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10월 우연한 기회에 휴직을 하고 집에 있을 때였다. 아내가 이렇게 시간을 보내면 나중에 후회한다며 해외여행이라도 다녀오라고 했다. 그전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은 상태여서 그냥 동남아의 휴양지에서 일주일 정도 쉬다가 오고 싶다고 했다. 아내는 동남아는 복직 후에 휴가 때도 갈 수가 있으니 가능하면 유럽을 다녀오라고 했다. 더 추워지기 전에 한 달 안에 다녀오고 싶었던 나는 꼭 필요한 최소한의 계획만 세우고 나머지는 여행을 하면서 해결하기로 마음먹었다.
처음 여행 경로 : 인천 → 말라가 → 인천
10월 중순이 되어가고 있어서 빨리 출발을 하더라도 11월이 될 것 같았다. 유럽을 가더라도 추운 북쪽 지방보다는 따뜻한 남부 유럽 가고 싶었다. 코로나가 끝나고 해외여행이 늘어나면서 그리스와 이탈리아의 여행 물가는 점점 더 비싸지고 있었다. 여러 곳을 검색하던 중에 스페인 남부의 말라가(Málaga)라는 휴양 도시가 눈에 들어왔다. 바닷가에 야자수가 줄지어 있는 지중해의 도시는 내가 원하던 이미지였다. 그렇게 스페인으로 떠나기로 마음을 먹었다.
여행 경로 수정 1 : 인천 → 말라가 → 세비야 → 말라가 → 그라나다 → 인천
처음에는 말라가에서 일주일간 쉬다가 올 생각이었다. 아내는 14시간 비행기를 타고 가서 한 곳만 있다가 오는 것은 너무 아깝지 않냐고 했다. 시간도 아깝지만 왕복 항공료도 아까운 생각이 들었다. 말라가 주변의 갈만한 곳을 찾아보았다. 말라가와 함께 스페인 남부 안달루시아(Andalucía) 지방에 속하는 세비야(Sevilla)와 그라나다(Granada)를 추천하는 내용이 많았다. 그라나다에는 스페인에 가면 꼭 들러야 한다는 알함브라 궁전(Alhambra, 알람브라)도 있었다. 처음에는 말라가에 머물면서 세비야와 그라나다를 다녀오는 방법을 찾아보았다. 검색을 하다가 휴양도시인 말라가의 숙박비가 그라나다 보다 더 비싸다는 것을 알았다. 말라가에서 4일 정도를 머물면서 세비야에 하루를 다녀오고 그라나다로 이동해서 3일 정도를 머무르는 것으로 계획을 수정하고 교통편과 숙소를 찾아보았다. 말라가에서 그라나다로 가는 버스 노선과 그라나다의 가성비 높은 숙소들이 많이 나왔다.
여행 경로 수정 2: 인천 → 마드리드 → 말라가 → 세비야 → 말라가 → 그라나다 → 인천
한국에서 말라가로 가는 직항은 없고 최소 1회는 경유를 해야 되었다. 최저가 항공은 20시간 이상이 걸리고 최단시간 항공권은 요금이 너무 비쌌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에 유럽 편도를 다녀올 수 있는 마일리지가 있어서 마일리지 항공권을 찾아보았다. 대한항공은 마드리드(Madrid)로 가는 직항이 있었고 아시아나는 바르셀로나(Barcelona)로 가는 직항이 있었다. 말라가에서 가까운 마드리드로 대한항공을 타고 가서 말라가로 이동하기로 했다. 출발 날짜를 정하고 항공권을 찾아본 것이 아니라 11월 초 항공권이 있는 날에 출발하기로 했다. 마드리드에서 그라나다를 먼저 가는 노선도 찾아보았으나 대부분의 대중교통이 말라가를 거쳐서 갔기 때문에 마드리드에서 말라가를 먼저 가기로 했다.
여행 경로 수정 3 : 인천 → 마드리드 → 말라가 → 세비야 → 말라가 → 그라나다 → 파리 → 인천
마일리지를 가성비 높게 사용하는 방법은 퍼스트클래스 또는 비즈니스클래스를 탑승하는 것이다. 나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모두 편도 비즈니스클래스를 탑승할 수 있는 마일리지가 있었다.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보다 마일리지 항공권은 많았지만 비즈니스석은 검색되지 않았다. 반대로 아시아나는 마일리지 항공권을 찾기가 어려웠지만 비즈니스석이 아주 드물게 검색되었다. 아시아나 비즈니스석을 타려면 마일리지를 조금 더 쓰더라도 최상급인 비즈니스스마티움을 타라는 이야기가 많았다. 파리(Paris)에서 인천으로 돌아오는 노선에 일정이 어느 정도 맞는 아시아나항공 비즈니스스마티움 좌석이 있었다. 어차피 그라나다에서 인천으로 오는 직항 노선은 없었기 때문에 파리로 가서 인천행을 갈아타기로 했다. 그나마 11월 비수기여서 마일리지 항공권이 있는 것이 고마웠다.
여행 경로 수정 4 : 인천 → 마드리드 → 말라가 → 세비야 → 말라가 → 그라나다 →리스본 →파리 → 인천
스페인에서 파리로 가기 위해서는 유럽 내 항공권을 별도로 구매해야 했다. 유럽 내의 저가 항공은 국내선처럼 저렴한 가격대에 좌석을 찾을 수 있었지만 위탁 수화물 비용을 별도로 추가해야 하는 등 실제로 티켓을 구매하려고 하니 비용이 점점 높아졌다. 스페인에서 파리를 경유해서 비즈니스스마티움으로 환승할 수 있는 노선은 없었지만 바로 옆나라 포르투갈에서 출발하는 노선이 있었다. 포르투갈 리스본(Lisboa)에서 프랑스 파리를 경유해서 한국으로 들어오는 비즈니스 좌석은 리스본에서 파리까지 별도의 마일리지가 추가되지 않고 파리에서 비스니스스마티움으로 환승하는 경우 노선이었다. 이왕 가는 것 포르투갈까지 가보기로 했다. 귀국 날짜도 마일리지 항공권이 있는 날짜로 정하니 총 15일간의 여행 일정이 나왔다.
여행 경로 수정 5 : 인천 → 마드리드 → 말라가 → 그라나다 → 세비야 → 알부페이라 → 리스본 → 파리 → 인천
스페인 그라나다에서 포르투갈 리스본으로 가는 시간은 프랑스 파리로 가는 시간의 절반도 되지 않았지만 여전히 멀었다. 포르투갈을 향해 서쪽으로 가는 길에 있는 따뜻해 보이는 남부의 도시를 찾아보았다. 포르투갈 알부페이라(Albufeira)의 해안 절벽이 눈에 들어왔다. 그런 곳에서 딱 3일만 쉬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처음에 생각했던 휴양지의 모습은 말라가와 가까웠지만 알부페이라의 사진을 본 이후로 바뀌었다. 알부페이라도 들르기로 하고 경로를 보니 말라가에서 세비야를 다녀오는 것이 너무 복잡하게 보였다. 그라나다에서 알부페이라로 가는 길에 세비야에서 1박을 하는 것이 더 자연스러운 경로가 나왔다. 그렇게 하면 세비야의 야경도 볼 수 있다는 장점이 더해졌다. 이렇게 최종 경로를 정했다.
처음 생각보다 많은 도시가 추가되었지만 스페인과 포르투갈이 있는 이베리아 반도(Península Ibérica)의 남부 도시를 서쪽으로로 이동하면 되는 복잡하지 않은 경로가 나왔다.
『 유럽의 남서부 이베리아 반도 (그리고 나의 여행 경로) 』
이베리아 반도(Península Ibérica)는 남부 유럽의 서쪽 끝에 있는 지역이다. 서쪽 끝 대서양과 맞닿은 곳에 남북으로 길게 포르투갈이 있으며 그 동쪽에 스페인이 넓게 자리를 잡고 있다.
안달루시아(Andalucía)는 과거 이슬람 문화가 차지했던 스페인 남부 지역으로 현재도 유럽과 이슬람 문화가 혼합된 듯한 건축물들이 남아 있다. 그중에서 그라나다에 있는 알함브라 궁전은 유럽에 남아 있는 가장 아름다운 이슬람 건축물로 손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