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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현나 Nov 24. 2023

두 달 만에 봄비보다 더 단 가을비가 내렸다.

초가을 텃밭 일기


이번 주는 내내 하늘에 구름이 껴있을 거라고 한다.
그리고 올해 내가 가장 좋아하는 한주가 될 것 같다.


두 달 만에 봄비가 더 단 가을비가 내렸다.

안 그래도 비가 적게 내리는 바르셀로나인데 작년부터 훨씬 더 적게 내려서 이제는 비가 그리운 것을 넘어 우중충한 북유럽 날씨가 부러울 정도다.


베란다의 작은 화분에서나 방 한 칸 만한 텃밭에서나 채소를 기르다 보면 안다. 아무리 흙이 마르지 않게 물을 충분히 주어도, 비가 올 때 채소들이 내는 기운의 정도가 다르다는 것을. 비가 들지 않는 우리 집 발코니 화분의 식물들도 비 내린 다음 날엔 눈에 띄게 자라 있다.


바르셀로나의 사시사철 따뜻하고 화창한 날씨는 햇빛을 즐기러 온 사람들에게는 휴식을 안겨준다. 하지만 그늘진 하루 없이 맑기만 한 하늘 아래에서 식물들은 쉴 틈 없이 일해야 한다. 사람이 쉬지 않고 일하면 오히려 성장이 더뎌진다는데, 그건 식물도 마찬가지다.


초 가을은 여름 작물들을 거두고, 양배추와 완두콩, 시금치 같은 겨울 작물을 심기 시작할 때이다. 우리도 집에서 애지 둥지 기르던 모종들을 몇 주 전 밭으로 옮겨 심었다. 그런데 두 달 내내 비가 내리지 않아 모종들이 뿌리내릴 힘을 내지 못할까 걱정이 되기 시작할 때쯤 드디어 비가 내렸다. 아니나 다를까 어제 가본 텃밭은 물을 잔뜩 머금은 싱그러움으로 가득했다.


이번 주는 내내 하늘에 구름이 껴있을 거라고 한다. 그리고 올해 내가 가장 좋아하는 한주가 될 것 같다 :)



비 오고 더 싱그러워진 우리집 발코니 파슬리


집에서 기르던 모종 옮겨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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