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길고양이는 몇 마리일까

숫자로 헤아려 본 서울의 고양이들

by 도란기록

그제 퇴근길에 공원을 지나다가 고양이를 한 마리 마주쳤습니다.
낮은 시선으로 풀숲을 스치던 그 고양이는 어느 순간 저를 바라보았고, 저는 그 시선을 피하지 못한 채 잠시 발걸음을 멈췄습니다.


문득 궁금해졌습니다.

서울에 이렇게 살아가는 고양이들은 과연 얼마나 있을까요?


누구나 쉽게 마주치지만, 아무도 숫자로는 말하지 않는 존재들.
공신력 있는 통계를 참고하되, 어디까지나 개인적 관점에서 근사치로 추정해보려 합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2023년 5월, ‘길고양이 중성화사업 추진현황’ 보도자료를 발표했습니다.
이 자료에 따르면, 7대 광역시 기준으로 2022년 길고양이의 평균 밀도는 ㎢당 233마리였습니다.
이는 2020년의 273마리에서 줄어든 수치로, 중성화사업(TNR)의 일정한 효과를 반영하고 있다고 해석하고 있습니다.


길고양이에 대한 많은 자료가 있겠지만, 빠르게 길고양이 수 정도로 검색한 것들 중에는 위 통계자료가 가장 눈에 들어와서 바로 쓰도록 하겠습니다.


서울의 행정구역 면적은 약 605㎢입니다.
단순히 밀도를 곱해보면 이렇습니다.


233마리 × 605㎢ ≒ 약 140,965마리


대충 서울에는 약 14만 마리의 길고양이가 살아가고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도시 생태와 동물 개체 수는 당연하게도 그렇게 간단하게 계산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저는 큰 틀에서의 근사화된 숫자를 가지고 그 이후의 질문을 이어가 보기로 했습니다. 이 숫자를 어떻게 더 ‘정확하게’ 만들 수 있을까?


첫 번째는 밀도 자체의 한계입니다.
233마리는 서울을 포함한 7대 광역시 평균값입니다. 하지만 서울은 인구 밀도, 도시화 비율, 토지이용 강도가
다른 도시에 비해 훨씬 극단적으로 높습니다. 즉, 평균치보다는 서울 특성에 맞는 조정이 필요합니다.

서울이 상대적으로 고양이에게 불리한 도시 환경일 수도 있고, 반대로 아파트나 공원이 많아 거주에 유리한 좋은 환경일 수도 있습니다. 이 부분을 감안해, 기준 밀도를 ±10% 범위에서 상·하 조정해 보기로 했습니다.(→ 210~256마리/㎢)


두 번째는 서울 전체가 고양이의 서식지일 수는 없다는 점입니다.
한강, 도로, 대형 건물, 산림 등은 실제 서식지로 적합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도시계획 기반으로 한강 및 산림을 제외한 약 70% 정도를 서식 가능 면적으로 가정해 보았습니다.

이로써 1차 계산은 다음과 같이 바뀝니다.

최소값 기준 : 210 × (605×0.7) ≒ 88,935마리 / 최대값 기준 : 256 × (605×0.7) ≒ 108,349마리


세 번째는 시간 축입니다.
길고양이의 개체 수는 연중 동일하지 않습니다.
특히 봄과 여름엔 출산기로 개체 수가 일시적으로 늘어납니다.
저는 이를 감안해, 최대 ±15%의 계절 변동 계수를 적용했습니다.


최소값 기준: 88,935 × 0.85 ≒ 75,594마리 / 최대값 기준: 108,349 × 1.15 ≒ 124,601마리


네 번째는 TNR 시행률입니다.
서울은 자치구별로 TNR 보급 정도가 다릅니다. (TNR이 잘 진행된 지역은 출산이 줄고 개체 수가 안정화됩니다)

이 요소는 지역별로 가중평균을 적용해야 하지만, 여기선 서울시는 낮은 지역과 높은 지역이 섞여 있다는 가정하에 ±5% 정도로만 정리했습니다.


최소값 기준: 75,594 × 0.95 ≒ 71,814마리 / 최대값 기준: 124,601 × 1.05 ≒ 130,831마리


마지막으로는 인간의 개입을 고려했습니다.
급식소를 운영하는 캣맘, 고양이 이동 경로를 공유하는 캣대디들, 그리고 반대로 고양이 민원과 구조 활동도 있습니다.

이러한 인간과의 상호작용은 고양이의 생존률에 긍정적 혹은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이 역시 보수적으로 ±5%를 적용해 정리했습니다.


최소값 조정: 71,814 × 0.95 ≒ 68,223마리 / 최대값 조정: 130,831 × 1.05 ≒ 137,372마리


결국, 1차 근사치였던 14만 마리라는 숫자는
조정 요소들을 순차적으로 반영하면서
이제는 이렇게 추정할 수 있게 됩니다.


최소 약 68,000마리 ~ 최대 약 137,000마리


당연히 이 수치가 ‘정답’은 아닙니다.

(브런치 스토리 글감이다 보니 정교한 추정이지도 않습니다)

(그리고 만약에 일로서 접근한다면.. 가중치와 추정치에 대해서는 모두 단서와 출처, 그리고 그렇게 나오게 된 로직에 대한 설명도 모두 부연으로 달아야 합니다 - 그러기에는 데이터로 다 말 할수 없는 이야기가 아니라 데이터로만 말하는 이야기가 될 것 같아서..)


사실 이 글에서 정말 말하고 싶었던 건 정답을 맞추는 게 아니라, 올바른 질문을 던지고 그것을 어떻게 다듬어 가느냐였습니다.


길고양이 수를 예측하는 일 역시 TNR 예산, 급식소 설치, 민원 대응처럼 정책과 제도가 움직이기 시작하는 그 첫 질문에서 출발합니다.


“얼마나 많냐”는 질문 말입니다.


우리는 종종 숫자를 통해서만 존재를 인정받는 구조 안에 살아갑니다.

부서에 몇 명이 있느냐, 일은 이렇게 많은데 TO는 왜 줄었느냐, 서비스 회원이 몇 명이냐—


이 모든 판단의 뒤엔 결국 숫자가 깔려 있습니다.


‘있는가’보다 ‘몇이나 되느냐’가 더 중요하게 여겨지는 사회. 숫자는 때로 존재를 증명하기 위한 최소한의 언어가 됩니다.


그 숫자를 세어보고 나만의 논리를 갖추는 일들은 어쩌면 우리가 보지 못한 세상을 응시하려는 조용한 시작일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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