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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로까 Sep 14. 2017

오늘부터 우리는

평범한 국제결혼 이야기(3)

외진 산골에서 이동의 자유와 최신 기술의 혜택 없이 6개월을 보내고 다시 미국으로 돌아왔다. 언제 어디서든 인터넷으로 그와 이야기할 수 있는 환경은 갖추어졌지만 그는 가족, 친구, 직장생활에 바빠 하루 24시간내내 메신저에 접속하지는 못했다.  


메시지를 보내놓고 답이 없으면 왜 그렇게 초조해 했는지. 오랫동안 메신저에 접속하지 않으면 무슨 일이 생긴 건 아닌지 노심초사하며 행여나 예쁜 여자친구가 생겨서 멀리 떨어져 있는 날 잊은 건 아닌지 마음을 쓰기시작했다. 이렇게 신경 쓰고 조마조마 하는 감정을 느끼는 게 두려워 처음부터 마음을 주지 않으려고 했던건데… 사실 이때까지도 우리는 매일 안부를 묻고 대화를 나누고 좋아하는 감정을 키워갔지만 어떤 관계인지에 대해서는 공식적으로, 구체적으로 정의하지 않은 상태였다.


그러던 어느날, 새로운 팀에 합류해서 같이 지내고 있던 콜롬비아 친구가 나에 대해 호감을 표시했다. 이 친구 역시도 다른 친구들처럼 호기심에 그냥 친근감의 표시로 들이대다가 말겠지 했는데, 한국어를 가르쳐 달라는 둥 나와 둘이서 시간을 보내고자 지속적으로 감정을 표현했다. 계속되는구애에 마음이 흔들리기도 했지만 브라질에 있는 (남자친구도 아닌) 그가 계속 떠올랐다. 


“미안해. 난 이미 남자가 있어.” 


결국 이 친구에게는 이렇게 거절 통보를 하고 그에게 물어보았다. 


“우리는 무슨 사이야?”

“난 네가 내 여자친구라고 생각했는데.”


그랬구나. 사귀자는 말도 없이, 내 의사와는 상관없이, 난 이미 그의 여자친구였던 것이다. 이렇게 깔끔하게 관계가 정리되었으니 이제 마음 편하게 그와 이야기하고, 보다 적극적으로 사랑의 감정을 표현 할 수 있게 되었다. 


이렇게 미국에서의 6개월도 지나고 드디어 그를 보러 브라질로 날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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