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데이터 분석가가 끌리는 이유와 맞는 조건, 그리고 성격
저도 직장 생활을 오래 하지는 않았습니다만, 그래도 몇 개의 서로 다른 직무를 경험해 보고 나니 직무마다 어울리는 성향이 있음을 느낍니다.
그래서 오늘은 제가 생각한 데이터 분석이라는 직무 자체에 매력을 느끼는 지점과, 어떤 성향의 사람이 하면 좋을지에 대해서 글을 써보고자 합니다.
제가 데이터 분석으로 직무를 전환할 때는, 데이터 분석이라는 직무 자체가 주는 세련된 이미지 + 앞으로 각광받을 것 같음 + 왠지 아무나 못하는 것 같음 같은 추상적인 멋짐 포인트가 있었습니다.
또 마케터 입장에서 보면 매일 BI에 들어가서 엑셀로 내려받고, 피벗 돌리고, 또 내려받아서 합치고 하다가, 누군가는 잠깐 생각하더니 SQL로 쭉쭉 뽑아내는 모습을 보면 약간 “어, 저거 좀 있어 보이는데?” 하는 포인트가 있었죠.
또 데이터 분석가로의 직무 전환을 고려하는 분들이라면, 위에 있는 것뿐만 아니라 왠지 연봉도 높을 것 같다는 생각도 있으실 겁니다. (결국 우리는 먹고 살아야 하니까요..)
사실 데이터 분석가로 직무 전환을 하려면, 단순히 SQL 몇 문장 친다고 되는 건 아닙니다.
데이터를 뽑는 기술은 어디까지나 도구일 뿐이고, 그걸 왜 뽑는지, 어디에 쓰일지, 누가 이걸 보고 뭘 결정할 건지에 대한 감각이 훨씬 더 중요하거든요.
그리고 그런 감각은… 생각보다 시간이 오래 걸립니다.
BI 대시보드 한 칸 채우는 데 2시간 걸리던 시절도 지나고, "이거 그냥 누구나 다 아는 걸 숫자나 뽑아서 써준 거 아니야?" 소리 들으며 자료 만들던 날도 지나야, 조금씩 생기는 것 같아요.
그러니 위와 같이 피상적인 이유만 가지고 직무 전환을 했을 때는 고통받을 확률이 매우 높고, 생각보다 ‘잘 맞는 성향’도 정말 중요합니다.
제가 경험하면서 느낀 잘 맞을 만한 성향은 아래와 같습니다.
- 정답이 없는 상황에서 호기심을 가지는 사람
광고비는 늘었는데 가입자는 그대로네? 왜지? 이번 프로모션에는 어떤 유저층을 타겟해야 하지?
와 같이, 계속 물음표가 있어야 분석의 목적도 생깁니다.
- 일희일비 덜 하는 사람
드디어 타겟군 찾았다 하고 들고 갔는데 "아, 이거 하느니 그냥 모수 늘려서 프로모션해서 매출 올리는 게 낫지 않아요?" 같은 현타 포인트에서 담담하게 반응하는 사람 - 타 직무보다 목적성이 모호한 경우가 많아서 들인 품에 비해 피드백이 애매한 경우가 많아요.
- 커뮤니케이션 감각이 좋은 사람
내가 한 분석을 말이나 글로 잘 풀어서 사람을 설득할 수 있는 사람 - 죽어라 데이터만 몇 년치 정리하는 것보다, 핵심 포인트를 짚어서 사람을 설득하는 것이 훨씬 좋은 전략입니다.
- 참을성이 있는 사람
컬럼명이 userid, user_id, usr_id, id 등으로 다 나뉘어져 있을 때 - 어이없다 생각하면서도 조용히 매핑 테이블 만들어서 전처리하는 사람.
엔지니어링 팀에서 로직 바뀐 후 달라진 실적 수치 묵묵히 user_id별로 하나씩 검증하기 - 사실 엔지니어링도 데이터를 많이 보지만 현업 데이터를 가장 잘 아는 사람은 데이터 분석가다 보니, 오류를 가장 먼저 현업에서 캐치하게 됩니다.
반대로, 조금 힘들 수 있는 성향도 있습니다.
- 빠른 결과를 내고 싶어하는 사람
분석은 탐색과 반복의 연속입니다. 답이 없는 문제를 찾아가는 경우가 많고, 가설 → 데이터 관찰을 반복해서 인사이트가 나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 정답이 있어야 편한 사람
“회사의 방향이 이거고, 너는 이걸 확실하게 하면 돼!”라는 정답이 있어야 마음이 놓이는 사람은 힘들 수 있습니다.
- 컨트롤 욕구가 강한 사람
분석이 품은 많이 들지만, 내 분석대로 흘러가는 경우는 적습니다. 채택되지 않아도 감정 관리하고, 멘탈 관리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사실 “성향이 뭐가 중요하나…다 돈벌자고 하는 일이지” 싶지만, 생각보다 성향이 가장 중요할 수 있습니다.
특히 저는 직장생활 10년 차가 넘어가면서, 회사를 오래 다녀야 하는 것에 대한 부분을 많이 생각하게 됩니다 (예전처럼 도전 정신 하나로 직무를 전환하고 하는 일은 이제는 못 할 것 같아요.)
본질적으로 오래 다니는 데 가장 중요한 건 1년에 1~2천만 원 높은 연봉이 아니고, 정말 내가 이 일 자체를 좋아하고, 관심이 있느냐가 더 중요한 것 같습니다.
오히려 능력이 좋아 데이터 분석으로 커리어 전환은 잘했지만, 성향이 맞지 않아서 회사 다니는 것 자체가 재미없어질 수도 있습니다.(이렇게 되면 직무나 커리어에도 영향을 미쳐서 꼬이게 됩니다.)
회사마다 다르겠지만, 데이터 분석 조직은 아주 메인 부서가 되기는 힘들다는 단점도 있습니다.
경영진의 입맛에 맞게 ‘헤쳐 모여’가 잦은 조직이고, 만나는 리더의 성향에 따라서 중요도가 쉽게 바뀌는 직무이기도 해요.
조금 더 아프게 이야기해보면 조직이 버리기 가장 좋은 직무일 수도 있습니다. 직접 매출과 연계되어 있지 않고, 실제적인 산출물을 만드는 직무도 아니기 때문이지요.
글을 정리해 보겠습니다. 데이터 분석가라는 직무는 누구에게는 분명히 잘 맞고, 안 맞는 성향도 있고 조직에 변화에 가장 민감한 포지션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직무 전환을 고민하시거나 데이터 분석가로 시작하고 싶은 취준생들께 기술적인 준비보다 먼저, 이 일을 오래 할 수 있을지 / 나는 이 일을 재미있게 느낄 수 있을지를 여러가지 각도에서 꼭 스스로에게 물어보시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조금 늦더라도, 조금 돌아가더라도 성향과 잘 맞는 일을 찾는 게 진짜 커리어의 힘이 될 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