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스트 클래스를 타면 비행기를 타는 순간부터 여행의 시작이라는 말이 있었다. 나는 퍼스트 클래스가 아니라 비즈니스 클래스를 탔지만 비행기를 내리는 순간까지 여행이 계속되는 기분이었다.
이번 여행 귀국 편에서 처음으로 비즈니스 좌석을 타보게 되었다. 리스본에서 파리로 가는 포르투갈 TAP 항공에서는 탑승 수속이 빠르고 더 넓은 좌석에 더 맛있는 음식을 즐길 수 있었다. 비행 중에 무료 와이파이를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새로웠다. 다만 리스본 공항의 비즈니스 라운지는 이전에 이용해 본 유료 공항 라운지와 비슷했다.
파리의 샤를드골 공항에서는 좀 더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었고 인천공항까지 오는 비즈니스 좌석도 달랐다. 퍼스트 클래스가 없는 아시아나 항공은 파리에서 인천까지 탑승한 비즈니스 스마티움이 최상의 좌석이었다.
샤를드골 공항에서는 걸어가는 길이 달랐다.
생라자르 역을 보고 다시 북역으로 돌아와서 PER-B를 타고 샤를드골 공항으로 갔다. 탑승 수속을 빠르게 마치고 부가세 환급(Tax Refund)을 받으러 갔는데 줄이 너무 길었다. 사실 기다리고 있는 인원수보다 줄어드는 속도가 너무 느린 것이 문제였다. 환급을 받는 것보다 비즈니스 라운지를 더 오래 이용하는 것이 나을 것 같아서 환급 신청을 포기했다.
보안 검색대로 가는 길에 서있는 공항 직원이 탑승권을 보여달라고 하더니 기다리는 사람이 없는 줄로 가라고 했다. 별도로 분리된 보안 검색 대는 퍼스트와 비즈니스 클래스 탑승자가 없으면 비워둔 채로 기다리고 있었다. 다음은 출국심사 라인도 기다리는 사람이 없는 곳으로 빠르게 통과했다. 그 이후에도 탑승권을 확인하는 직원들을 몇 번 더 만났다. 탑승권을 확인할 때마다 사람이 적은 길로 안내를 했다. 끝에서 다시 만나는 중앙 난간으로 나뉜 복도나 에스컬레이터를 나 혼자서 이용하기도 했다.
샤를 드골 공항의 긴 부가세 환급 줄(왼쪽)과 혼자 걸어간 공항의 복도와 에스컬레이터(오른쪽)
비즈니스 라운지도 공항에 따라서 달랐다.
샤를드골 공항에서도 스타 얼라이언스 라운지를 이용했는데 리스본 공항의 라운지보다 더 넓은 공간에 더 많은 것들이 갖춰져 있었다. 안내 데스크에 탑승권을 보여주고 들어가면 안쪽에 코냑과 위스키가 있고 그 옆에 와인이 있었다. 이전에 이용해 본 공항 라운지에서는 주류는 직원에게 요청해야 했는데 여기서는 직접 가져다 마실 수 있었다.
들어가는 방향으로 우측 안쪽에 뷔페식으로 간단한 음식들이 있었다. 음식의 종류가 많지는 않았지만 맛은 괜찮았다. 라운지에서 사람들이 가장 많이 있는 공간이었다. 물론 나도 그 사람들 중에서 한 명이 되었다. 음식을 먹으면서 코냑과 와인을 한 잔씩만 맛을 본 이후에 위스키를 여러 잔 마셨다.
취기가 오르는 것 같아서 라운지 내부를 구경하기로 했다. 음식이 있는 반대편인 입구를 들어와서 좌측에 해당하는 공간에 샤워실이 있었는데 샤워실은 안내 데스크에 이야기해서 키를 받아서 이용하면 된다고 했다.
입구에서 좌측에 있는 공간은 음식이나 주류는 없고 커피와 차만 있었지만 파티션으로 분리된 공간과 편안한 응접 소파가 넓은 간격으로 여유롭게 배치되어 있었다. 몇 명의 사람들만 띄엄띄엄 앉아서 커피나 차를 마시고 있어서 더 넓게 보였다. 공항 라운지를 몇 번 이용해 보지 못해서 술과 식사를 마음껏 즐기던 나와는 달리 그들은 비행기 출발 전 여유 있는 공간에서 여유 있는 시간을 즐기는 것처럼 보였다.
11월의 파리는 땀을 흘리기에는 쌀쌀했기 때문에 샤워를 할 필요는 없었다. 소파에 앉아서 여유롭게 차를 마시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탑승완료 시간이 얼마 남아 있지 않았다. 이번에는 지금까지의 새로운 경험으로도 충분했다고 생각하며 탑승구로 갔다.
샤를 드골 공항 얼라이언스 라운지의 응접실 같은 소파/커피와 차/넓은 공간(왼쪽), 위스키/와인 진열장/음식 먹는 곳(오른쪽)
비즈니스 스마티움은 일반 비즈니스와 달랐다.
탑승구에 도착해서 전혀 기다리지 않고 바로 비행기에 탈 수 있었다. 비즈니스 라인으로 탑승을 해서 그런 것이 아니라 탑승완료 시간의 몇 분 전에 도착을 했는데 다른 승객들은 모두 다 비행기에 타고 내가 마지막 탑승자였다.
유럽에서 인천으로 가는 아시아나 비즈니스 스마티움은 1만 마일리지가 추가로 공제되는 만큼 좌석이 더 좋았다. 앞뒤와 좌우로 공간이 더 넓고 가운데 자리는 2열로 창가 자리는 1열로 배치되어 있었다. 창가 자리는 의자가 창쪽에 붙은 것과 복도 쪽에 있는 것이 교대로 있었는데 사전 좌석 지정 시 창쪽의 자리를 선택해서 독립된 공간을 가질 수 있었다. 덕분에 첫 번째 식사를 마치고 복도와 분리된 침대처럼 펼쳐진 자리에서 편안하게 잘 수 있었다. 사실 공항 라운지에서 마신 위스키 때문에 잠들어 버린 것일 수도 있다. 첫 번째 식사와 두 번째 식사 사이에 짧은 시간이지만 푹 잔 것 같았다.
메뉴판을 가지고 와서 주문을 받고 식사마다 애피타이저와 디저트가 따로 나오고 플라스틱이 아니라 자기 그릇에 금속 포크와 나이프가 나오는 것 모두가 좋았다. 그리고 승객 대비 승무원의 인원수가 이코노미 칸보다 많아서 주위에서 동시에 서비스가 제공된다는 것이 또 다른 느낌이었다.
TAP 포르투갈 항공보다 아쉬왔던 것 한 가지는 짧은 글자를 보낼 수 있는 무료 Wifi 조차 제공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유료 Wifi를 사용하지 않는 경우 비용이 청구될 수 있으니 스마트폰의 Wifi를 꺼 두라는 안내가 있었다.
편안한 좌석, 제대로 된 식사, 준비된 서비스 등으로 아주 만족스러웠던 비행도 인천이 가까워지면서 끝나가고 있었다.
위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완전히 펼쳐지는 좌석, 넓은 다리 공간, 애피타이저, 수프, 메인 요리, 메인 요리, 디저트
다음 여행을 꿈꾸다.
인천공항에 도착해서 비즈니스 좌석의 승객들이 먼저 내렸다. 위탁 수화물도 비즈니스 승객들 것이 먼저 나와서 빨리 찾을 수 있었다. 면세 범위를 넘는 것은 없었기 때문에 내국인 입국 심사도 빨리 끝났다.
집으로 돌아오는 버스를 타려고 기다리고 있었는데 캐리어가 크다고 버스를 타지 못하게 했다. 앞바퀴 위에 캐리어를 놓아둘 공간이 있는 다른 버스를 타야만 했다. 11월의 차가운 바람을 맞으면서 다른 버스 정류장으로 걸어가니 정말 여행이 끝났다는 실감이 났다.
하지만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서 나는 다음 여행을 생각하고 있었다.
『 항공기 좌석 정하기 (2023년 11월 기준) 』
항공사와 좌석의 등급에 따라서 사전에 좌석을 지정할 수 있는 기간이 다르다. 이용하고자 하는 항공사의 홈페이지나 모바일 앱에서 미리 확인을 해두는 것이 좋다. 사람들이 좋아하는 좌석은 비슷한 경우가 많아서 시간이 지날수록 원하는 좌석을 선택하기 어려워진다. 사전 좌석 배정이 시작되는 시간에 빠르게 좌석 배정을 진행할수록 선택할 수 있는 좌석이 많다. 이코노미 좌석의 경우 앞쪽 좌석과 다리 공간이 넓은 좌석은 사전 좌석 배정이 유료인 경우가 많으며 위치에 따라서 요금이 조금씩 다르기도 하다.
대한항공의 경우 일반석은 항공권 구매 후 출발 361일 전부터 48시간 전까지 사전 좌석 배정이 가능하고 일등석과 프레스티지석은 항공권 구매 후 출발 361일 전부터 24시간 전까지 좌석 배정이 가능하다. 출발 48시간 전부터 가능한 온라인 체크인과 상관없이 사전 좌석 지정을 더 먼저 할 수 있다. 출발일 361일 이내에 항공권을 구매하였을 경우 바로 좌석을 지정하는 것이 좋다. 대한항공뿐만 아니라 대부분 항공사가 사전 좌석 배정은 가능한 한 빨리 하는 것이 좋다.
아시아나 항공은 국제선은 출발 361일 전부터 48시간 전까지 사전 좌석 지정이 가능하고 국내선은 출발 30일 전부터 24시간 전까지 좌석 지정이 가능하다. 출발이 국제선 48시간 미만 또는 국내선 24시간 이내로 남았을 경우는 온라인 체크인을 하면서 좌석을 지정하면 된다. 이건 대한항공도 마찬가지이다.
저가항공은 유료 사전 좌석 배정은 항공권을 구매할 때부터 가능하지만 무료 좌석 배정은 온라인 체크인이 가능한 48시간 또는 24시간 전부터만 가능한 경우가 많다. 일부 저가항공사는 무료 좌석 배정이나 온라인 체크인을 제공하지 않으며 공항에서 오프라인 체크인을 하고 탑승권을 받을 때 좌석을 배정해 주는 곳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