운 생각이 다 떠올랐다.
창밖으로 보이는 탑승할 비행기의 모습(이륙하지 않고 한 시간을 저 안에서 기다릴 줄 몰랐을 때)
안 좋은 일 뒤에는 좋은 일이 따라온다.
결국 마드리드 공항에 1시간 이상 늦게 도착했다. 짐은 기내용 배낭이 전부였기 때문에 비행기를 내려서 수화물 찾는 곳은 지나치고 바로 입국 심사장으로 갔다. 공항 직원들이 여권을 보여 달라고 했다. 앞쪽에 사람들이 없는 전자인식기가 있는 줄로 가라고 했다. 입국심사대에서도 아무런 질문 없이 여권만 보고 도장을 찍어줬다. 거의 프리패스였다. 대한민국 여권을 가지고 여행하는 것이 얼마나 좋은지 체험하는 순간이었다.
203번 공항버스를 타는 곳은 지도앱에 나온 위치와 달리 공항 출입구에서 횡단보도를 건너지 않고 공항 출입문에서 나오면 바로 앞에 있는 인도를 따라서 오른쪽으로 걸어가면 찾을 수 있었다. 마드리드에 오래 머물 것이 아니기 때문에 교통카드를 구매하지 않고 신용카드나 현금을 사용할 계획이었다. 버스를 타면서 물어보니 신용카드로 결제가 가능하다고 했다. 8시 30분이 넘은 시간이어서인지 타고 내리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구글맵에서 조회한 시간의 절반인 20분 만에 아토차역에 도착을 했다.
입국심사도 생각보다 빠르게 끝나고 버스도 막히지 않고 도착하니 거의 가능성이 없어 보였던 첫날 저녁 마드리드 구경이 다시 가능해 보였다. 비행기만 지연하지 않았다면 훨씬 더 여유가 있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토차역에서 10분을 걸어서 스페인의 첫 번째 숙소인 Latroupe Prado Hostel에 도착했다. 건물 하나를 모두 사용하는 규모가 큰 호스텔로 카페, 라운지, 세탁실 등 다양한 시설을 갖추고 있었다. 모든 시설이 깔끔하게 잘 관리되어 있었고 마드리드 중심 지역의 높은 숙박비를 생각하면 가격도 괜찮은 편이었다. 방은 6인실 도미토리로 2층 침대 3개와 2개의 샤워실 그리고 1개의 화장실이 있었다. 숙소에 체크인을 하고 나니 9시가 넘은 시간이었다.
여행동안 머무른 숙소들에 대해서는 별도로 자세히 설명하려고 한다.
도착날 밤 아토차역에서 버스를 내린 곳(좌), 다음날 아침에 본 공사 중인 기존 아토차역 건물(우)
구체적이지 않은 계획은 변경이 쉽다.
이번 여행에서 교통편과 숙소 그리고 알함브라를 제외하면 미리 예약한 것이 없다. 가야 할 곳을 인터넷에서 찾아보긴 했지만 구체적인 시간 계획이나 가는 곳의 순서도 정하지 않았다.
마드리드에서는 솔 광장(Puerta del Sol)에서 시작해서 마요르 광장(Plaza Major), 산 미겔 시장(Mercado de San Miguel), 알무데나 대성당(Catedral de Santa María la Real de la Almudena), 아르메리아 광장(Plaza de la Armeria), 마드리드 왕궁(Palacio Real de Madrid), 사바티니 정원(Jardines de Sabatini), 쇼핑으로 잘 알려진 거리인 'C.Gran Via'를 거치는 경로가 유명했다.
그리고 아토차역 주변의 레티로 공원(Paraque de El Retiro), 프라도 미술관(Museo Nacional del Prado), 티센 보르네미사 미술관(Museo Nacional Thyssen-Bornemisza)도 사람들이 많이 가는 곳이었다.
저녁에 미술관은 문을 닫고 공원은 아침에 가는 것을 더 좋아하기 때문에 첫날 저녁은 마드리드 시내를 구경하며 솔 광장 주변을 걸어볼 생각이었다.
숙소에 도착한 시간이 너무 늦어서 그냥 잘까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일단 나가기로 했다. 볼트(Bolt)를 불러서 솔 광장으로 갔다. 생각보다 가까워서 10시 전에 도착할 수 있었다. 늦은 시간이라 걱정했는데 광장의 조명은 밝았고 관광객들로 북적거렸다. 첫 번째 경로를 모두 돌기에는 시간이 부족해 보였다. 마드리드의 상징물이라는 곰동상 앞에서 사진을 찍은 후 솔 광장에 있는 마드리드 0Km(ORIGEN DE LAS CARRETERAS RADIALES Km.0)를 찾았다. 도로의 원점인 이 표시를 밟으면 마드리드에 다시 온다는 전설이 있어서 많은 사람들이 이 표시를 밝고 사진을 찍었다. 나도 마드리드 0Km을 밝고 사진을 찍으며 오늘 다 보지 못한 것은 마드리드에 다시 와서 봐야겠다고 생각했다.
마요르 광장을 지나서 산 미겔 시장에 도착하니 시간이 밤 10시가 넘었다. 관광지라 늦게까지 문을 열던 주변의 가게들도 빠르게 문을 닫고 있었다. 몇 분 사이에 거리가 어두워지고 있어서 숙소로 돌아가기로 했다. 잠시 사이에 마드리드에 조금 더 익숙해져서 숙소로 돌아오는 길은 버스를 탔다. 스페인의 교통편은 구글맵과 매우 잘 연동이 되어 있다. 한국에서 네이버나 카카오맵을 사용할 때처럼 대중교통 노선과 도착예정 시간 등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리고 마드리드 시내버스도 신용카드 결제가 가능해서 편리했다.
숙소로 돌아와서 샤워를 하고 침대 2층에 누웠다. 다음에 마드리드에 오게 되면 가볼 곳을 많이 남겨두고 스페인에서 첫날은 이렇게 마무리가 되었다.
『 마드리드의 교통 (2023년 11월 기준) 』
마드리드 공항에서 시내로 가는 교통수단은 지하철(Metro), 버스(autobús), 기차(Tren), 택시(Taxi) 등 다양한 방법이 있는데 마드리드 바라하스 공항 홈페이지(https://www.aena.es/es/adolfo-suarez-madrid-barajas.html)의 첫 화면에서 각각의 교통수단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볼 수 있다.
그중에서 비용과 이동시간을 모두 고려하면 공항버스가 가성비가 좋은 편이다. 공항버스는 마드리드 공항에서 아토차역 사이를 운행하는 203번 버스를 말한다.
공항버스 노선 : 공항터미널 2(Aeropuerto T2) - 공항터미널 1(Aeropuerto T1) - 오도넬 지하철역(Metro O Donnell) - 시벨레스 광장(Cibeles) - 아토차역(Estación De Atocha)
전체 구간을 이동하는 시간은 교통상황에 따라서 20분에서 최대 50분까지도 걸린다고 하니 비행기를 타기 위해서 공항으로 가는데 이 버스를 탄다면 미리 서두르는 것이 좋다.
대한항공을 내리는 1 터미널의 경우 입국장이 있는 층에서 버스표시【1】를 따라서 공항 밖으로 나와서 길을 건너지 않고 오른쪽(파란색 화살표)으로 걸어가면 기둥에 버스번호와 노선이 붙어있다. 그중에서 203번 앞에서 기다리면 된다. 구글맵을 검색하면 버스를 타는 곳이 다르게(빨간색 화살표) 나오는데 투명한 엘리베이터【2】가 나오면 잘 못 간 것이니 주의하자.
공항버스의 요금은 5유로였는데 교통카드, 신용카드, 현금 모두 사용이 가능하다. 공항버스를 포함한 대부분의 마드리드의 버스는 한국과 동일하게 신용카드를 카드리더기에 대고 탑승하면 된다. 버스 운전석 옆의 구멍으로 현금을 내면 영수증처럼 생긴 버스표와 거스름돈을 받을 수 있으므로 버스만 몇 번 이용한다면 교통카드를 구입하지 않아도 된다. 버스에 잔돈이 없는 경우 거스름 돈을 받지 못했다는 일부 후기도 있다. 지하철과 트램은 현금으로 이용이 불가능하므로 머무는 기간과 이용 횟수에 맞게 미리 교통카드를 구매하는 것이 좋다.
『 마드리드 0km 주변 유명한 곳 (2023년 11월 기준) 』
솔 광장에는 마드리드 0Km, 곰과 딸기나무 동상(El Oso y el Madroño), 왕립 우체국ㆍ정부청사
(Real Casa de Correos)의 태양의 문 시계탑(Reloj de la Puerta del Sol) 등의 관공 명소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