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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로까 Oct 27. 2017

1년만의 재회. 그리고.

평범한 국제결혼 이야기(4)

그 동안 메신저와 영상통화로만 안부를 묻고 이야기를 나누고 있으니 내가 지금 연애를 하는 건지도 모르겠고, 친구들은 사이버 남자친구가 아니냐고 농담을 하기도 했었다. 


1년만에 만나는 건데 어색하진 않을까, 무슨 말부터 해야 할까, 지금까지 몰랐던 모습에 실망하면 어쩌지. 한달 동안 그의 가족, 친구, 주변 사람들을 만나며 그가 어떤 사람인지, 어떤 환경에서 어떤 가치관을 갖고 살아왔는지 이번에 잘 살펴보고 관계를 정리하자. 


미시건에서 뉴욕, 콜롬비아, 아르헨티나를 거쳐 버스를 타고 브라질로 들어갔다. 친구들을 만나고 여행도 할 목적이 있었기에 브라질에서도 이과수, 상파울루, 리우데자네이루를 거쳐 그의 집에 갈 계획이었다. 


직장생활을 하고 있으니 휴가내고 나랑 같이 여행하자고 할 수도 없고, 그는 대신 리우데자네이루에 있는 친척집에 머물수 있도록 연락해주었다. 하지만 아무리 여행을 많이 하고 성격이 좋은 사람이라고 해도 잘 모르는 사람 집에서 신세를 지는 게 편하지 않을 수 있는데, 낯가림이 있는 나에게 이 제안은 고마우면서도 큰부담이 되었다. 그래서 상파울루에 사는 브라질 친구 에미를 꼬시고 꼬셔 한결 가벼운 마음으로 같이 리우데자네이루에가게 되었다.


상파울루에서 밤 버스를 타고 새벽에 리우데자네이루 터미널에 도착해서 입구로 들어가는데 저 멀리 그의 모습이 눈에 띄었다. 


‘나한테는 온다는 말을 안했는데 이렇게 서프라이즈를 준비했구나. 그런데 난 이미 그 모습을 보았으니 모르는 척 해야하나. 첫인사는어떻게할까. 이럴 줄 알았으면 에미없이 혼자 와도 되는거였는데…’


나한테는 못갈 것 같으니 미안하다고 했는데 이미 내가 온다고 했을 때부터 그는 계획하고 있었고, 나와 함께 온 에미도 모든 사실을 알고 있었다.



리우데자네이루에서의 짧은 여행을 마치고 그가 살고 있던 비토리아로 갔다. 그가 출근하고 나면 느즈막히 일어나 밥먹고, 집앞에 있는 바닷가 산책하고, 퇴근 시간 맞춰 저녁해서 먹고. 주말엔 친구들, 가족들 만나서 놀고. 한달 동안 날씨도 좋은 동네에서 햇빛 잘 받으면서 큰 걱정거리 생각거리 없이 잘 쉬고 사랑받고 있으니 이게 꿈인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서로에 대한 감정은 더 깊어졌는데 미래는 기약을 못하고. 

한국으로 떠나는 날,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그동안 참아왔던 눈물을 보이며 큰소리로 엉엉 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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