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분석하고 일하는 것 같지만, 혼자가 아닌 이유
비즈니스 분석가는 별도 분석조직에 속해 있는 경우, 사업 실적과는 별개로 전략 분석에 집중하거나 시각화, 머신러닝 기반의 마케팅 효율화 같은 어플리케이션을 시도해 볼 수 있는 환경을 갖게 됩니다. 하지만 단기적으로 가시적인 성과가 없을 경우, 조직 개편 시에 가장 먼저 조정 대상이 되기도 하지요.
이런 조정 후에는 각 분석가들은 전략팀이나 사업팀으로 흩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흩어진 분석가들은 직무 연관성이 유지된다면 인사이트 발굴과 겸해서 사업 실적과 흐름을 보는 일을 같이 하게 되고, 조직 환경 상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생소한 업무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운 좋게 연관성이 유지되는 분석가의 경우에도 단독으로 분석 업무를 하다 보면 정체성이 흔들리거나 팀 내 단순 숫자 관련 업무가 자연스럽게 몰리는 경우가 있습니다.
팀에 프로모션을 진행하기 위한 회의나, 예산, 기획에는 같이 참여하지만 큰 의견을 내기 어렵고, 실제 프로모션이 진행되고 나서는 실적 정리나 고객 반응 분석 / 결과 보고를 만드는 일은 분석 업무로 정리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지요.
이런 경우가 분석 조직이 사일로화 되었을 때의 분석가들의 고질병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팀에 딱 한 명 있는 데이터 담당자이다 보니 사실 기존에 데이터 분석 관련 경험이 없었던 리더나 동료들의 입장에서는 이 사람의 리소스를 파악하기가 어렵고, 특정 파트를 담당하거나 상품을 담당하는 등 직접적인 영역을 가지고 일하는 업무 성격이 아니다 보니 R&R을 정의하기도 고민스럽게 마련입니다.
또 데이터 분석가 입장에서는 분석 결과를 해석하고 정리할 때 분석 결과에 대한 '해석'이 아닌 일종의 '책임'을 넘겨받는 경우도 있습니다. 프로모션 성과가 잘 나오고 성과가 좋은 경우에는 상품 경쟁력이 좋거나 시기가 좋았다는 부분이 부각되는 경우도 있고, 성과가 안 좋을 때는 타겟이나 분석 결과에 대한 공격이 들어오기도 하지요(사실 모든 프로모션을 정량적으로 사전에 분석하여 진행하면 좋으나, 보통 기획을 하다보면 "느낌"으로 진행하는 경우가 많고, 느낌으로 진행한 결과가 좋지 못할 때는 숫자와 팩트로 증명해 내야 되는 상황에 놓여있는 경우도 많습니다).
사실은 이런 조직 구조에서는 마케터 입장에서도 분석가가 부담스러운 경우가 많습니다. 마케터 입장에서 느끼기에는 분명히 같이 기획하고 진행했는데 의도나 고객 감정선은 쏙 빠져있는 채, 숫자로 나열된 보고서를 앞에 두고 근거와 팩트라고 이야기 하고 있으면 상당한 거리감을 느낄 수도 있고, 기획 아이디어 낼 때마다 저번 프로모션 성과와 비교하고, 검증된 것인지 물어보고, 분명히 필드에서 쌓인 '감'을 '비효율'로 보는 태도에 질리기도 하죠.
게다가 어떤 숫자나 데이터가 필요해서 요청하면 - 그건 로그에 안남아요 (업그레이드 버전 : '로그에는 남는데 이력 관리가 안 돼요') / 이건 새로 쿼리 짜야될 것 같아요 (짜면 됨) / 이건 가공 한번 해야될 것 같아서 바로는 안 돼요 (하면 됨) / 이건 고객 ID값으로 조인하면 되는데 세션 기준이 달라서 안 맞을 수도 있어요 (뭔 말인진 모르겠는데 하기 싫은 거 티남)...등. 결국은 다 할 수 있는 일이지만, 말투와 태도 하나에 협업은 갈라지기도 하죠.
그러니 회사 내에 홀로 있는 분석가라면, 지금 하고 있는 업에 대한 전문성을 가지되 상대가 마케터이든, 기획자이든 '먼저 다가가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사실 숫자를 뽑는 일도, 해석을 하는 일도, 전략을 짜고 실행하는 모든 일은 한 팀의 업무이기 때문인데요. 직무를 나누기보다는 팀 입장에서 먼저 접근하고 다가가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조직에 나를 맞추라는 뻔한 이야기가 아니라, 나를 위해서라도 그렇게 하는 게 좋습니다.
직장인으로서 결국 조직 안에서 일을 하다 보면, 실력뿐 아니라 태도와 관계가 더 중요해지는 순간들이 찾아오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이런 상황은 단순히 분석가-마케터 간의 문제가 아니라, 직장인으로서는 모든 직무에서 반복되는 협업의 본질일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